[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가레스 베일이 이번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준결승에 나서지 못한다. 이번 시즌 내내 중요한 대목마다 베일의 모습은 없다.

베일은 지난 24일(한국시간) 바르셀로나와 벌인 ‘엘 클라시코’에 선발로 나섰으나 전반 39분 만에 마르코 아센시오로 교체됐다. 발목 부상에서 회복하자마자 뛴 것이 무리였다. 3주에서 4주 동안 결장할 전망이다. 5월 3일과 11일에 아틀레티코마드리드를 상대로 갖는 2016/2017 UCL 4강전에 뛸 수 없다.

일간지 'AS‘의 보도대로 복귀에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릴 경우 베일은 잔여 시즌 전체를 거르게 된다. 레알이 UCL 결승에 진출하더라도 아슬아슬하게 복귀하거나 결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베일의 부상은 고질적인 문제다. 2013년 레알에 합류한 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따라하려 여러모로 노력해 왔지만 호날두의 출장 시간만큼은 닮지 못했다. 호날두는 레알 첫 시즌인 2009/2010시즌 정규리그 29경기를 소화했고, 이후 6시즌 동안 라리가만 30경기 이상 꼬박꼬박 소화한 자기관리의 천재다.

반면 베일은 2014/2015시즌에만 라리가 31경기를 소화했을 뿐 나머지 두 시즌은 각각 27경기, 23경기 출장에 그쳤다. 이번 시즌을 이대로 마칠 경우 라리가 19경기 7골, 컵대회 통산 26경기 9골(코파델레이 출장 없음, UCL 7경기 2골)이다다. 9골은 센터백 세르히오 라모스보다 적은 수치다.

베일은 크고 작은 부상에 반복적으로 시달리면서도 중요한 대목에선 경기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2013/2014시즌, 2015/2016시즌 모두 UCL 우승이 걸린 4강부터 결승전까지 꼬박꼬박 출장했다. 2014년 결승전에선 골을 넣었고, 지난해 결승전에서는 연장전까지 풀타임을 소화한 뒤 승부차기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엔 라리가에서 겨우 23경기만 뛰고도 19골을 몰아치는 득점력으로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이번 시즌엔 중요한 대목을 놓치지 않는 승부사 기질과 시간당 득점력이라는 두 가지 덕목 모두 잃어 버렸다. 잦은 부상으로 파괴력 자체가 하락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베일은 라리가에서 1425분을 소화했다. 204분당 1골 꼴이다. 교체 위주로 출장한 알바로 모라타가 1055분 12골로 더 많은 골을 넣고 있다. 베일이 UCL에서 넣은 두 골은 모두 약체 레지아바르샤바가 상대였다.

베일의 결장과 부진은 단기적인 가십거리를 넘어 레알의 장기적인 운영 계획에도 타격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BBC’ 삼인방 중 가장 어리고 몸값이 비싼 베일이 꾸준히 활약하지 못한다면 리빌딩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호날두는 스타일을 조금씩 바꿔가며 스타다운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미 32세다. 카림 벤제마 역시 30세고, 나이에 비해 일찍 기량이 하락한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여기에 유소년팀 출신인 알바로 모라타는 부족한 출장 기회에 불만을 느끼고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는 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레알은 이미 유소년팀 출신 헤세 로드리게스를 방출했다. 젊은 윙어 마르코 아센시오는 성실한 조연에 가까운 선수다. 베일 대신 차세대 중심으로 육성할 선수가 애매한 상황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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