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디에구 코스타는 이론의 여지없는 경기 최우수 선수였다. 골과 어시스트뿐 아니라 평소 좋아하지 않는 공중볼 싸움, 동료에게 주는 절묘한 패스까지 모든 플레이가 나아졌다.

2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첼시가 사우샘프턴을 4-2로 꺾었다. ‘2016/2017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33라운드 현재 승점 78점을 따낸 첼시는 조금씩 흔들리던 우승 가능성을 다시 100%에 가깝게 충전했다. 최근 열심히 추격해 오던 토트넘홋스퍼와 승점차를 벌렸다. 토트넘이 33라운드에서 승리한다 해도 남은 경기는 팀당 5경기, 승점차는 4점이다.

최근 토트넘에 쫓긴 이유 중 하나가 코스타의 부진이었다. 공격 포인트 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다. 코스타는 앞선 7경기에서 골과 도움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 기간 동안 첼시는 FA컵에서 순조롭게 생존했지만 EPL에선 몇 차례 발을 헛디뎠다. 크리스털팰리스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패배하며 같은 기간 전승을 거둔 토트넘과 승점차가 줄어들었다. 폭발적인 활약을 한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 내내 경기력에 대한 비판을 달고 살았지만, 이 정도로 오래 무득점에 그친 건 이번 시즌 들어 처음이었다.

코스타는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날카로운 움직임을 사우샘프턴전에서 한 번에 몰아쳤다. 전반 5분 훌륭한 오른쪽 돌파와 에덴 아자르의 동선을 잘 파악한 패스로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전반 추가시간 공중볼을 향해 노마크 상태에서 바이시클킥을 시도했으나 동료 수비수 게리 케이힐이 먼저 머리를 대 골 기회를 본의아니게 양보했다.

아슬아슬한 리드를 갖고 들어선 후반전, 코스타의 연속골로 첼시가 승리를 쟁취했다. 후반 8분 헤딩골은 몸싸움을 꺼리는 코스타가 모처럼 세드릭 소아레스를 몸으로 밀며 공중볼을 따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코스타가 최근의 무기력증을 벗고 한층 투쟁적인 플레이를 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후반 44분 멋진 공격 전개 과정을 직접 이끌어낸 선수가 코스타였다. 측면에서 공격의 기점이 된 코스타는 아자르, 페드로 로드리게스와 연속 2대 1 패스를 하며 문전까지 진입해 직접 마무리했다. 페드로의 어시스트를 받아먹은 것이 아니라, 코스타가 페드로의 패스를 이끌어낸 것에 가까웠다.

헌신성과 집중력이 향상됐다는 건 구체적인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슛 3.2회를 시도한 코스타는 이날 슛 6회 중 3회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해 평소보다 높은 문전 존재감을 보였다. 키패스 3회(시즌 평균 1.1), 드리블 돌파 2회(시즌 평균 1.7) 등 공격 전반에 대한 기여도도 평소 이상이었다. 공중볼 획득 횟수는 평소 1.4회에 불과하지만 이날은 4회로 훨씬 나아진 수치를 보였다. 평소 거의 할 일이 없는 슛 블로킹도 1회 기록했다. 패스의 총 숫자는 오히려 평소보다 적은 편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그만큼 코스타의 효율성이 올라갔다는 걸 알 수 있다.

안토니오 콘테 첼시 감독은 경기 후 “공격수들에게 골은 아주 중요하다. 골은 곧 그들의 인생이다. 언제나 코스타에게 ‘열심히 뛰어줘서 기쁘다’고 말해 왔다. 코스타가 잘 해줄거란 잣니감이 있었다. 이제 계속 골을 넣으면 된다”며 코스타를 칭찬했다.

코스타에게 당한 클로드 퓌엘 사우샘프턴 감독은 “코스타와 아자르, 두 환상적인 선수가 두 팀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코스타가 부진한 동안 첼시는 아자르만 막으면 되는 팀이었고, 실제로 맨유가 첼시를 꺾은 비결 역시 아자르에 대한 집중 봉쇄였다. 코스타가 남은 시즌 동안 골 감각과 경기력 양쪽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첼시는 아무런 이변의 위협 없이 편안하게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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