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류청 기자= “(이)종호도 골이 안 터져서 힘들고 마음이 좋지 않을 텐데 앞에서 열심히 수비해주고 몸싸움해주며 동료들에게 힘을 줬다”

 

골키퍼를 압박하고, 태클까지 하는 공격수는 드물다. 골을 넣기 위해 체력을 비축하는 이가 공격수다.

 

지난달 3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인천유나이티드를 상대한 울산 공격수 이종호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8라운드 경기에서 상대 골키퍼 이태희에 공만 가면 전속력으로 달려가 압박했다. 심지어 태클을 하기도 했다. 이종호는 골을 넣지 못했지만 울산은 올 시즌 최초로 역전승을 거뒀다.

 

울산은 인천 경기 전까지 2경기에서 9골을 내줬다. 경기력도 문제였지만 실점 후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진단이 많았다. 울산은 이날도 전반 42분 먼저 골을 내줬지만, 2골을 터뜨리며 역전에 성공했다. 자세가 달라져 있었다. 울산은 인천전을 준비하며 합숙했고, 이 기간 동안에 선수들이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며 분위기를 만들었다.

 

“모두가 팀을 위해 뛰었다는 게 고맙다. 이렇게 이겨서 더 가치 있다.” (김창수)

 

경기 끝나고 만난 이종호는 희생을 언급했다. 그는 “팀이 반전하기 위해서는 앞에서부터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대량 실점으로 팀 분위기가 올라오지 않아서 마음이 아팠다. 공격수로서 도움을 주고 싶었다. 골과 어시스트를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앞에서부터 희생해서 팀을 돕는데 충실했다”라고 했다.

이종호가 무작정 골키퍼를 향해 돌진한 게 아니다. 이종호는 비디오 분석을 하며 인천 플레이를 살폈다. 그는 “상대팀이 지고 있을 때 장신공격수를 넣으면 킥이 매우 중요하다. 킥이 조금만 부정확해져도 우리가 역습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상대팀 비디오롤 보고 희생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앞에서 이종호가 질주를 시작하자 다른 선수들도 따라왔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한상운도 인천이 백패스를 했을 때 전력질주를 하며 위협하기도 했다. 상대인 인천 문선민도 “울산 선수들이 압박이 강하게 했다”라고 인정했을 정도다. 울산은 이날 계속해서 인천을 압박하며 값진 역전승을 거뒀다.

 

이종호는 결과가 아니라 분위기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게 팀이 지닌 힘이라고 생각한다. 강팀의 힘이다”라며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분위기를) 반전한 것을 계기로 팀 문화가 희생하는 것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격 포인티는 이렇게 부딪히다 보면 봇물 터지 듯 터질 것”이라고 했다.

 

울산은 오는 3일 대구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대구까지 잡으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연승은 분위기를 완벽하게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약이기도 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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