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서울이랜드FC와 무득점 무승부 이후 골 결정력 문제를 아쉬워했던 조덕제 수원FC 감독이 대전시티즌과 경기에서 스트라이커 없는 포메이션을 통해 다득점 승리를 거뒀다.

수원FC는 최근 5연속 무승 및 4연속 무승부로 분위기가 가라 앉은 상황이었다. 개막 후 3연승으로 2017시즌 K리그챌린지 유력 우승후보로 분류되었으나 부산아이파크와 경남FC에 주도권을 내줬다. 이 과정에 경남, 부산 등 강적은 물론 안산, 서울이랜드 등 약체로 분류되는 팀도 제압하지 못하고 무승부의 늪에 빠져 있었다.

4월 30일 오랜만에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맞이한 상대는 대전. 대전과 9라운드 경기는 10개 팀이 두 차례 풀리그를 벌이는 챌린지의 1차 라운드 마지막 일정이었다. 승리가 절실하기는 대전도 마찬가지. 8라운드 경기까지 1승 밖에 거두지 못했고, 상대는 서울이랜드였다. 승격 경쟁은커녕 하위권에 쳐져 있었다.

대전은 이호석이 부상에서 돌아와 정예 전력으로 임했으나, 수원FC는 이탈 자원이 적지 않았다. 호주 공격수 브루스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올 시즌 주전 라이트백 자리를 꿰찬 정철호는 경고 누적, 지난시즌까지 주전 라이트백이었던 이준호가 장기 부상 중이며, 서상민도 허리 부상으로 인해 벤치에서 대기해야 했다.

#윙어 풍부한 수원FC의 신개념 스리톱 효과

조덕제 감독은 발빠른 백성동 이승현 송수영을 최전방 스리톱으로 배치하는 승부수를 뒀다. 세 선수 모두 서로의 위치를 활발하게 바꿔가며 대전 수비를 혼란에 빠트렸다. 세 명 중 한 명이 돌아가며 중앙 전방에 섰지만, 전통적인 9번의 역할은 아니었다. 가짜 9번의 움직임으로 대전의 센터백 콤비의 역할을 애매하게 만들었다.

대전은 김대열이 포백 앞을 지키는 4-1-4-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원톱 크리스찬과 2선에서 자유롭게 움직인 황인범을 통해 공격을 풀어가는데, 포백 라인을 높이 전지시키는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수원FC의 스리백은 이러한 대전 전형을 약점을 잘 공략했다. 

경기 초반까지는 전형적인 스트라이커가 없어 세 명의 공격수가 뒤로 내려와서 공을 받으려는 과정에서 위협성이 떨어졌으나, 긴 패스를 통해 배후 공간을 질주하는 방식으로 대전의 라인 사이 간격을 벌리는 데 성공했다. 

결정적으로 전반 13분 스로인 상황에서 나온 임창균의 벼락 같은 중거리슈팅을 통한 선제골이 수원FC가 경기 운영을 가져갈 수 있는 기점이 됐다. 최근 5연속 무승으로 인해 부담이 컸던 대전은 선제골 실점 이후 만회를 위해 전진할 수 밖에 없었고, 수원FC는 부담 없이 수비 라인을 지키며 발 빠른 스리톱을 향한 긴 패스로 쉽게 역습 기회를 창출할 수 있었다.

전반 33분 윙어로 구성된 스리톱의 진가가 발휘된 추가골이 나왔다. 송수영이 우측면을 시원하게 돌파한 뒤 문전 배후로 내준 패스를 이승현이 이어 받았고, 이승현이 다시 문전 좌측으로 침투하던 백성동에게 키패스를 연결하는 순간 대전 수비의 파울이 발생했다.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백성동이 성공시켜 자신의 수원FC 데뷔골을 기록했다.

두 골 차로 벌어지자 대전은 더 라인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대전 공격이 잘 풀리지 않은 이유는 포백 수비 라인이 수원FC의 발 빠른 스리톱을 신경 쓰느라 라인을 높이지 못해 공수 간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수원FC는 후반 6분 이광진이 우측면 전방으로 길게 찔러준 볼을 이어받은 이승현이 강하고 정확한 왼발 중거리 슈팅을 성공시켜 3-0으로 달아났다. 4-3-3 포메이션의 수원FC는 정훈이 포백을 보호하고, 임창균이 2선의 창조자 역할, 이광진이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등 효율적인 축구를 위한 분업이 잘 이뤄져 수비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치명적인 공격을 펼칠 수 있었다.

#황인범 전진 배치 실패, 허리 실종된 대전

대전이 가진 또 하나의 문제는 공격 운영에 있었다. 대전은 풀백 김태봉을 윙어로 전진시켜 최근 효과를 봤는데, 이날은 이호석과 김태봉 등 두 측면 공격수가 풀백의 지원을 받지 못해 외로웠다. 중앙 조율사 황인범이 크리스찬의 옆 지역으로 들어가 골문에 근접한 위치에서 뛰면서 중앙 지역의 빌드업이 둔탁했다. 

김대열과 강승조가 중앙 지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측면과 전방 선수들의 개인 능력을 통한 단조로운 공격은 위력이 없었다. 스트라이커 크리스찬을 공을 받기 위해 중앙 지역까지 내려와야 할 정도로 허리가 부실했다. 크리스찬은 블라단의 터프한 수비에 막혀 문전 위험 지역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기도 했다.

대전은 전반 36분에 라이트백 박재우를 빼고 레반을 투입했고, 후반 시작과 함께 김대열을 빼고 신학영을 투입하며 4-3-3으로 전형을 바꿨다. 이호석 크리스찬 레반으로 스리톱을 이루고 황인범을 중앙 미드필더로 내려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기자 공격 전개가 매끄러워졌다. 

대전의 만회골은 후반 30분 황인범이 중앙 지역 후방 정면으로 내려와 문전으로 찔러준 로빙 패스를 크리스찬이 헤더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대전은 마지막 교체 카드로 미드필더 강승조를 빼고 윙어 김정주를 투입해 총공세를 폈지만 수원FC가 잔여 시간을 실리적으로 지켰다.

날이 더운데다 주중 경기가 예정된 가운데 조 감독은 굳히기에 나섰다. 임창균은 또 다른 공격수 서상민으로 교체했으나. 라이트백 황재훈을 민현홍으로 바꿔 측면 수비 체력을 보강하고, 공격수 송수영을 빼고 센터백 안재훈을 투입해 5백으로 배후 공간을 지웠다. 서상민을 원톱으로 두고 백성동과 이승현까지 측면 수비에 가담시켜 5-4-1 형태로 대전의 막판 공세를 막았다. 조 감독은 지난 4경기 연속 무승부의 아픔을 끝내기 위해 막공이 아닌 ‘실공(실리적인 공격)’으로 시즌 네 번째 승리를 거뒀다. 

대전전 3-1 승리로 수원FC는 승점 16점을 얻어 리그 3위로 뛰어올랐다. 선두는 승점 21점의 경남, 부산은 20점으로 2위다. 선두와 승점 차가 5점. 추격이 불가능한 차이는 아니다. 수원FC는 5월 3일 4위 아산무궁화FC와 원정 경기로 10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두 팀 간 승점 차이가 1점에 불과해 양 팀 모두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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