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6/2017 시즌의 EPL은 더욱 그렇다. 절대강자를 찾기 힘들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토트넘홋스퍼가 화이트하트레인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즌에 위대한 기록을 남겼다.
현지시간으로 4월 30일 치른 아스널과의 ‘2016/2017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 경기는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리는 마지막 북런던 더비였다. 토트넘은 이 경기에서 아스널에 2-0 완승을 거두며 선두 첼시와 승점 차이를 4점으로 유지했다.
토트넘은 2016/2017시즌을 끝으로 홈 경기장 화이트하트레인을 떠난다. 1899년 9월 4일 개장해 100년 넘게 사용해온 안방이다. 토트넘은 2018/2019시즌 입성을 목표로 뉴 화이트하트레인을 건축한다. 2017/2018시즌에는 웸블리 경기장을 임시로 사용한다.
리그 폐막까지 4경기를 더 치르는 토트넘은 역전 우승의 희망을 살렸다. 그 보다 중요한 것은 화이트하트레인에서 토트넘에서 올 시즌 남긴 기록이다. 토트넘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치른 18번의 홈 경기에서 16승 2무의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창단 이후 최고의 홈 성적이다.
이날 북런던 더비에서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안정된 포백이 아르센 벵거 감독이 새로이 시도하고 있는 스리백을 제압했다. 전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모두 토트넘이 아스널을 이길만한 경기를 했다.
아스널은 세 명의 수비를 문전에 배치해 미드필드진의 수비 부담을 덜고 수비 안정화를 추구했으나 손흥민 케인 에릭센 델레알리로 이어지는 공격진이 좁은 공간을 무력화하는 저돌성과 세밀함을 보여 두 골을 얻었다. 손흥민은 시즌 20호골 고지에 도달하지 못했으나 경기 내내 힘있는 플레이로 토트넘 공격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러나 이 경기는 선수 보다 팀의 기록이 중요하다. 올 시즌 홈 무패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팀은 토트넘이 유일하다. 선두 첼시는 두 번 졌고, 맨체스터시티와 맨체스터유나이티드도 한 차례씩 패배 기록이 있다. 올 시즌 돌풍의 팀 에버턴 역시 홈 강세가 돋보이지만, 12승 4무 2패로 안방 불패를 지키지 못했다. 최근 8연승을 마감하고 첼시에 0-3 완패를 당했다.
화이트하트레인과 이별하는 토트넘은 현지 시간으로 5월 14일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치를 마지막 홈경기까지 지지 않으면 홈 무패로 시즌을 마친다. 지난 2015/2016시즌에는 홈 무패를 기록한 팀이 없었다. 2014/2015시즌 첼시가 우승을 차지하며 홈 19경기에서 15승 4무를 기록한 바 있다.
2011/2012시즌 맨체스터시티가 우승하며 홈 19경기에서 18승 1무를 기록한 것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 5년 간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홈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토트넘은 아스널전을 무실점으로 마쳐 홈 실점이 8골에 머물러 있다. 홈에서 무려 13연승 중.
토트넘은 이날 승리로 아스널과 승점 차를 17점으로 벌려 잔여 경기와 관계 없이 아스널보다 높은 순위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무려 22년 만에 아스널을 추월한 것이다. 토트넘은 리그에서 치른 북런던 더비 6연속 무패로 북런던 축구의 세력 균형을 뒤집었다.
여전히 우승 가능성은 런던의 또 다른 강호 첼시가 유력한 상황이지만, 토트넘 역시 충분히 의미있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토트넘은 리그 두 차례 대결에서 첼시와 1승 1패를 주고받았다. FA컵 준결승전에서 패했고, 리그 우승 경쟁에서도 뒤져있으나 리그를 선도하며 첼시를 추격하는 위치를 견지하고 있다.
2015/2016시즌에는 레스터시티의 동화 같은 우승이 주목 받았다. 2016/2017시즌에는 주제 무리뉴와 주제프 과르디올라의 귀환, 안토니오 콘테와 위르겐 클롭의 전술 능력 등이 기대를 받았다. 묵묵히 정진한 포체티노의 토트넘은 발전을 멈추지 않고 1961년 만에 리그 세 번쨰 우승,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첫 우승이라는 영광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화이트하트레인을 떠나는 토트넘은 더 큰 클럽이 되기 위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 여정에 손흥민의 족적이 작지 않다. 손흥민과 토트넘이 올 시즌 위대한 기록으로 유종의 미를 함께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글=한준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 [리그앙.1st] 발로텔리에 운 PSG, 우승은 멀어지고
- 머리 아픈 지단, '페페도 없고 베일도 아프고'
- 비보이가 된 엠레 찬, 리버풀 구한 바이시클킥
- 지단이 호날두를 질투한다고?
- ‘크루이프만큼 우승’한 로번, 그 너머를 바라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