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레알마드리드의 공격 ‘BBC’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지만, 유벤투스의 수비 'BBC‘는 더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닥동하고 있다. 그 뒤에는 위대한 골키퍼 'B’가 있고, 세대교체를 위해 대기 중인 후배까지 존재한다. 완벽한 수비진이다.

4일(한국시간) 모나코의 스타드 루이 II에서 ‘2016/2017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강 1차전을 가진 유벤투스는 AS모나코를 2-0으로 꺾었다. 원정골을 두 개 넣으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유벤투스는 한결 여유 있는 상황에서 10일 열리는 홈 2차전을 준비한다.

유벤투스가 UCL에서 순항 중인 가장 큰 비결은 수비다. 유벤투스는 조별리그에서 올랭피크리옹, 세비야를 상대로 각각 1골씩 실점했다. 그 외에는 9경기에서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11경기에서 19득점 2실점을 기록 중이다.

한때는 대진운이 좋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조별리그에서 만난 세비야는 당시 스페인라리가에서 선두 경쟁을 하던 팀이었다. 8강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힘든 경기 중 하나인 바르셀로나 원정을 0-0 무승부로 넘기며 무실점을 유지했다.

유벤투스는 특정한 수비 전술로 정리할 수 있는 팀이 아니다. 이번 시즌을 치르면서 수비전술이 조금씩 바뀌었기 때문이다. 시즌 초에는 3-5-2에 가까운 포메이션이 많이 쓰였고 조별리그를 거치며 4-3-1-2, 4-5-1 등 여러 선수 배치가 시험됐다.

토너먼트가 시작되기 전부터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새 포메이션인 4-2-3-1을 시험했다. 3-5-2에서 두 명뿐이던 공격 자원이 4-2-3-1에선 4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면서도 마리오 만주키치의 적절한 수비 가담을 활용해 오히려 수비력을 강화했다. 바르셀로나 원정을 비롯해 16강, 8강 4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한 배경이었다.

모나코를 상대로는 선수 배치가 3-4-2-1에 가깝게 또 바뀌었다. 유벤투스가 이번 시즌 거의 쓰지 않다가, 8강 바르셀로나전을 마친 뒤인 지난 4월 24일 세리에A 제노아전에서 한 번 썼던 포진이다. 당시만 해도 체력 안배를 위한 임시방편처럼 보였지만 공수 양면에서 안정된 기량이 나오며 제노아를 4-0으로 꺾었다. 알레그리 감독은 새 전술을 모나코전에 적용해 성공을 거뒀다.

알레그리 감독은 오른쪽 윙어로 뛰던 후안 콰드라도를 빼고 스리백으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 “자미 케디라의 경고누적 결장 때문에 모나코의 역습을 저지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전술보다 중요한 유벤투스 수비의 힘은 수비수들 그 자체다. 모나코를 상대로 나온 조르조 키엘리니, 레오나르도 보누치, 안드레아 바르찰리는 2년 전 UCL 결승 진출 멤버들이자 이탈리아 대표팀에서도 꾸준히 호흡을 맞춰 온 세계 최고 수비진이다. 수비수 개인을 보면 다른 팀에 더 뛰어난 선수들이 있지만, 오래 맞춰 온 호흡의 힘은 유벤투스가 세계 최고다. 2011년 1월 바르찰리가 영입된 뒤 벌써 6년이 넘었다. 일명 ‘BBC’다.

이들의 뒤를 받치는 잔루이지 부폰 골키퍼 역시 이탈리아와 유벤투스 양쪽에서 완벽한 호흡을 유지해 온 선수다. 39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빠른 예측과 정확한 위치 선정을 통해 많은 선방을 해 낸다.

이날 유벤투스 수비가 완벽하지는 않았다. 아우베스가 공격에 치우친 역할을 하느라 배후 공간이 많이 발생했다. 이 곳을 바르찰리가 혼자 커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종종 빈틈을 보인 유벤투스는 모나코의 크로스와 속공을 몇 차례 허용했다. 그때마다 부폰 골키퍼의 엄청난 선방이 위기를 넘기게 했다.

어떤 전술에서도 최선의 플레이를 하고, 동료가 만든 빈틈을 서로 메워준다는 점이 유벤투스 수비진을 더 강력하게 만든다. 키엘리니는 막강한 신체 능력이 조금씩 쇠퇴하는 중이지만 한결 노련한 수비를 하고 있다. 바르찰리의 빠른 판단력이 여전하고, 보누치는 수비를 넘어 뛰어난 롱 패스로 공격 전개에서 큰 비중을 담당한다.

주전 선수들에게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 유벤투스 수비를 더 무섭게 한다. 유벤투스는 이번 시즌 메흐디 베나티아를 영입했고, 유망주 다니엘레 루가니도 본격적인 전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UCL에서 베나티아가 2경기, 루가니가 2경기 선발로 뛰었다. 23세 루가니는 36세 바르찰리와 33세 키엘리니 중 먼저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를 자연스럽게 대체할 수 있는 정상급 유망주다.

유벤투스는 모든 대회를 통틀어 홈 13연승 중이다. 승부차기를 제외하면 마지막으로 홈에서 패배한 기억이 2015년 9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홈에서 더 강해지는 유벤투스 수비수들은 4강 2차전도 무실점으로 막고 결승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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