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이 변칙 전술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정면승부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전북 홈 경기에서조차 실종되어가던 ‘닥공’을 부활시키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그러려면 부상을 입은 선수들의 전력 합류가 필요하다.

3일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전주 종합경기장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9라운드를 치른 전북은 제주유나이티드에 0-4로 대패했다. 최 감독이 부임한 2005년 이후 4골 이상을 내주고 무득점에 그친 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선두를 달리던 전북은 제주와 순위가 바뀌어 2위로 내려갔다.

경기 후 최 감독은 “임기응변이나 변칙보다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상대가 잘 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데 집중했다”고 말한 경기가 자꾸 늘어났고, 제주전에서도 전북의 장점을 발휘하기보다 제주의 장점을 가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전력 누수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변칙 전략을 쓴 대가는 가혹했다.

최 감독은 제주를 상대로 스리백과 투톱을 꺼냈다. 전북은 경기를 주도하고 싶을 때 4-2-3-1이나 4-1-4-1 포메이션을 주로 쓴다. 상대를 견제하는데 초점을 맞추면 주로 스리백을 써 왔다. 제주를 맞이한 전북은 ‘닥공’ 대신 스리백을 택했다. 최근 활약상이 좋았던 윙어 에델은 포메이션 변화에 따라 벤치로 내려갔다.

스리백을 쓸 때 좌우 윙백은 공수 양면에서 큰 비중을 맡는다. 전북은 좌우 주전인 김진수와 이용, 여기에 좌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최철순까지 모두 빠진 상태였다. 최 감독은 왼쪽에 박원재, 오른쪽에 김민재를 억지로 기용해가며 스리백을 고집했다. 특히 원래 센터백인 김민재는 이 경기가 겨우 두 번째 윙백 출장일 정도로 경험이 부족했다. 결국 전반전이 끝나자마자 선수 교체를 통해 김민재가 중앙수비수로 복귀했다. 

전북의 특이한 교체 카드에서 최 감독의 고민이 잘 드러났다. 최 감독은 원톱으로 경기를 시작해 후반전에 공격수를 한두 명 추가하는 경우가 많다. ‘닥공’ 브랜드를 상징하는 전술 운용이다. 반면 제주전에서는 에두와 김신욱을 투톱으로 쓰다가 후반 15분 둘 다 빼고 이동국, 이승기로 바꿨다. 포메이션을 3-5-2에서 4-1-4-1로 바꾸기 위한 교체였다. 스리백의 실패를 인정하고 전북이 더 잘 하는 축구로 돌아가려는 시도였다. 최전방을 이동국이 맡고, 이승기와 에델이 좌우 윙어로 배치됐다.

순서가 바뀐 경기 운영이었다. 전반전을 4-1-4-1로 시작했다가 후반전에 3-5-2로 전환하는 것이 전북 선수들에게 더 익숙했다. 경기 시작부터 스리백을 쓴 것이 나쁜 선택으로 판명됐다. 특히 측면에서 공격 가담이 어색한 김민재를 포백의 풀백도 아니고 스리백의 윙백으로 기용한 건 무리수였다. 수비를 포백으로 구성했다면 김민재를 조금이다로 덜 어색한 위치에 기용할 수 있었지만 최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최 감독은 경기 후 “우승에 끌려가듯이 리그를 치러 왔다. 오늘 경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매 경기 상대에 대한 맞춤 전략을 짜는데 급급했다는 자아비판과 함께, 앞으로는 더 주도적인 경기를 하겠다는 뜻을 읽을 수 있다.

마침 이승기가 복귀했다. 5월 말에는 이재성도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플레이메이킹에 대한 부담이 컸던 김보경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이재성, 이승기, 김보경 등이 중앙을 안정화시키면 경기를 장악하기도 쉬워진다. 최 감독은 제주전 패인을 “초반에 미드필드 싸움에서 이겨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정리했다.

전북은 4-1-4-1 포메이션을 쓴 상주상무전에서 4-1 대승을 거두며 강력한 공격력이 잠재돼 있다는 걸 보여준 바 있다. 여전히 K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선수단을 가진 팀이다. 전북이 재미있는 공격 축구를 해야 리그 전체의 재미와 수준이 모두 올라간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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