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남부는 프란체스코 토티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

AC밀란 팬들이 안방 산시로에서 AS로마에 1-4 완패를 당하던 와중에 내건 걸개의 문구다. 한국 시간으로 8일 새벽 열린 ‘2016/2017 이탈리아 세리에A' 35라운드 경기.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로마 레전드 프란체스코 토티(41)에겐 마지막 밀라노 원정 경기였다.

2017/2018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직행티켓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기를 치르고 있는 로마는 토티의 은퇴가 더 큰 이슈다. 1989년 로마 유소년 팀에 입단한 이후 1992년 로마에서 프로선수로 데뷔한 토티는 무려 25시즌을 로마에서 보냈다. 앞으로 더 이상 나오기 어려운 원클럽맨의 표상이다.

로마는 밀란 원정에서 전반 8분과 전반 28분에 에딘 제코가 연속골을 터트리며 앞서갔다. 밀란이 후반 31분 마리오 파살리치의 골로 따라 붙었지만 곧바로 2분 만에 스테판 엘샤라위가 쐐기골을 넣었다. 

경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 3-1 리드 상황에서 로마에겐 한 장의 교체 카드가 더 남아있었다. 로마 원정 팬들은 토티의 이름을 연호했고, 밀란 팬들도 박수로 동조했다. 하지만 후반 39분 루치아노 스팔레티 로마 감독의 마지막 교체 카드 선택은 브라질 수비수 브루누 페레스를 공격수 제코 대신 투입하며 수비를 강화한 것이었다.

이 결정에 대해 로마 팬들과 밀란 팬들 모두 비난했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 역시 토티에게 마지막으로 산시로 그라운드를 밟을 기회를 주지 않은 결정에 집중됐다. 

토티는 로마의 레전드를 넘어 이탈리아 축구의 레전드다. 세리에A 전체가 기려야할 기술과 정신을 보여준 선수다. 안방에서 완패를 당하면서도 밀란 팬들이 토티를 위한 걸개를 내걸었던 이유다. 리그 안에서는 경쟁자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이탈리아 축구를 함께 구성하는 공동체 구성원이다. 

이탈리아에서 토티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스팔레티 감독의 입장에선 속상한 일이기도 하다. 로마는 마지막 교체를 단행한 이후 후반 42분에 토티의 후계자인 다니엘레 데로시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안정적인 4-1 승리를 거뒀다. 

앞서 나폴리가 칼리아리를 꺾어 승점 77점에 도달한 가운데 로마에겐 밀란전 승리가 절실했다. 이 승리로 승점 78점을 기록, 리그 2위 자리를 지켰다. 로마의 36라운드 상대는 승점 85점으로 우승이 유력한 유벤투스다. 로마는 2위 수성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스팔레티 감독은 완승이라는 결과에도 토티를 투입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이미 공격 옵션으로 엘샤라위를 투입한 상황이었고,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지쳐있었다. 밀란이 계속 공격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골을 연이어 내줄 수도 있었다”며 전술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토티를 투입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로마로 돌아온 것이 후회된다.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돌아오겠다는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며 분통을 터트렸다. 

스팔레티 감독은 “정말 실망스럽다”는 말을 연발하며 “토티는 훈련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팀을 위해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말로 매 경기 결과가 절박하고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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