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성남] 김정용 기자= 선수, 코칭스태프와 함께 성남FC 서포터도 흠뻑 젖었다. 그러나 폭우를 뚫고 90분 동안 소리를 지른 뒤에도 승리는 찾아오지 않았다. 이제 익숙할 지경이 됐다.

13일 경기도 성남시의 탄천종합운동장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12라운드를 가진 성남이 FC안양과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지난 11라운드에서 수원FC를 꺾었던 성남은 시즌 첫 연승을 기대했지만 경기는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다.

 

왜 골을 못 넣었나 : 성남의 경우

경기 전 박경훈 성남 감독은 “챌린지에선 롱볼도 띄우고 전투적으로 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짧은 패스에 집착하지 말고, 보기 좋은 플레이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최근 비슷한 이야기를 몇 차례 반복한 끝에 아예 마음을 굳힌 듯 보였다. 리그 풍토상 짧은 패스로 점유율을 높이는 공격보다 선 굵은 공격이 더 낫다고 판단한 듯했다.

최전방 공격수 박성호, 왼쪽 윙어 황의조의 조합이 박 감독의 생각을 잘 반영하고 있었다. 활동폭이 넓은 황의조를 공격수가 아니라 윙어로 끌어내리고, 최전방엔 장신 공격수 박성호를 배치했다. 박 감독은 “성호가 골을 많이 넣지 못하더라도 다른 선수들의 득점을 도울 수 있다”고 했다. 박성호의 키와 볼 키핑을 모두 활용해 1선과 2선의 득점력을 모두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었다.

성남의 구상은 몇 차례 골 기회로 이어졌다. 센터백 오르슐리치의 롱 패스를 박성호가 머리로 떨어뜨린 뒤 김두현이 슛을 날리는 만들어주는 장면이 나왔다. 황의조는 2선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때 한결 위협적이었다. 황의조가 이 경기에서 처음으로 날린 슛은 골대 구석으로 강력하게 뻗어나가 권태안 골키퍼의 손끝과 골대를 모두 맞고 나갔다. 오르슐리치의 패스를 받은 황의조가 침투하며 골을 넣었으나 오프사이드로 무효 판정이 나기도 했다.

전반전에 경쾌했던 황의조는 후반 들어 몸이 무거워진 뒤에도 공격을 주도하려 했지만, 판단이 조금씩 늦어 공격권을 자주 헌납했다. 후반 41분 황의조가 공을 억지로 끌고 드리블하다 수비수의 다리를 향해 슛을 날렸다. 경기가 안 풀릴 때 성남이 고질적으로 보이는 플레이였다.

대선 관련 행보로 축구에 신경을 쓰지 못했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오랜만에 경기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했지만 성남은 ‘구단주 효과’조차 보지 못했다.

 

왜 골을 못 넣었나 : 안양의 경우

성남이 아슬아슬하게 득점에 실패하는 동안 안양도 골을 넣지 못했다. 특히 후반에 안양의 골 기회가 자주 나왔다. 공격이 점점 무뎌지는 성남과 달리 안양은 시간이 지나도 몸놀림이 가벼운 편이었다.

경기 전부터 안양은 김민균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관건이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4골을 넣은 김민균은 안양 상승세의 중심이었지만 시즌 중 입대를 통해 아산무궁화로 가게 된다. 김종필 감독은 공격수 김효기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후방 배치하고, 조석재를 최전방에 세웠다.

결국 공격수들의 위력 부족이 안양의 공격을 무디게 만들었다. 시즌 초 부상의 여파로 컨디션이 나쁜 원톱 조석재는 경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다 안양에서 가장 먼저 교체됐다. 김효기는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며 득점에 가까운 상황을 만들어냈지만 스스로 마무리짓지 못했다. 이번 시즌 6골이나 몰아치며 핵심 득점 루트가 된 윙어 정재희는 기회가 올 때 슈팅조차 때리지 못했다.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두 팀 모두 득점 상황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안양은 슈팅 횟수에서 9대 으로 성남보다 좋은 기록을 남겼지만 유효 슈팅은 단 2회에 불과했다. 경기는 그렇게 흐지부지 끝났다.

 

비바람 뚫고 응원했지만, 홈 무승 8개월째

경기의 주인공은 비바람과 서포터였다. 탄천 종합운동장은 유독 날씨 변덕이 심한 편이다. 이날 킥오프 직전부터 광풍이 불고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성남 벤치 지붕이 바람에 밀려가는 걸 스태프들이 달려들어 고정시켜야 했다. 경기장 가장자리에 있던 간이의자가 바람에 날아가 잔디 위에 떨어질 정도였다. 정상적인 경기가 어려운 환경이었다. 김 감독은 “비가 와서 그런지 경기가 매끄럽지 못하고 좋은 경기가 못 됐다”고 했다.

경기장 트랙 위에 얕은 웅덩이가 생길 정도로 폭우가 심했고, 관중석 중 유일하게 지붕이 없는 곳이 성남 서포터석이었다. 서포터들은 우비가 무의미할 정도로 쏟아붓는 비를 맞으며 최선을 다해 응원했다. 관중은 총 3,433명이었다. 많지 않은 숫자였고, 성남 서포터 숫자 역시 많진 않았지만 비를 뚫고 지르는 고함은 경기장 반대쪽까지 닿았다.

서포터석에서 팀 승리를 축하한 기억이 까마득하다. 성남의 K리그 홈 승리는 지난해 9월 17일 이후 8개월째 실종돼 있다. 원정에서 최근 2연승을 거둔 반면 홈 성적은 5연패 뒤 첫 무승부다. 박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팬들에 대한 감사와 격려로 마무리했다.

“열정을 갖고 응원해주는 것에 대해 답을 못하고 있다. 오늘 또 구단주인 시장님도 나와서 격려도 해 주면서 동기부여도 해 주셨는데 득점도 승리도 못하고 있다. 감독으로서 안타깝다. 늘 응원해주시는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변함없이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빨리 승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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