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서귀포] 제주유나이티드는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위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유일한 16강 진출, FA컵에서 첫 경기 승리를 거뒀다. 세 개 대회 우승을 모두 노리겠다는 시즌 전 선언이 아직까진 유효하다. 그러나 관중은 여전히 꼴찌 수준이다. 제주는 서귀포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없는 걸까? [현장르포K] 제주편 세 번째 이야기는 조금씩 뜨거워지는 제주 월드컵경기장 분위기에 주목했다.

제주는 K리그에서 가장 기술적이고 빠른 팀으로 자리 잡았다. 삼다도(三多島)에 위치한 팀답게 재능 넘치는 선수도, 골도, 승점도 많이 가졌다. 그러나 다른 팀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것도 있다. 홈 관중이다. 현재까지 제주 홈 관중은 3,991명이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선수들에 대한 목표를 이야기하다가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관중 이야기를 꺼냈다. “한 가지 더 하고 싶은 건 관중 유치예요. 제주시와 서귀포 사이에 지리적 문제는 있다지만, 저부터 발로 뛰어서 팬들을 운동장으로 많이 유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죠.”

 

승점은 늘지만 관중은 늘지 않았다

제주를 4년째 경영 중인 장석수 대표이사는 “여기서 관중을 모으려고 노력하다보면 한계를 정말 자주 느껴요”라고 이야기했다. 제주의 연고지인 제주특별자치도 인구는 약 65만 명이다. 제주가 도내 유일한 프로 구단인 걸 감안하면 충분한 숫자처럼 보이지만, 지리적 한계가 있다. 월드컵경기장이 위치한 서귀포시의 인구는 약 18만 명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서귀포 시내와 그 인근에 거주하는 인구는 절반 정도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장 대표가 한계를 논한 첫 번째 이유가 적은 인구다.

성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관중이 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주는 특이한 사례다. 지방 구단은 순위표 위의 돌풍이 관중 돌풍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2010년부터 이듬해까지 윤빛가람 등 신예 스타를 배출했던 경남FC가 대표적이다. 제주에서도 안현범, 이창민, 이찬동 등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스타로 발돋움을 준비를 하고 있지만 아직 팬클럽을 몰고 다니진 못한다. 제주는 꽃미남으로 불린 송진형이 수 년에 걸쳐 지역 행사에 꾸준히 얼굴을 비쳤지만 지역 대표 스타로 키우는데 사실상 실패했던 사례도 있다. 송진형을 좋아하는 팬은 오히려 수도권 원정 경기를 갔을 때 몰려들곤 했다.

“그동안 많은 초대권을 배포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장 대표의 말이다. 실제로 여러 차례 무료로 경기를 봤다는 한 서귀포 주민은 현재 제주 선수를 한 명도 알지 못했다. 지난해 경기장에서 알아본 선수가 이근호 뿐이었다. 제주가 키운 스타가 아니라, 대표팀에서 이미 알려진 선수 한 명만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이근호가 떠난 지금은 그마저 없는 상황이다.

분위기가 좋아졌다

2006년 경기도 부천시를 떠나 연고를 옮긴 제주는 무료 관중과 다양한 이벤트 위주로 유치전을 벌여 왔다. 효과가 없진 않았지만 미비했다. 제주의 평균 홈 관중은 늘 5천명 대에서 7천명 대에 머물렀다. 준우승 돌풍을 일으킨 2010년에도 6,357명이었고 3위에 오른 지난해도 5,688명이었다.

그동안 좋아진 게 있다면 경기장 분위기다. 제주에서 가장 오래 머무른 선수 오반석은 “6년 전에 비해 함성을 많이 보내주시는 게 느껴진다. 예전엔 오버헤드킥 정도 해야 탄성이 나왔다면, 지금은 좋은 플레이를 할 때마다 박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료 시식 등 이벤트로 인해 다소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때에 비하면, 관중들의 집중력이 더 높아져 있다.

관중 편차가 비교적 적어졌다는 측면도 있다. 생소한 팀과 평일 저녁에 벌이는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의 경우, 과거 분위기라면 1천 명 안팎의 관중을 각오해야 하던 시절도 있었다. 올해는 애들레이드유나이티드(호주)와 가진 홈 경기에서 2,289명이 찾았다. 비교적 꾸준히 경기를 보는 사람들이 생겼다.

제주는 K리그에서 가장 마케팅 아이디어가 다양한 팀으로 꼽혔다. 박경훈 전임 감독 때 공약한 ‘홈 관중 2만 명 돌파시 감독 머리 염색’을 조 감독 대에 이르러 달성했다. 지역 행사에 꾸준히 참석했고, 주로 감독의 캐릭터를 활용해 다양한 화제를 모았다. 그 결과 관중의 수를 늘리지 못했지만, 같은 숫자가 의미하는 ‘질’은 나아졌다.

 

‘무료표 없앤다’ 선언하자마자 생긴 변화

제주는 이번 시즌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무료표를 완전히 없앴다. 무료 티켓을 배부하는 구단 관계자를 제보하면 포상금 1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입도 12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를 담아 ‘리얼 오렌지 12’라고 이름 붙인 마케팅 프로젝트의 핵심 내용이다. 아울러 티켓 가격을 올렸고, 대신 시즌권은 선착순 4,000명에게 큰 할인가로 판매했다.

기형적인 관중 구조를 감수하면서 숫자를 늘리려 하던 패러다임을 버리고, 경기의 가치를 인정받는 쪽으로 노선을 바꿨다. 지난해 33라운드까지 제주의 유료 관중은 전체 관중이 38.7%였다.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낮은 비율이었다. 객단가(좌석당 실제 수입)는 2015년 당시 926원에 불과해 1만 원을 바라보던 FC서울 등과 큰 격차를 보였다.

그 결과 제주의 입장 수익은 지난해 연간 수입을 이미 뛰어넘었다.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6일 상주상무와 가진 9번째 홈 경기를 통해 올린 수입이다. 평균 관중은 3,991명으로 지난 12년을 통틀어 가장 적은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자체 평가다.

연간회원은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1차 목표인 4,000장 판매를 이미 넘어섰다. 연간회원은 지난해의 250%를 돌파해 더 올라가고 있다. 제주는 무료 관중이 빠진 자리를 회원권 소지자들이 채우는 형국으로 파악하고 있다. 더 적극적인 관중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제주는 도민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5개년 계획을 세웠다. 첫 해 추세는 긍정적이다.

발전하는 경기장 앞 신시가지, 관중 증대 기회 될까

마침 제주의 영원한 한계처럼 보였던 서귀포가 인구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0년부터 서서히 증가한 인구는 최근 5년 만에 16%가 불어났다. 관광객이 많지만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과거와 달리 제주살이 열풍, 혁신도시와 영어교육도시 건설로 인해 인구 유입이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 선수들은 인구 증가를 직접 체감하는 중이다. 월드컵경기장과 제주 클럽하우스 사이에 들어선 일명 신시가지 때문이다. 경기장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아파트 단지가 새로 조성됐고, 이에따라 식당과 카페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15년부터 상주상무에서 생활을 하고 돌아온 배일환, 황일수는 “군대 갔다 오니까 서귀포가 완전히 바뀌었더라. 깜짝 놀랐다”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장 바로 옆에 생긴 스타벅스와 맥도날드가 신시가지 발전의 상징처럼 자리잡았다. 경기 당일에는 엔트리에서 제외된 제주 선수, 지인, 축구 팬들이 스타벅스에 뒤섞여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제주 경기를 유료로 본 적 없다는 신시가지 주민 강봉헌 씨는 “축구장엔 가지 않는 사람들도 언제 경기하는지 알 수 있다. 신시가지 주민들이 모이는 마트에 유독 사람이 많고, 도시락이 빨리 동나는 날이 바로 경기날”이라고 이야기했다. 원래 서귀포는 농업 인구의 비중이 높지만 신시가지에는 비교적 젊은 직장인의 비중이 높다. 축구장으로 유입하기 좋은 연령대다. 제주 선수들도 클럽하우스를 벗어나 신시가지 주민으로 자리잡은 경우가 한두 명씩 늘어나고 있다.

제주는 클럽하우스에 팬들이 찾아올 때를 위해 무료 카페를 마련해 뒀다. 그러나 팬보다 선수들의 휴식 공간에 가깝다. 훈련장에 찾아온 팬들이 선수들을 기다렸다 사인 받는 풍경이 제주의 목표다. 제주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과 신시가지 일대의 발전이 맞물리길 기대하고 있다. 경기장 근처가 발전하는 만큼 제주 구단도 조금씩 기회를 늘려나가고 있는 셈이다.

글=김정용 기자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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