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럽축구의 여름이적시장을 맞이해 이적과 영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재능이 있는 선수가 새로운 무대를 찾아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선수 뿐만 아니라 새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에게도 새로운 영입, 희망의 메시지다.

희망의 정점은 모든 이적설이 끝나는 순간. 바로 영입의 공식 발표가 이뤄지는 순간이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순간 까지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는 말은 정설이다. 합의가 대부분 이뤄진 상황에서 다른 팀 감독의 전화를 받고 거취를 바꾸기도 한다. 기대와 희망이 환희로 바뀌고 다시 새로운 기대가 생기는 순간은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소위 ‘옷피셜’로 불리는 사진을 찍어 세상에 알리는 순간이다.

원하던 선수가 팀에 합류해 전력에 보탬이 된다는, 더욱 강한 팀으로 변모해 새 시즌을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모든 상황이 정리되던 것이 선수 영입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변모하고 있다. 선수 영입의 순간, 새로운 입단의 순간은 마케팅의 기회로 작용하며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린델로프 입단 당일의 스폰서 노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좋은 예다. 올 여름 빅토르 린델로프와 로멜루 루카쿠를 각각 벤피카와 에버턴에서 영입했다. 각종 스폰서의 로고가 새겨진 배경 앞에서 사진을 찍는 전통적인 사진 한 장 외에도 많은 요소들이 숨겨져 있었다.

린델로프는 맨유와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맨체스터 공항으로 입국하던 날, 검정색 바지에 청자켓을 입고 나타났다. 맨유는 기사와 차량을 보냈다. 예전에는 검정색 세단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아니다. 메인 스폰서인 쉐보레의 대표적 스포츠카 모델인 빨간색 카마로를 보냈다. 여기에 하얀색 콜벳을 한 대 더 보내 카마로를 에스코트하게 했다. 카마로를 타고 훈련장에 들어서는 모습이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지고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나타난 린델로프, 맨유 이적 임박’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메디컬 테스트를 거치는 사이 관심도는 높아졌다. 얼마 후 공식 발표가 따랐고, 입단 사진 속 린델로프는 왼쪽 팔목에 새로운 검정색 시계를 차고 있었다. 맨유의 스폰서인 태그호이어의 제품이다. 쉐보레 카마로를 타고 나타나 태그호이어를 착용하고 입단하는 모습은 전세계로 퍼지며 맨유의 올 여름 첫 영입을 장식했다. 맨유도 웃고, 스폰서도 웃었다.

 

#맨유의 SNS 대박과 루카쿠의 ‘몸값 상승’ 
루카쿠 올 여름 이적시장 화제의 중심이다. 첼시 이적이 임박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맨유의 에드 우드워드 부회장의 협상력이 빛났다는 후문이다. 루카쿠는 미국 LA에서 휴가를 보내며 이적을 추진했다. 맨유의 선수단이 프리시즌 투어를 위해 LA에 도착하기 직전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고 프리시즌 투어 시작과 함께 팀에 합류했다. 이적 확정 발표 전 모든 진행 사항을 알고 있던 루카쿠는 스스로 화제의 중심이 되길 원했다.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폴 포그바와 함께 휴가를 즐기는 포스트를 게재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맨체스터가 아닌 미국에서의 프리시즌 투어가 시작된 후 영입이 완료된 탓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제한적이었지만 맨유와 아디다스는 최대한의 가용 자원을 동원했다.

결국 맨유와 루카쿠 모두는 웃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REDROM(맨유를 의미하는 RED와 로멜루의 ROM을 합성해 ‘로멜루 신드롬’을 연상시키려는 의도)이라는 해시태그를 유포하고 LA 인근의 저택에서 특별히 화보를 찍었다. 맨유의 유니폼에 새겨진 스폰서들이 그대로 노출됐다. 모든 입단 선수들이 유니폼과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진을 찍지만 별도의 화보는 이례적이다. 캘리포니아의 맑은 하늘과 함께한 화보는 SNS를 강타했다. 기존 35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확보하던 루카쿠는 일 주일 만에 65만명 이상을 추가 확보해 1백만 팔로어를 달성했다. 맨유 역시 루카쿠 입단 관련 트위터 포스팅을 통해 약 10만회 이상의 리트윗을 기록했다. 맨유 트위터 역사상 최다 리트윗 기록이다. 이를 통해 맨유와 루카쿠 모두 SNS에서의 가치를 높이고 팬층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해당 기록이 달성, 발표된 후 뉴욕 증시에서 맨유의 주가는 상승했다. 

맨유도 웃고 있지만 루카쿠도 활짝 웃고 있다. 루카쿠의 개인 스폰서 때문이다. 기존 나이키와 용품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던 루카쿠는 종료 후 새로운 계약을 맺지 않고 있다. 아디다스가 경합 중이지만 결정을 미루고 있다. 루카쿠는 입단 화보에서 아디다스의 새로운 울트라부스트 제품을 착용했다. 훈련시에는 네메시스 축구화를 착용했다. 용품 스폰서로 아디다스를 확보 중인 맨유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루카쿠는 아디다스 제품을 적극적으로 착용하며 맨유를 만족시켰다. 하지만 프리시즌 경기 중에는 나이키의 하이퍼베놈 축구화도 병행 착용하며 자신의 새로운 용품 계약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만방에 알렸다. 맨유 입단을 지렛대로 삼아 스스로 몸값을 높인 셈이다. 

 

#스폰서가 선수 영입에 입김을? ‘불가능한 일’
지금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등으로 많은 한국인 선수가 진출했다. 더불어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마케팅을 펼치는 국내 기업들 역시 한국 선수들이 몸을 담은 팀에 스폰서로 연을 맺었다. 매번 ‘한국 기업이 스폰서로 참여하니 새로운 선수 영입이 수월하지 않겠는가’라는 말들이 나돌았다. 이적시장을 통해 구단과 선수가 웃고, 스폰서까지 노출의 이득을 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선수단 운영과 스폰서 운영이 별도로 진행되는 구단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스폰서의 힘으로 선수 영입 혹은 출전을 요청하는 일은 선수단의 전권을 가진 감독의 영역에 ‘침범’을 하는 행위다. 실제로 프리미어리그 구단의 스폰서로 참가 중인 한 기업의 국내 관계자는 “아시아 투어를 진행할 경우 상업적 이득을 위해 출전을 시켜달라고 합리적인 설득을 할 수는 있겠지만, 영입이나 실제 리그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을 만큼의 위반 사항이다”며 각 팀들과 스폰서의 계약 조건에 명시된 기본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가능한 경우도 있다. 하부리그의 중소구단 혹은 구단 소유 관계상 특정 국가 출신의 자본이 있는 경우 무례한 요구를 하는 사례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코칭스태프, 선수단 그리고 팬들의 반발로 무산되거나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가 존재했다. 선수 영입으로 인한 마케팅 효과의 극대화는 선수의 높은 가치, 구단과 스폰서의 마케팅 실력이 융합될 경우 가능한 일이다. 맨유의 다음 영입과 그에 따른 마케팅 활동은 네마냐 마티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글=김동환 기자
사진=맨유홈페이지, 맨유 SNS 

::: 김동환은 박지성과 함께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드 트라포드에서 근무한 한국인이다. <김동환의 축구版>은 국내외를 넘나들며 위트있는 시각으로 축구를 바라본다. 현재 풋볼리스트 기자, SPOTV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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