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도하(카타르)] 한준 기자= 14일(한국시간)로 예정된 카타르와 A조 8차전 경기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일정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조기 소집이 가능했다. 컨디션 관리부터 전술 훈련까지 모든 면에서 충분한 담금질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10일 오후 6시경 도하에 입성한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은 표정은 밝지 않았다. 특히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숙소로 이동하기 앞서 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내내 어두운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긴 이동 시간으로 인한 피로다. 전훈 장소였던 아랍에리미트연합(UAE)이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해 항로가 막혀 쿠웨이트를 경유해 들어왔다. 한 시간 가량 이동하면 될 거리에 있었으나 경유를 통해 이동하면서 다섯 시간이 넘게 걸렸다. 

실제 선수들이 쓴 시간은 더 길다. UAE 숙소를 떠나 카타르 숙소까지 이동하는데 실상 하루를 통째로 쓴 셈이다. 대표팀은 UAE를 떠나기 전날에서야 10일 도하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첫 훈련 스케줄 취소를 결정했다. 이 훈련을 취소한 것은 이라크전 이후 3일 가량 훈련 공백이 생긴 것을 의미한다. 경기 다음날 진행한 회복 훈련은 소수 인원으로 진행된 간단한 운동이었다. 

대표팀은 5월 29일에 소집했다. 첫 소집은 소속팀 일정상 조기 합류가 가능했던 12명만 들어왔다. 인원 부족으로 일대일 상황 등 제한된 훈련만 가능했다. 전술 훈련은 할 수 없었다. 전훈지인 UAE로 이동하기에 앞서 6월 1일 장현수가 추가 합류해 13명이 됐다. 그제야 필드플레이가 12명이 되면서 짝이 맞았다. 그래도 미니게임 훈련에는 설기현 코치가 선수로 합세해야 정상 훈련이 가능했다.

대표팀은 3일 UAE로 출국해 4일부터 6일까지 훈련했다. 7일 이라크전을 치렀다. 실제 전체 선수들이 모여 진행한 전술 훈련은 2~3일 밖에 하지 않았다. 이라크전에 실험한 스리백 전술의 완성도가 부족했던 것도 당연한 현상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도하 입국 현장에서 “공이 풀백과 수비 라인에서 머물렀다. 전진 빈도가 적었다. 더 과감하게 전방으로 볼을 보내는 부분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이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라크전 이후 3일 간 훈련 공백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카타르와 경기 당일까지 완벽하게 개선할 수 있을지 여부에 물음표가 달렸다.

#3일 간의 훈련 공백, 효과 반감된 조기 소집

줄어든 훈련 시간에 대한 질문에 슈틸리케 감독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단호하게 일축했다. “경기 후 선수들의 피로, 이동으로 인한 선수들의 피로를 감안하면 휴식을 취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이었다. 

경기 다음날 가벼운 회복 훈련 후 휴식을 준 것은 슈틸리케 감독의 예상 범위 안에 들어있다고 해도, 아랍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10일까지 훈련을 하지 못한 것은 분명 플랜 밖의 일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직 이틀의 준비 기간이 더 있다. 이 기간 동안 잘 준비 하겠다”고 했다.  현지시간으로 경기는 13일 밤 10시에 열린다. 11일과 12일 양일간 훈련으로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것인데, 결국은 이전 A매치 일정과 비교해서 특별히 더 많은 시간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 경기 하루 전인 12일에는 강도 높은 훈련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결국 11일 진행할 훈련정도만 높은 긴장감 속에 진행할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도하 이동에 앞서 9일에 선수단에게 완전한 자유 시간을 줬고, 10일은 온종일 이동에 시간을 보내 저녁 시간 역시 휴식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라크전에 드러난 공격적인 부분의 미진함을 보완할 계획에 대해 “먼저 분석을 해야 한다. 이라크전에 분석한 내용을 아직 선수들은 보지 못했다. 이제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비디오 미팅이 너무 길어지는 것도 좋지 않지만, 대체로 휴식시간으로 보낸 3일간 진행하지 않은 것은 의아한 부분이다. 코칭스태프에게도 분석을 위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고, 휴식일에 선수들에게 정신적으로도 완전하게 편한 시간을 주고자 하는 의도로 본다면 도하 입성 시점까지 비디오 미팅이 이뤄지지 못한 이유를 감안할 수 있다. 

하지만, 카타르전을 준비할 시간이 아주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더 신속하고 기민한 일정 대응이 필요하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다. 경기 결과가 좋지 않으면 훈련 공백기간에 조기 소집 효과를 높일 구조적 대안이 필요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휴식 기간 동안 대표 선수들이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주장 기성용을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이라크전 영상을 보며 준비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대표팀 소집 기간에도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코칭스태프 차원에서, 팀 차원의 전략 점검과는 밀도가 다르다.

#UAE 전훈 추진한 슈틸리케 플랜, 생각보다 치밀한 카타르 플랜

카타르 원정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것은 더운 날씨다 한낮에는 45도가 넘고, 밤에도 30도가 넘는 날씨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UAE 전지훈련을 준비했다. 협회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카타르전을 준비하기 위한 장소로 UAE를 택한 것은 슈틸리케 감독 본인이다. 

과거 대표팀은 카타르 입성에 앞서 유럽으로 전지훈련을 가기도 했다. 2012년 카타르 원정 당시 스위스 베른에서 스페인과 경기한 뒤 카타르를 상대해 4-1로 대승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동남아시아를 거쳐 가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 된 것으로 알려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와 비슷한 날씨의 장소에서 일주일간 운동하며 적응했다. 이라크전을 치르며 선수들이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적응을 했다”고 했다. 

카타르전을 준비하는 방식의 최종 결정권자는 감독이다. UAE-카타르 단교 사태는 대비가 불가능한 ‘사고’였지만, 조기 소집의 효과가 둔화된 상황 속에 ‘플랜의 성패’ 여부는 결과로 평가 받을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 진입 후 시리아, 이란, 중국 등 원정 경기에서 무득점 무승을 기록했다. 카타르 원정에서도 득점과 승리를 챙기지 못한다면 결과론적 비판이라고 해도 피해가기 어렵다. 누적된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슈틸리케 감독은 인터뷰 내내 “머리 속에는 이겨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다. 승점 3점을 가져오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슈틸리케 감독 자신도 카타르 원정은 그 어떤 이유도 필요 없이 결과만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승리라는 생각 외에 다른 어떤 생각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다른 팀 상황이 어떻게 되는 게 우리한 게 좋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남은 경기를 다 이기면 본선에 갈 수 있다. 우리 손에 달려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파주NFC 훈련 당시 보였던 활기와 생기가 사라진 대표팀 선수들의 입국 현장 모습, 취재진과 문답 과정에서 종종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던 슈틸리케 감독의 모습은 “모두가 만족할 결과를 내겠다”는 발언에 큰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 결과에 대한 부담은 카타르전의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미 예선 탈락이 확정된 카타르는 결과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지만, 경기에 대한 의욕은 결코 작지 않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카타르는 한국전을 대비해 북한과 경기를 했다. 전략 노출을 막기 위해 이례적으로 중계방송을 하지 않아 영상 자료를 구할 수 없었다. 경기 일정도 미리 알 수 없어 분석관이 갈 수 없었다. 

카타르는 6일에 북한과 경기에 한국전을 앞두고 휴식과 회복, 훈련 시각을 넉넉히 가졌다. 소리아가 없는 상황에서 어떤 전략으로 나설지 밑그림도 숨겼다. 홈팀의 이점을 톡톡히 누릴 수 있는 상황이다. 원정팀 한국은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다. 슈틸리케 플랜은 결과로 말해야 한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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