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성남] 한준 기자=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은 개최국 한국이 16강전에서 탈락한 이후 열기가 크게 식었다. 선수들 대부분도 타국 경기를 외면하며 아픔을 치유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4일 열린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의 8강전 경기를 챙겨봤다. 

“경기를 보면서 배워야 할 점이 있으니까. 우루과이는 포르투갈을 상대로 어떤 전술을 들고 나올까 생각했는데, 위안을 삼자면 우루과이도 4-4-2를 들고 나왔더라고.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나왔구나.”

두 팀이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으로 경기장을 찾은 한국 축구팬들에 재미를 선사해줘 좋았다고 말한 신 감독은 꽤 많이 피곤해보였다. 대회 종료 이후 이어진 유수 매체와 인터뷰 일정에 “대회 기간에 더 편했다”는 신 감독의 눈은 반쯤 감겨있었다. 

인터뷰의 홍수 속에 신 감독을 만난 ‘풋볼리스트’는 축구적인 부분에 더 집중했다. 신 감독의 전략적 선택에 대한 복기, 대회 운영과 한국 축구의 기술적 측면에 대해 더 깊게 들어가 보고자 했다. 의문과 비판이 쏟아진 부분에 신 감독과 나눈 솔직한 문답을 기록했다. 

#포르투갈전 전술: 상대가 그렇게 내려앉을지 몰랐다

-포르투갈전의 포백이 수비 불안을 야기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경기 마다 포메이션이 바뀐 부분도 급진적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내가 판단하기엔 4-4-2로 가야 상대를 이길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상대를 분석하고 준비했는데, 사실 첫 번째와 두 번째 골을 먹을 때 볼이 그렇게 상대에게 떨어질 위치가 아니었다. 스리백을 쓰다가 포백을 써서 수비가 약해졌다? 선수들은 다 자기가 서왔던 자리에 섰다. 내가 쓴 스리백은 포어리베로를 두는 포백이었다. 난 전술을 간단하게 바꾼 것이지 확확 바꾼 것은 아니다. 밥 먹고 축구만 하는 선수들이 그 정도 이해력도 없다면 자질이 없는 것이다. 3-4-3, 4-4-2, 4-1-3-2에서 포어리베로를 세우고, 풀백이 돌아올 때 커버해주는 것 정도를 간단하게 만져주는 정도다. 

-포르투갈전에 4-4-2를 계획한 이유는?
사실 우리 선수들의 능력이 상대 선수들보다 뛰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변형된 전술을 들고 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포르투갈전은 우리가 4-4-2 들고 나와서 전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면 후반전에는 상대가 체력적으로 많이 떨어질 것으로 봤다. 전반전을 0-0으로 마치면 후반전에는 우리가 이긴다고 봤다. 그런데 전반전에 선방으로 두 방을 먹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무너졌다. 이번에 느낀 것은, 토너먼트에서는 공격 보다는 수비적으로 안정을 가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홈이지만 더 안정적으로 가야 한다. 그랬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우리가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은 했다.  

-아르헨티나전의 경우 상대가 강하게 밀어붙이는 와중에도 수비가 단단하다는 느낌을 줬다. 구조적으로 좋아보였는데 포르투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체력의 문제인가, 구조의 문제인가? 
사실을 말하자면 시스템이 바뀌어서 그런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전반전에는 우리가 오히려 더 빨리 내려앉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포르투갈이 그렇게 내려 앉을 줄 몰랐거든. 오히려 포르투갈 애들이 먼저 내려앉아버리잖아. 난 설마 얘네들이 이렇게 내려앉겠어?  최소한 맞받아치겠지. 이렇게 생각했다. 전반전에 우리가 포어리베로를 쓰고 수비적으로 안정적으로 하다가 후반전 15분, 20분쯤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맞겠다는 생각을 지금은 갖고 있다. 포르투갈이 그런 자세로 나온 것에 내 판단 미스가 됐다. 사실 포르투갈이 내려 앉을 상황도 대비는 했는데, 그 정도로 내려설 줄은 몰랐다. 

-포르투갈 분석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들었는데?
포르투갈이 유럽 대회에 뛴 경기 영상도 다 봤고, 포르투갈에 가서 경기도 해봤다. 한국에서 포르투갈이 치른 3경기도 다 분석하고, 직접 가서 봤으니까. ‘아, 이렇게 나오겠구나’라고 생각한 부분은 다 맞았다. 7번(지오구 곤살베스)가 오른쪽으로 간 것은 생각하지 못 한거다. 그건다고 치는데 (수비라인이) 그렇게 내려앉으니까 당황했다. 상대도 우리가 4-4-2로 나올 것은 생각 못했을 거야.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상대를 끄집어내야 했구나. 지금 생각해보면 포어리베로 썼어야 됐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포르투갈전 패배가 준 교훈이 클 것 같다.
상당한 도움, 큰 도움이 됐다. 우리가 강팀이라도, 더 돌다리를 두드리며 갈 수 있는 부분이 있구나. 포르투갈이 우리가 무서워서 내려앉고 뒤에서 구축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최대한  이길 수 있는 실리축구를 포르투갈이 나한테 보여 준거지. 만약 내가 포르투갈 감독으로 한국을 만났다면 기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눌렀을 텐데, 자기들이 더 강한 팀인데도 내려앉아서, 우리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자신들이 가진 장점을 만들어가더라. 이걸 통해 나도 배우는 거지. 만약 내게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포르투갈이 우리에게 쓴 전략을 쓸 수 있는 거지. 우리는 상대가 밀고 올라올 것으로 생각하고 P2 지역(경기장을 삼등분했을 때 중간 지역)에서 훈련했는데, P3 지역(수비 지역)에서 수비를 했다면 어땠을까, 나올까 공부가 됐다. 이번에 이탈리아 축구는 왜 그렇게 수비가 강한지, 그것도 한번 직접 가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역습 축구에 맞는 패턴도 준비했다면 좋았을까?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역습 형태의 경기로 나가기 위해선 선수 구성을 바꿔야 한다. 선수 구성이 바뀌면, 그 한 두 명으로 인해 수비적인 축구, 공격적인 축구의 차이가 확연히 난다. 한국 선수들이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냐. 그런 선수는 없다는 거지. 우리는 연령별 대표 풀에서 21명의 최고 유망주를 뽑았는데, 경기를 뛰는 선수는 몇 명 없다. 잉글랜드는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뛰는 선수도 있는데, 우리는 그런 선수가 없다. 말 그대로 유망주다. 경기를 못나가는 선수들 대부분이니 실력 향상이 안 되고 있다. 매일 경기에 나가고 최고의 컨디션이어도 이길까 말까인데, 경기에 못나가는 상황이 많으니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다. 

사실 신태용이 공격만 한다? 절대 아니거든. 수비 훈련을 가장 많이 해요. 투 블록을 만드는 훈련을 많이 했는데, 처음에는 잘 이해를 못했고, 투 블록이 무엇인지, 왜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더라. 사실은 수비 숫자를 많이 두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능력에 비해 골을 먹지 않은 것이다. 포르투갈전의 경우 우리가 투 블록은 잘 섰다. 첫 골을 먹을 때도 크로스가 넘어갔지만 윤종규가 발만 건드렸어도 됐다. 하필 종규가 이승우와 '쫑'이 나면서 슈팅을 줬다. 원래는 그럴 타이밍이 아니었는데 둘이 엉켜 넘어지면서 슈팅을 때리고 골이 됐다. 두 번째 골은 윤종규의 등을 맞고 그 앞에 떨어졌다. 우리가 포백과 블록을 다 만들었는데 공이 등을 맞고 꺾이면서 빠졌다. 원래 빠질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 안되려니까 안되는구나. 그날 집에 와서 방송 3사가 다 중계했으니 돌려가며 새벽 4시까지 다 봤다. 우리 선수들이 위치를 못 선 것은 아닌데 지지리 운이 없었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 우리 수비수들이 신체조건은 좋지만 파워나 스피드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태욱이 같은 경우 높이나 힘은 있지만 돌아서는 게 늦고, 상민이는 파워가 약하단 말이야. 상대와 같이 부딪혀서 들어내고 해야 하는데, 그게 약하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실 수비수들이 잘하는 게 아니거든. 협력과 조직이 아니면 상대를 이겨낼 수 가 없어. 세계 수준보다는 떨어지지. 개인 수비 능력은 우리나라가 그렇게 좋다고 볼 수는 없어요. 

그러다보니 우리가 조직 훈련을 많이 해요. 상대가 들어와서 일대일 상황에서, 골대가 아닌 밖으로 몰아내는 훈련, 투블록을 잡는 훈련. 그게 사실 굉장히 잘됐다고 생각해. 수비는 원볼란치냐 투볼란치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항상 우리는 풀백이 많이 돌아나가니까 스토퍼가 풀백 역할을 같이 해줘야 해. 풀백이 못 내려오면 스토퍼가 나가서 묻어치고, 볼란치가 내려와서 투 스토퍼를 만들어주고. 이렇게 많이 했지. 승모는 팀에서 공격형을 서다가 대표팀에서는 수비형을 서니까 은연중에 앞으로 나가는 경향이 생기는데, 그것도 시간이 조금만 더 있으면 더 만들어갈 수 있었는데, 그게 좀 아쉽지. 양쪽 풀백도 그런 훈련이 잘됐다고 생각했는데 포르투갈전에는 그게 그렇게 맞고 들어갈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지. 

-그래서 애초에 수비 위주 역습 축구를 준비해 대회에 임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애매한 부분이다. 감독의 축구 철학에 따라 선수 구성은 달라질 수 있다. 전임이었던 안익수 감독이었다면, 예를 들어 이동준 선수로 카운터를 때리는 역습에 포커스를 맞출 수도 있다. 나는 공격에 포커스를 맞춰서 풀어나가며 골을 넣을 수 있는 부분을 만들고자 했다. 내가 추구하는 축구는 7대3, 8대2로 밀리다가 점유율을 주고 빠른 선수들의 한 방으로 골 넣기보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이정도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성장하는 것, 그걸 원한다. 

결과론이지만, 수비를 한다고 우리가 꼭 이기나? 수비만 한다고 골을 안 먹나? 그렇다면 수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수비를 한다고 골을 안 먹는다는 보장이 있나? 난 절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우리 수비 선수들의 능력이 좋아서, 아르헨티나전과 같은 수비를 매번 해준다면, 수비만 하다가 한 골 넣고 이길 수 있다. 그런데 매번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 수비해도 골을 먹는다면 한 골만 먹고 두 골을 넣는 축구를 하자. 그래야 우리가 더 강해질 수 있다. 

-개최국 성적으로 16강 탈락은 아쉬운 측면이 있는데?
협회에서도 8강이나 4강과 같은 목표를 내게 준 것은 아니다. 만약 내가 이번 대회에서 성적을 못 내면 축구 인생이 끝난다는 상황이었다면, 이런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말 이게 마지막이라면 어떻게든 올라가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런 식으로 성적을 내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 지도자는 아니다. 능력이 안 되면 내가 옷을 벗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갖고 있는 능력이 있는데 왜 항상 꽁무니를 빼야 하나. 부딪혀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성적을 내면 훨씬 더 보기 좋다. 성적을 내지 못해도 후회없는 경기를 하고 싶었다. 

-리우올림픽의 결과와 더불어 신태용 축구는 수비가 약하다는 고정관념이 더 강해진 것 같은데?
내가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언제까지 수비만 하다가 한 골 넣고 이겼다고 들떠있겠나. 수비축구는 사실 공격 축구보다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다. 공격은 변화무쌍하게 만들어서 상대를 부숴야 한다. 계속 머리를 써야 한다. 수비는 그보다는 덜하다. 지키면서, 오면 막아내기만 하면 된다. 사실 간단한 축구다. 수비 축구는 언제든 쓸 수 있지만, 공격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수비는 공격 안 올라가고 지키면 된다. 7명만 지키면 쉽게 골 안먹는다. 수비 넷, 미드필더 셋이 지키고 있으면 골 안 먹는다니까. 피지처럼 월등하게 기량차이가 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골은 안먹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축구를 해서 뭘하겠나. 그렇게 8강을 가도 찜찜하다.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뭔가? 버티는 거? 이렇게 버티면 우리가 8강에 갈 수 있다? 그런 경기를 하면 이 또래 선수들이 뭘 느끼고 배우겠나. 난 우리가 지더라도 하고 싶은 축구를 해보고, 포르투갈과 잉글랜드 같은 팀들에 무엇이 부족한지 깨닫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임민혁에게 내가 그렇게 웨이트 트레이닝하라고 말을 했는데 안하더라. 그런데 잉글랜드전 끝나고 이번에 느꼈습니다. 진짜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더라. 가서 부딪혀 보니 통나무랑 부딪히는 것 같다고. 그런 것 하나 하나를 애들이 느낀다. 지금 아무리 공을 잘 찬다고 까불어도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걸 느낀다. 그런데 수비 축구를 하면 못 느낀다. 오는대로 빵빵 걷어내면 되니까. 내가 추구하는 게 직접 부딪히면서 느껴보라는 거다. 성인 월드컵에 가면 개기든, 뻗치는, 어떻게든 해볼 수 있지만, 이 또래 선수들에겐 그렇게 내는 성적이 진정한 교훈이 될까?  

-추구하는 공격 축구 철학을 적용하기 위해 어떻게 훈련했나?
막말로 얘기해서 대표 선수가 5미터, 10미터 패스를 못하면 대표 선수야? 아니잖아. 그런데 어떤 선수들은 그걸 못하더라. 볼 컨트롤을 공격적으로 잡아 놓을지, 수비적으로 잡아 놓을지 못하는데 뭘 얘기 하냐고. 그건 반복적인 기본기 훈련이거든. 그걸 해줘야 해. 시합 때 안된다고 말만 하지말고, 안되면, 얘는 돌아서는 게 약하다, 얘는 볼 터치를 공격적으로 하지 않는데, 메모를 해놓고 훈련할 때 가르쳐야 해. 말 한 마디로 끝나는 게 아니고 반복적으로 해서 다음 시합에선 할 수 있게 가르쳐야지. 사실 이런 기본기는 대표팀이 아니라 소속팀에서 다져야 하는 부분이다.

내가 우리 대표팀 선수들 처음 소집해서 훈련시키면, 다 볼이 오면 우리 쪽으로 잡아. 그러면 안전하잖아. 그 다음은 뭐야? 백패스. 무조건 잡으면 백패스. ‘니네가 축구 선수야? 그건 초등학생도 해. 초등학생도 볼 오면 우리 쪽으로 백패스 눈감고도 해. 대표 선수라면 상대가 오더라고 딱 거머쥐고 앞으로 나가서 짝짝 찔러줘야 그게 대표 선수지. 그게 되야 공격축구를 할 수 있어. 볼 잡고 백패스 하면 언제 공격을 해. 선수들 훈련시켜보면 볼을 다 우리 골대를 바라 보고 잡아. 안 되더라도 자꾸 몸을 앞으로 돌려놔야 공이 앞으로 가잖아. 계속 반복적으로 해야지. 그렇게 잡으면 돌아서서 바로 넣어 주는 거. 오면 보고 돌려차는 거. 그걸 가장 많이 훈련했지.

난 풀백을 더 위로 올리잖아. 그러면 풀백이 앞으로 공을 잡고 앞쪽 각도로 쫙, 쫙, 쫙(손 짓으로 측면 전방과 45도 각도 사이 세 방향을 표시) 넣어줘야 해. 그런데 볼이 오면 뒤를 보고 백패스 하고 뒤에서 앞으로 땅 때린다고. ‘야, 이게 축구냐. 난 가장 싫어하는 게 이거야.’ 이런 기본 디테일에서 우리 선수들이 약해. 그래서 경기를 하면 표가 나잖아. 볼이 오면, 잉글랜드 선수들은 몸 안에 거머쥐고 하는데, 우리는 볼이 오면 컨트롤하기 바빠. 잡아 놓을 때 첫 터치가 공격적으로 자꾸 가야 상대가 무서워서 무너지는데, 우리는 우리가 무서워서 우리 골대로 잡아놓잖아. 그러면 상대에게 위협을 주냐고. 

지금 우리 20세 선수들은 그런 면에서 많이 좋아졌고, 그런 것에 만족해. 올림픽 때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맞받아치고 공격한 부분. 우리가 볼 점유율 갖겠다고 뒤에서 공을 돌리기보다 전진 패스 하면서 공격적으로. 난 지금도 세계 축구를 따라가려먼 선수들이 스스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 전술 경향이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 계열의 축구와 비슷한 면이 있는데, 그 영향을 받았는지?
비엘사 감독의 영상도 봤다. 하지만 난 어느 한 감독을 보는 게 아니라 클롭 감독, 과르디올라 감독, 무리뉴 감독, 벵거 감독, 콘테 감독을 다 본다.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 훌륭한가를 보면서, 그 사람들에게서 필요한 엑기스를 자꾸 빼내려고 한다. 빼내서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좋은 성적을 내는 감독은 갖고 있는 게 있다. 한 개라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배워야 한다. 우리 선수들에게 써먹기 위해 카피라도 자꾸 가져와야 한다. 난 카피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피해서 내 것으로 만들면 그것 내것이 되는 것이다. 내가 가장 많이 카피한 팀은 아스널이다. 벵거 감독의 3자 패스. 3자 패스하면서 수비 뒷 공간으로 찔러 넣는 패턴은 벵거 감독에게서 많이 배웠다. 

#바르사 듀오 활용과 세트피스 전략 실패

-포르투갈전에 투톱을 쓴다면 이승우를 톱으로 두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았을까라는 의견도 있다. 
내가 승우를 바르사 유스팀이 벤피카랑 UEFA 유스리그 8강전 경기를 할 때 가서 봤어. 그때 승우가 처진 스트라이커와 윙을 왔다갔다 하는데, 처진 스트라이커를 하면 상대한테 눌려서 공을 찰 수 가 없어. 오면 부딪히고, 오면 부딪히고. 그러니까 승우가 볼을 못 차는거야, 사이드에선 부딪히지 않고 잡아서 돌파해서 치고 들어가서 드리블을 편하게 할 수 있잖아. 그러면 장점을 살려줘야지. 이미 중앙은 복잡해서 승우가 치고 나갈 수가 없어. 그런 생각을 했지. 

사실 승우와 (하)승운이에게 서로 계속 왔다갔다 하면서 하라고 주문했어. 했는데도 불구하고 안 되더라고. 승우 같은 경우에는 성공하려면 피지컬을 만들어야 해. 통을 넓혀야지 허벅지와 가슴. (백)승호는 체력을 올려서 스피드 높여야 하고. 그 두 선수는 성공하기 위해 피지컬과 체력을 키워야 해. 한 두 번은 하겠지만, 90분 내내 경기를 지배하고 이기기 위해선 그 체력 갖고는 절대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선수가 U-20 대표팀의 중심이었는데?
다들 봤잖아. 순간 돌파, 센스, 재치 그리고 자신감. 그건 엄청난거거든. 자기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건 누가 얘기해서 만들어 지는 게 아니야. (백)승호는 볼을 가지면 간수능력이 있거든. 상대한테도 이 선수가 바르셀로나라면 일단 접고 들어 간다. 상대의 기를 심리적으로 누르는 것. 그걸 다 생각 하는거지. K리그에 있는 선수와 바르사 선수를 상대하는 압박감은 하늘과 땅 차이야. 승호 같은 경우는 공을 안 빼앗겨. 다 안 뺏기는 것은 아니지만 결정적일 때 감아쥐고 넣어줄 수 있다는 거. 승호는 한두달만 시간이 더 있었으면 훨씬 더 좋은 기량을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체력을 더 올려서. 지금도 체력이 한 80% 밖에 안되어 있는 거야. (발목 부상도 있었는데?) 발목이 아프다고 안 뛰게 하면 심리적으로 훅 가버린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기 위해서, 감독은 한 개부터 열 개까지 디테일을 다 생각해야 해.

-한찬희 같은 경우 주장에서 내려오고 본선에서도 중용하지 않았는데?
찬희는 전술적 이유가 맞지. 찬희는 갖고 있는 기량은 있지만, 스피디하게 나갈 수 있는 부분이 부족해. 그래서 심리적으로 편하게 해주자는 생각으로 주장을 바꿔줬어. 주장으로 팀 전체를 안고 가는 게 더 많은 짐을 주는구나. 바꿔야 겠다. 상민이가 17세 월드컵에서 주장을 했다고 해서. 세계 대회에 나가선 선수들을 모아놓고 미팅도 하고 계속 끌고 가야 하는데, 찬희는 자기 할 것부터 해야하니까. 혼자 할 것도 벅찬데 팀 전체를 아우르기엔 너무 큰 짐을 주고 있다. 그걸 풀어주니까 나중에는 더 좋아했어.  

-세트피스 준비를 많이 했다고 이야기했는데 실전에선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건 한마디로 애들이 긴장을 너무 많이 했다. 시험을 본 경험이 다들 있을텐데, 분명 아는 답이야. 근데 쓰려고 하니까 뭐지? 뭐지? 하다고 나오고, 시험지 내자마자 아 그거였잖아. 딱 아는. 그 답을 써야겠다고 너무 생각하다가 까먹어 버린 거야. 쉽게 얘기 하면, 상대가 앞이 강하다. 키 큰 선수를 앞으로 전진시키면 뒤를 공략하고, 키 큰 선수가 뒤로 가면 앞으로 공략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틈틈이 킥을 하는 선수들이 판단하거나, 혹은 경기장 안의 리더가 이번에 몇 번 전략이라고, 상대는 우리말을 모르니 얘기를 해줘야 하는데 그런 리더가 없었다.  

벤치에서 3번, 4번 하는데 관중 소리가 커서 하나도 안 들린다. 그러니 중구난방으로 전개됐다. 세트피스는 진짜 많이 준비했고, 훈련 때 잘 됐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잘 안 되서 가장 아쉽다. 세트피스는 경기력이 안좋을 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전략이다. 코너킥과 프리킥을 각각 12개씩 준비했는데 막상 시합에선 뭘 해야 할지 모르더라. 매일 오전에 세트피스 훈련을 했는데, 주구장창 1,2,3번 만 했다. 그게 가장 간단한 거다. 4번부터는 복잡하거든. 신장이 되지도 않는데 안 되는 것만 계속한 것이다. 잘 안되면 어떡하나, 그런 걱정을 하다 보니 쉬운 것만 한 것이다.  

#상대국은 상승-한국은 하향, 사이클 반대 원인은?

-결국은 늦게 부임했고, 준비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아쉬웠던 것 같다.
내 색깔을 입히는 데 한계는 있었지. 포르투갈은 4년째 같은 감독이야. 이 사람 작년은 포르투 선수, 벤피카 선수, 자기 애들을 콤비로 만들어놨다. 걔들은 굳이 많은 팀에서 선수를 뽑아볼 필요가 없는 거야. 좋은 팀에서 엑기스를 뽑아놓은 거지. 잉글랜드도 에버턴 유스들을 잘 조합했고. 같은 감독이 오래하니 선수들이 감독이 뭘 원하는 지 이미 다 알고 있고. 나도 시간이 더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팀들이 10일 더 일찍 소집할 수 있게 도와주고, 체력적으로 올릴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도움이 됐다. 하지만 사람의 사이클이라는 게 항상 쭉 갈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올라가면 내려갈 수 밖에 없는데, 우리는 평가전부터 그걸 맞췄던 부분이 있다. 

-유럽이나 남미의 강국은 대회를 치르면서 상승 사이클로 가는데, 우리는 대회를 치르면서 떨어졌다. 어쩌면 첫 경기가 피크였던 것처럼 보였다.
많이 느끼지. 우리는 한 경기 한 경기를 결승전이라고 생각하고, 첫 경기에 200% 포커스를 맞춰.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다 거기에 맞춰서 한다는 거지. 우리는 사이클을 200 150 100으로 가는 반면에 상대는 70, 80, 90, 100으로 간다는 거지. 그게 선진 축구와 우리의 차이다. 걔네들은 예선전은 한 경기 잘못되어도 다음 경기 잡으면 올라갈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우리는 한 경기만 잘못되어도 탈락이야. 그러다보니 사이클이 익스체인지되는 거지. 상대는 위로 가는 데 우리는 아래로 내려오는 거야. 심리적으로 사람이 계속해서 집중해서 갈 수 있는 건 아니거든. 그 고비가 포르투갈전이었어. 포르투갈이나 잉글랜드 같은 팀은 한 경기 잘못되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을 갖고 쭉 컨디션을 올려가는데, 우리는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모든 것을 맞춰 팍 올려서 100%을 만들어. 사실 70, 80부터 올려야 하는데 정점에서 시작하니 계속해서 긴장의 연속이지. 그건 계속 유지 못하거든. 그러다 보니까 떨어지는 거지. 

-그 사실을 알고도 이렇게 운영한 이유는?
누구를 탓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내가 세네갈하고 경기 할 때 보여주지 않기 위해 세트피스를 써먹지 않고, 수비적으로도 쓰지 않던 맨투맨 수비를 시키며 알아서들 하라고 했는데, 골을 먹고 나니까 준비가 안됐다고 (여론의 비판에) 두드려 맞는단 말이야. 비판 받고. 그런 비판을 받으면 선수들이 대회 가기 전에 기가 죽어 들어가는데. 예를 들어 우리가 평가전에서 지고 들어갔다. 그러면 이 대회는 가능성이 없다고 모든 비난을 받으면서 들어간다는 거지. 감독의 의도를 안다면 이런 건 본선에 가면 괜찮다는 반응이 나오는 게 아니라 평가전도 하나가 잘못되면 죽일 놈이 되는거야. 그런 부분에서 힘든 게 있지. 

또 하나는 내가 우리 선수들을 100% 믿고 하지만, 우리의 실력이 상대와 비교해서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를 모른다는 거야. 포르투갈이나 잉글랜드는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니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겠지만, 사실 나는 잘 몰라. 우리 애들이 경기를 다 못 뛰는 애들이라고. 우리 애들이 실제로 경기장에서  뭘 어떻게 보여줄지 모른다는 거지. 그래서 다 쏟게 해본 거야. 물론 평가전과 본 경기는 하늘과 땅 차이야. 만약 우리가 연습 경기처럼 본선에서 해줬으면 우승이야. 근데 애들을 봐. 본 대회에 가서 60~70%도 못 보여줬다고 생각하거든. 우리 애들이 100%도 아니고 여기서 20%만 더 보여줘도 사고 쳤다고 생각해. 그런데 그렇게 못한다는 거지. 

왜냐. 본 대회에 가면 선수들이 심리적 압박감이 심해서 할 수가 없다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평가전부터 100%를 다 갖고 가야하는 거야. 그런데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한달 내내 100%를 가져갈 수 있겠어요? 못 가져간다는 거지. 대회 준비부터 그럼 그걸 아는 사람이 왜 그러냐? 첫 경기가 잘못되면 어떻게 될까. 기니와 첫 경기가 잘못되면 아르헨티나 잉글랜드를 이길 보장 더 없다는거지. 그래서 처음부터 100%로 올리고, 유지를 최대한 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웠지. 게다가 상대국에 비해 우리는 개최국에서 너무 많은 미디어의 관심을 받다보니 그 압박감도 더 컸고. 그런 상황에서 유지하는 게 절대 쉽지 않다. 

#국가대표 선수들, 왜 쉬운 킥을 실수하나

-결국 본선에서는 패스미스도 많았고, 킥 미스 등 기술적인 실수가 많이 나왔는데, 이 역시 사이클에 따라 체력적인 어려움과 심리적 압박감이 겹친 결과인가? 아니면 선수들의 기본기 문제가 드러난 것인지?

그날따라 심했다. 난 그 정도로는 생각 안했거든. 이유현도 크로스 좋은 친구다. 힘도 있고 프리킥 때려 넣는 거 보면 킥도 좋단 말이야. 윤종규도 마찬가지고. 상당히 오버래핑 잘나가고, 이 선수가 내 성향에 맞는 선수라고 봤는데도 불구하고, 그날은 선수도 아니었으니까. 그날따라 애들이 왜 그랬을까. 그 정도 친구들이 아닌데. 돌아보면 우리 선수들이 선제골을 주면서 자신감이 떨어졌어. 경기를 계속 뛰면서 감각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게 안된 상황에서 선제골에 이어 두 번째 골까지 주면서 확 가버린 거지. 체력의 문제까지 갖고 가는 건 아닌 것 같고, 정신적인 부분에서 선수들이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나. 자기들도 우승까지 하고 싶다는 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심리적인 압박이 크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4강에 오른 우루과이를 상대로도 평가전에 주도적인 경기를 했는데, 실제로 본선애선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전부터 내용에서 많이 밀렸다. 어쩌며 그 시점에 자신감이 꺾이면서 팀 차원의 압박감이 커진 것인가? 
그런 건 느끼지만 대회 중엔 표현하거나 얘기 안하지. 선수들의 사기도 있으니까. 다만 너네가 몸소 걔네가 공 차는 것을 느껴봤으니 잘 배워야 한다. 그런 얘기만 했지. 대회 끝나고도 그런 얘기를 했어. 이게 끝이 아니고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볼을 차면 급한데, 걔네는 공을 잡아두고 패스를 할지, 드리블을 할지 그런 여유를 갖고 있는데, 우리는 왜 다들 급하게만 하냐. 그게 몸에 안 베어 있는 거야. 여유가 없는거지. 볼을 잡으면 번개 불에 콩 볶아 먹는 두다닥 하다가 패스 미스하고. 여유있게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에 들어가면 까먹는거지. 그 많은 관중 앞에서, 선제골 주고, 이미 멘탈 무너졌는데 크로스 하겠어? 그날 포르투갈만 잡으면 우리가 사고 쳤다고 생각해. 하필 내려갈 사이클에 타이밍, 그때 딱 걸린거야. 포르투갈전에 영욱이랑 승운이가 오프사이드 안걸리고 한 두 개 만들고, 선제골만 넣었으면 포르투갈이 앞으로 나왔을 것이고, 그러면 우리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비록 16강전에서 탈락해서 욕은 먹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최선 다해서 행복하다. 감독은 내려 놓을 때까지는 완성이 없다. 배워가는 것이다. 내가 월드컵 우승을 했다고 해서 완성된 감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 다음을 위해 배워야 하고, 단 하나라고 배울 게 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나도 포르투갈전을 통해 돌아보는 게 생겼다.

다시 말하지만, 내 축구는 공격이 전부가 아니다. 때가 되면 공격을 할 수도 있고 우리보다 상대가 훨씬 강하면 수비할 수도 있다. 다만 우리 팬들이 만원이든, 2만원이든, 십만원이든 주고 오면, 야 재미있다. 돈이 아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비싼 돈 주고 왔는데 수비만 하다가 이기면, 그래도 이기면 위안은 되겠지만 그러다가 져버리면? 미쳤다고 돈 주고 여기 왔다고 욕 먹는 거지. 같이 맞받아치는 축구를 보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즐겁게 보시고 가게 해야지. 물론 성적이 중요하지. 하지만 왜 모든 것을 성적만 기준으로 좌우해야 해. 사람들이 즐겁게 느끼고 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거지.

-이제 백수가 됐다. 프로팀 감독부터 23세, 20세팀으로 내려왔다. 어쩌면 연령별 팀에서 한계도 느끼고, 클럽팀이야 말로 자기 색을 보일 수 있기도 하다. 아시안게임부터 대표팀까지 많은 설이 돌고 있는데 향후 계획은? 
모르지. 이제 쉬면서 생각해봐야지. 클럽팀은 1년 내내 얽매이는 것도 있고. 사실 사림이 밑에서 위로 올라오지 위에서 밑으로 내려오지는 않는데. 그래도 나는 내려오면서도 좋은 소리 들었잖아. 이제 고민해봐야지. 경험도 쌓였고, 조금 더 생각해봐야지. 

사진=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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