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경기장은 그저 배경이 아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이자 역사다. ‘풋볼리스트’는 전세계 의미 있는 스타디움을 직접 답사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학부)와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대학원) 학생과 연구원들의 칼럼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수원삼성의 현재 상태는 좋지 않다. 팬들은 지난 2016시즌부터 이어지고 있는 부진에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고 얼마 전에는 팬들이 홈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한 선수들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맥주캔을 던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원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경기장에서의 승리이다. 그러나 그 승리는 코치 진과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것이지 당장 경영진이나 구단의 직원들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적다. 그렇다면 이렇게 팀이 어려운 때에 선수 지원 팀이 아닌 직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일은 팬들이 떠나지 않도록 막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6264명’, 이는 수원 삼성 가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6라운드에서 광주FC를 홈인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불러들여 기록한 관중 수다. 일요일 오후라는 황금시간 대에 축구도시 수원에서 펼쳐진 경기의 관중 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요즘 정치나 사회적으로 많은 이슈들이 터지면서 사람들이 스포츠에 비교적 관심이 덜해졌을 수는 있지만 팀의 성적부진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관중 감소의 이유이다.

 

올 시즌 수원은 팬을 잡기 위해, 특히 시즌권 구매자들을 잡기 위해 수원월드컵경기장에 있는 기둥에 시즌권 구매자들의 이름을 새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수원 삼성 팬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전설 곽희주를 배경으로 시즌권 구매자들의 모든 이름을 기둥에 넣었다. 지난 시즌 단순하게 파란 배경에 이름만을 넣었던 기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실제로 이 사진을 찍은 날 10년 째 시즌 권을 구매하고 있는 팬을 만났다. 이 팬은 경기가 없는 날임에도 팀의 전설인 곽희주가 배경으로 들어간 기둥에 본인의 이름이 들어간 것을 보러 왔다며 사진도 찍고 한참을 서서 회상에 잠긴 듯 기둥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단은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팬들이 떠나지 않게 만들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팬들과 구단이 함께 했던 순간들을 계속해서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10년차 시즌 권 구매자가 경기가 없는 날에도 홈 경기장을 찾게 만드는 힘이 바로 역사와 주인의식에 있다는 것이다.

 

이 생각을 하며 수원월드컵경기장 축구박물관에 방문했다. 그러나 적잖이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박물관의 문은 운영 시간인 오후 5시가 넘어 굳게 닫혀 있었다. 게다가 수원 홈 경기장에 있는 축구박물관의 주요시설 안내판에는 수원과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삼았던 팀의 박물관이라기에는 믿기지 않았다. 자료를 찾아보니 수원의 박물관은 경기도 기흥 시에 있기는 하다. 물론 수원시설관리공단이 소유하고 있는 경기장이지만 전통의 명문구단이며 수원시를 ‘사커 시티’로 일궈낸 수원 역사가 경기장에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 다는 사실은 너무 아쉽다. 그나마 경기장 주변에 시즌권 구매자들의 이름이 있던 것과 비슷한 형태로 기둥에 레전드들의 사진과 활약했던 시즌이 써있는 게 거의 유일하게 올드 팬들이 과거를 추억 할 수 있는 장치라는 점이 위안거리였다.  

 

여기서 과연 추억하기 힘든 팀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지고 지지해주는 팬들이 생기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문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수원은 모기업인 의 지원이 줄어들고 있는 상태에서 자생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료티켓 배포중단이나 다양한 스폰서를 개척하는 것이 그 예이다. 그렇다면 프로스포츠 구단의 기본인 팬들을 잡기 위한 노력도 할 필요가 있다. 이 노력으로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팬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올 시즌 시즌권 구매자들의 이름을 기둥에 새겨준 것이 아주 좋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팬들은 홈 경기장에 응원을 와서 한 번이라도 그 기둥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보려 할 것이고 수원에 대한 애정도 키울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미국 MLB ‘뉴욕 메츠’가 홈구장 시티 필드를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시티 필드 경기장의 입구로 가는 동안 자연스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팀의 역사와 팬들의 메시지를 볼 수 있다. 이 팬들은 팀을 위해 기부를 한 사람들인데 주인 의식을 가지기에는 최적의 아이템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런 식으로 홈 경기장 곳곳에서 구단의 역사와 그 역사 속에 있던 팬들의 흔적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장점이 된다. 새로 유입될 팬들에게도, 이미 팀을 지지하는 팬들 모두에게 말이다.

지금의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수원의 진정한 홈 경기장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홈경기가 펼쳐지는 경기장은 당연히 팀의 홈이 맞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집’이 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행보가 결정 할 것이다. 그 행보는 구단뿐 아니라 경기장 소유권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대승적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팬들이 ‘내 팀의 보금자리’라고 느낄 수 있어야만이 진정한 홈 경기장의 가치를 지니는 장소로 거듭나게 될 것이며 이는 ‘공공재’인 프로축구 경기장이 있는 곳의 지방자치단체에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글/사진= 최영민(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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