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우리가 우승한 건 그냥 우리 선수들이 강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 축구는 ‘1966 잉글랜드월드컵’ 이후 51년 만에 세계 대회 우승을 달성했다.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서 우승을 이끈 폴 심슨 감독은 잉글랜드가 우승할 만큼 강한 팀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잉글랜드는 11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베네수엘라를 1-0으로 꺾고 우승했다. 전반 35분 도미닉 칼버트르윈이 선제결승골을 넣었고, 후반에 베네수엘라의 반격을 잘 견딘 잉글랜드가 우승을 지켰다.
잉글랜드는 가장 뛰어난 20세 이하 선수들이 일부 제외됐기 때문에 대회 전부터 큰 관심을 모으지 못했다. 포르투갈, 독일, 이탈리아에 비하면 ‘2017 U-21 유러피언챔피언십’ 차출로 인한 타격은 크지 않았다. 대신 A대표팀 선수인 마커스 래시포드가 빠졌다.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은 톰 데이비스(에버턴)도 이탈했고,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으로 임대됐던 맨체스터시티 유망주 공격수 패트릭 로버츠도 소속팀 일정과 겹쳐 빠졌다.
결승 상대 베네수엘라가 A대표팀에 데뷔한 프로 선수들을 포함시킨 것에 비하면 잉글랜드는 U-20 월드컵에 큰 비중을 두지 못한 편이었다. 그러나 최상의 멤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잉글랜드는 강했다. 심슨 감독의 “우린 최상의 스쿼드였다“라는 말 그대로였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EPL 대신 하부 리그나 타국 리그에서 프로 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상태였다. EPL 소속팀에선 다들 후보 신세지만 이전 소속팀이거나 임대 신분일 때 챔피언십(2부)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선수가 선발 라인업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주장이자 미드필드의 핵심인 루이스 쿡(본머스)을 비롯해 공격수 아담 암스트롱(뉴캐슬), 미드필더 아인슬리 메이틀란드나일스(아스널) 등이 챔피언십의 거친 축구를 견디며 프로 경험을 쌓았다. 골키퍼 프레데릭 우드먼(뉴캐슬)은 스코틀랜드 리그, 공격수 도미닉 솔란케(리버풀)는 네덜란드 리그로 각각 임대되기도 했다.
잉글랜드 선수들의 재능 자체도 최고 수준이었다. 잉글랜드는 대회 첫 경기였던 아르헨티나전에서 웅크리고 수비하다가 역습에 의존하는 약자의 경기 운영 방식을 택했다. 결과는 3-0 승리였다. 점차 자신감을 찾은 잉글랜드는 자신들의 기량을 믿고 공격적인 경기를 했고, 결승전에서는 베네수엘라를 개인 기량으로 앞설 수 있었다.
특히 공격수 솔란케, 미드필더 조시 오노마(토트넘) 등은 신체능력과 기술 모두 베네수엘라보다 앞섰다. 잉글랜드가 아주 조직적인 팀은 아니었지만 베네수엘라 공격진과 벌인 ‘먼저 득점하기’ 경주에서 이길 정도로 좋은 공격진을 보유하고 있었다.
심슨 감독의 전략도 대회가 진행되며 점차 빛을 발했다. 처음엔 결정력이 좋은 구식 공격수 스타일의 암스트롱을 최전방에 배치했다. 그러나 팀 전술의 다변화와 2선 공격력 강화를 위해선 더 다재다능한 원톱이 필요했다. 그래서 최전방을 맡은 선수가 칼버트르윈이었다. 칼버트르윈은 원래 소속팀 에버턴에서 윙이나 섀도 스트라이커를 맡던 선수다. 이번 대회에서도 초반에는 윙어로 배치됐다. 그러나 체격에 비해 몸싸움에 뛰어나고 빈 공간으로 파고드는 움직임, 투쟁심 등을 겸비했기 때문에 나중엔 최전방을 맡았다. 결국 결승전 결승골로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대부분 EPL에서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상태지만, 그럼에도 다른 나라 선수들을 개인 기량으로 눌러가며 우승까지 차지했다. 잉글랜드 유망주들의 미래가 밝다는 걸 보여줬다.
가장 많은 선수를 보낸 에버턴은 잉글랜드 우승 뒤의 진정한 승자다. 에버턴 선수는 5명이나 됐고 그중 4명이 결승전에 출장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유망주 위주로 개편 중인 팀 방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버풀은 대회 도중 영입이 발표된 솔란케가 대회 MVP로 선정될 정도로 좋은 활약을 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토트넘홋스퍼와 뉴캐슬유나이티드도 주전으로 활약한 선수가 각각 2명씩 있어 앞으로 성장을 기대해볼 만하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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