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도하(카타르)] 한준 기자= “(기)성용이 형이 항상 중심을 잡아주고 있지만, 혼자서 24명을 다 이끄는 건 쉽지 않다.”

공격수 손흥민(25, 토트넘홋스퍼)이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10일(현지시간) 카타르에 들어온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은 11일 저녁 7시 30분에 알아라비스포츠클럽 경기장에서 첫 번째 훈련을 실시했다. 손흥민은 훈련에 앞서 공식 인터뷰 대상자로 취재진 앞에 섰다.

대표팀은 7일 UAE 두바이에서 치른 이라크와 친선 경기 이후 기본적인 회복 훈련 외에 휴식과 이동으로 3일을 보냈다. 손흥민은 “미팅도 많이 하고 생각도 나눴다. (이라크전의) 좋지 않은 결과에도 분위기는 괜찮다”고 했다.

컨디션에 대해서도 “괜찮다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좋아야 한다”는 말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3일 간의 훈련 공백에 대해 “호텔에서 선수들이 자체적으로 개인 훈련을 하기도 했다”며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공격의 마침표를 찍는 역할인 손흥민은 이라크전에 유효슈팅 0회를 기록한 대표팀의 화력에 대해 “공격수가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다. 나 역시 그에 큰 역할을 했다. 자존심이 상한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자책했다. 

손흥민은 “예방접종을 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 보다는 나부터 좋은 결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긍정적인 자세로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이날 통상적인 경기 전 인터뷰 보다 길게 10분 이상 취재진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자 하는 열의를 보였다.

손흥민은 대표팀이 토트넘과 달리 손흥민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분석에 대해 “축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동료들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부진의 책임이 있다고 일축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책임감을 보이며 무게를 짊어지겠다고 나섰다.

“나도 이라크전에 잘하지 못했고, 만족하지 못한다. 동료들이 못해서, 동료들이 나를 활용하지 못해서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도 팀을 이끌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동료들의 도움도 도움이지만 내가 많이 희생해서 선수들에게 힘을 주는 게 내 임무다. 더 모범을 보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대표팀에서는 어느 덧 베테랑의 입지에 이른 손흥민은 주도적으로 대표팀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주장 기성용이 짊어진 짐을 나눠갖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성용이 형이 주장을 잘 수행하고 있지만, 태휘 형이나 근호 형 등 많이 도와주려고 하고, 나도 도우려 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입국 인터뷰에서 지적한대로 이라크전에 드러난 숙제는 공격 과정의 과감성 부족이다. 손흥민도 자체 미팅에서 보다 적극적인 공격에 대한 주문이 주를 이뤘다고 했다. 카타르전의 키워드는 거침없는 공격이다.

“전체적으로 새로운 포메이션으로 경기한 것을 얘기했다. 적극적인 부분과 세밀한 부분을 이야기하셨다. 우리가 전체적으로 자신감 없는 플레이를 한 것 같다. 나부터 시작해서 소극적인 플레이, 적극적이지 못한 공격을 했다. 그 부분을 선수들끼리도 많이 이야기했다. 실수를 하더라도 적극적인 플레이를 해야 한다. 실수 없이 적극적인 공격 루트를 만들고 유효 슈팅이 나올 수는 없다.”

손흥민에 이어 훈련전 인터뷰에 임한 공격수 황희찬(21, 레드불잘츠부르크)도 “고참 형들이 경험을 얘기해주시며 이라크전에 잘 안 된 부분을 말해줘서 배웠다. 소극적 플레이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과감하게 크로스를 올렸다면 좋은 공격 장면을 만들었을텐데 아쉬웠다”고 했다. 실수하더라도 과감하고 화끈하게 달려들겠다. 원정 경기 무득점 무승의 사슬을 끊기 위한 대표팀의 필승 키워드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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