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도하(카타르)] 한준 기자= 축구 감독에게 비판은 숙명이다. 아슬아슬하게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2022년 월드컵 개최권을 얻었으나 2018년 대회 참가가 어려워진 카타르 모두 감독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다. 

본래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이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대표팀 감독은 최종예선 진입 이후 경질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전, 지난 3월 중국전에 기술위원회가 유임 여부를 의제로 올려야 할 정도로 입지가 작아졌다.

#포사티도 비판 받고 있다

경기 전 공식 훈련 현장에서 만난 카타르 방송사 알카스의 아미르 파흐시 기자는 “슈틸리케는 좋은 감독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그는 “포사티 감독은 과거에 좋은 실적을 냈지만 지금은 인기가 좋지 않다. 지난 7경기 성적을 보라. 오히려 벨마디 감독이 카타르 축구를 발전시켰다. 포사티 감독은 너무 실리적이고, 개별 성적에만 집중하는 축구를 한다”는 카타르 내 여론을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최종예선 들어 원정 경기 무승과 무득점으로 비판받고 있는 가운데, 호르헤 포사티 카타르 감독에게도 7차전까지 1승 밖에 거두지 못한 결과에 대한 우려가 작지 않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외신 기자는 “아랍국가들의 단교 사태가 어떤 영향을 주는가? 사실상 본선행이 어려운 데 한국전에 대한 동기부여가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포사티 감독을 압박했다. 

포사티 감독은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내가 느끼기엔 오히려 그 일이 있기 전보다 우리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더 강해졌다”는 답을 내놓았다. “우리의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본선행이 아예 불가능한 상황인 것은 아니다. 내일 경기 자체에만 집중할 것이다. 선수들이나, 우리 팀, 카타르 나라 전체가 이 순간에만 집중하고 있다.” 포사티 감독은 외부 상황과 별개로 한국과 경기 자체의 중요성을 말했다.

포사티 감독은 이날 꽤 오랜 시간 기자회견을 진행했는데, 그 중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지난 3월 이란과 원정경기, 우즈베키스탄과 홈 경기의 판정 문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며 보냈다. 

“소리아가 한국전에 왜 못나오게 됐나? 우리가 받아야 할 명백한 페널티킥 대신에 경고를 받았고, 그 경고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심판도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이란전과 우즈벡전 모두 우리가 질만한 경기를 하지 않았다. 내가 솔직히 이야기 하는 데, 한국과 원정 경기에선 우리가 실수를 범했고, 한국이 잘했기에 졌다. 그러나 이란전과 우즈벡전은 우리의 실수가 아니라 심판의 실수 때문에 졌다.”

아미르 기자도 “포사티 감독의 말이 일리가 있다. 사실 두 경기 모두 카타르가 좋은 경기를 하고도 판정 때문에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생각을 밝혔다. 카타르가 성적에 비해 좋은 경기를 했다는 점에 대해선 슈틸리케 감독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카타르가 최종예선에서 치른 모든 경기를 봤다. 꼴찌 팀이라서 이기기 쉽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란과 경기에서 추가 시간에 두 골을 내줘 0-2로 지기도 했고,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는 프리킥으로 한 골을 내줘서 졌다. 많은 경기가 팽팽했고, 카타르가 이길 수 있는 경기가 많았다. 카타르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팀이다.”

#철전히 전략 숨긴 포사티, 대놓고 실험한 슈틸리케

슈틸리케 한국 대표팀 감독과 포사티 카타르 대표팀 감독 모두 이번 경기 승리를 통해 그 동안 이어져온 부정적인 여론을 뒤집고자 한다. 양 팀 감독 모두 서로에 대해 존중심을 보였으나 경기 준비 방법은 극명하게 달랐다. 그리고 서로 자신의 방식에 문제가 없다고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포사티 감독은 한국전을 대비해 치른 북한과 경기 정보를 철저히 숨겼다. FIFA 승인 A매치 경기임에도 이례적으로 중계방송이 없었다. 포사티 감독에게 왜 그렇게 까지 숨기고 싶었는지 묻자 “내가 큰 힘을 갖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시는데, 권위는 카타르축구협회가 갖고 있다. 협회가 중계를 하지 말자고 한 것에 난 동의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협회의 의견을 본인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했다. 

“내게 결정권이 있다고 해도 친선 경기를 모두 비공개로 하고, TV 중계도 없애려 했을 것이다. 다른 감독들도 그럴 수 있다면 그러고 싶을 것이다. 상대에게 우리 정보를 주고 싶지 않은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상대에게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다.”

포사티 감독이 한국전 대비법을 철저히 비밀에 붙였다면,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을 센터백으로 투입하는 스리백 전술을 실험했다. 꽁꽁 숨긴 카타르에 비해 실험 내용을 훤히 드러낸 한국의 자세가 불안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슈틸리케 감독은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현대 축구는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 있다. 카타르가 이전에 치른 모든 경기를 분석했기 때문에 4백으로 나올지 5백으로 나올지에 따라 대비했다. 현대 축구에선 새로운 시스템으로 상대를 놀라게 하기 어렵다. 이미 예선 7경기를 치렀고, 기용하는 선수들의 개성은 달라지지 않는다. 포지션이나 포메이션이 달라져도 선수들의 성향은 그대로고, 그런 상황에 대해 미팅하고 훈련해서 준비했다. 기자 분들이 원톱인지 투톱인지, 포메이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성향의 플레이를 하느냐가 중요하고,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이 더 중요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라크전 전반전에 스리백을 실험한 것은 (당장 카타르전 뿐 아니라) 미래를 보고 준비해본 것”이라는 말로 카타르전에 쓰기 위해 급히 준비한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그 점에 대해 포사티 감독도 “중앙 미드필더에 있던 주장(기성용)을 센터백으로 내린 것은 아주 큰 전술적 변화였다. 내일도 그렇게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감독은 친선경기에서 새로운 전술을 실험하고, 다른 아이디어를 체크해볼 수있다”는 말로 이라크전의 내용만으로 한국전에 대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선수 좋은 한국, 홈 이점 가진 카타르

쥐고 있는 패로 보면 한국이 유리해 보인다. 카타르 대표 압델카림 하산은 “한국은 아주 좋은 팀이다. 많은 선수들이 유럽에서 뛰고 있고, 경험 있는 선수가 많다”고 했다. 알모에즈 알리도 “손흥민과 남태희 같은 뛰어난 선수를 보유했다”고 했고, 포사티 감독도 “한국은 수준 높은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를 많이 보유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홈팀의 이점이 부담이다. 주장 기성용은 “날씨는 덥다. 더운 것에 대해선 아무래도 우리보다 카타르가 더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남의 떡이 커보일 수 있는 상황이다.

염려도 있지만, 자신감도 숨기지는 않았다. 포사티 감독은 “한국의 능력을 인지하고 있다. 우리도 좋은 선수가 많다. 소리아가 우리에겐 매우 중요한 선수지만, 그를 대체할 선수는 있다. 우리 팀의 모든 선수가 각자 능력이 있고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누가 베스트11로 나갈지는 얘기 못하지만 좋은 선택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포사티 감독은 지난 경기 결과나 소리아의 징계 결장에 개의치 않고 선수단이 자신감에 차 있다고 강조했다. 기성용 역시 “더위를 변명 삼아선 안 된다. 더위도 시차도 이미 경험했다. 부족한 것은 연습을 통해 준비했다. 이제 운동장에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무조건 승리한다고 믿고 있다”는 말로 착실하게 준비했고,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란-우즈벡전 결과의 영향은?

양 팀이 맞붙기 하루 전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가 열렸고, 이란이 2-0 승리를 거뒀다. 이 결과는 한국과 카타르 양측이 모두 환영할만한 결과다. 

한국은 카타르를 꺾으면 3위 우즈베키스탄과 승점 차이를 4점으로 벌릴 수 있다. 카타르는 한국을 꺾을 경우 우즈베키스탄과 승점 차를 5점으로 줄일 수 있다. 카타르가 한국전부터 3연승을 거둘 경우 조 3위로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더더욱 경기에 대한 동기부여가 커진 채 격돌한다. 

결과에 대한 압박감이 더 큰 쪽은 한국이다. 카타르가 3위를 차지하는 것은 ‘자력 달성’이 불가능한 경우의 수다. 카타르 공격수 알모에즈 알리는 “러시아월드컵에 못 가더라도 2022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카타르는 한국을 잡고 2022년에 대한 장기적 희망을 살리고자 한다. 

카타르는 밑져야 본전인 상황인 것처럼 보이지만, 포사티 감독에게도 한국전 결과는 중요하다. 카타르축구협회는 3월 A매치 2연패 이후 포사티 감독을 계속 신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카타르 언론인에 따르면 포사티 감독의 계약기간은 2018년까지다. 한국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할 수 있다. 

한국전은 포사티 감독에게 2022년까지 장기 플랜을 맡겨도 좋을지를 가늠할 수 있는 경기다. 그런 점에서 포사티 감독도 슈틸리케 감독 못지않은 압박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그렇다. 우즈베키스탄이 이란 원정에서 패해 2위 수성이 유리해졌지만, 카타르 원정 경기의 내용이 좋지 않다면 본선 티켓을 얻더라도 입지를 장담하기 어렵다. 

초반 15분만 공개된 훈련에서 양 팀 선수들 모두 농담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운동했다. 슈틸리케 감독과 포사티 감독의 표정에는 그런 여유가 읽혀지지 않았다. 팽팽한 긴장과 부담이 더 크게 전달됐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것은 심리적 현상이다. 상대적이다. 그러나 승무패로 구분하는 경기 결과는 명확한 팩트다. 승점 3점의 크기는 동일하다. 누가 객관적으로도 큰 떡을 차지하게 될까? 한국시간으로 14일 새벽 4시에 한국과 카타르, 슈틸리케와 포사티의 운명이 결정된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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