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이 카타르에 당한 결정적 패배는 선수 선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경기였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이 변화를 준 공격진은 가능성을 보였지만, 선발부터 안이하다고 비판을 받았던 수비는 문제를 드러냈다.

한국은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A조 8차전에서 2-3으로 패배했다. 조 2위를 지키고는 있지만 이란,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어지는 막판 2연전을 앞두고 승점을 쌓지 못했기 때문에 남은 일정이 더 힘겨워졌다.

득점과 도움 기록에서 나타난 공격진의 변화는 긍정적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최연소 선수인 21세 황희찬을 최전방에 세웠다. 황희찬은 국가대표팀에 꾸준히 선발돼 높은 잠재성을 인정받으면서도 골을 넣지 못했던 선수다. 이날 A매치 7경기 만에 데뷔골을 터뜨렸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된 이재성도 슈틸리케 감독이 보여준 변화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재성을 최종예선 들어 중용하지 않았고, 기용할 때도 대부분 측면에 배치했다. 이재성이 원래 위치인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은 카타르전에서 한국 공격의 중심 역할을 했다. 승리를 이끌진 못했지만 기성용이 후반 17분 넣은 첫 추격골 상황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움직이며 공격 전개를 이끈 뒤 깔끔한 패스로 슈팅 기회를 만들어주며 도움을 기록했다.

후반 25분 황희찬의 골을 어시스트한 황일수는 이번에 처음 선발된 선수다. K리그에서 컨디션이 좋은 윙어를 선발하자 어시스트로 보답했다. 황일수의 헤딩에 앞서 크로스를 올린 선수도 K리그 활약을 바탕으로 선발된 이근호였다. 대표팀 공격의 중심인 손흥민이 부상으로 빠지고, 슈틸리케 감독의 큰 신임을 받고 있는 지동원이 또다시 어색한 윙 플레이를 하다 교체된 자리를 두 K리거가 메웠다. 두 선수가 한 골을 합작해냈다.

그러나 수비진은 변화가 너무 적었다. 2-2 상황 이후 경기는 빠르게 속공을 주고받는 오픈 게임 양상으로 전개됐다. 한국 수비수와 카타르 공격수가 직접 대결하는 상황이 자주 나온 경기였다. 수비 조직력보다 수비수 개인의 신체 능력, 대인 방어 능력, 경기 감각이 중요했다.

한국의 수비진 조합은 처음부터 아쉬웠다. 홍정호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곽태휘가 투입돼 장현수와 호흡을 맞췄다. 곽태휘는 지난 3월 A매치부터 리더십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고 슈틸리케 감독이 강조해 온 선수다. 36세 베테랑인 곽태휘는 빠르게 전개되는 경기에서 중용되기보단 벤치에서 동료들을 독려하며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센터백 중 세 번째 옵션으로 곽태휘를 택했고, 곽태휘는 첫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컨트롤 미스를 비롯해 원래 기량에 비하면 아쉬운 경기를 했다.

곽태휘의 파트너로 나온 장현수는 중국슈퍼리그 외국인 출장 제한으로 인해 제대로 뛰지 못하는 가운데 대표팀에 합류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특히 신뢰하는 선수라지만 8일 이라크전으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 것이 최근 한달 사이 유일한 실전 경험이었다. 곽태휘와 장현수의 조합은 불안요소가 너무 많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네 번째 센터백 옵션으로 자주 선발해 온 김민혁을 택했다. 김민혁은 준수한 기량을 인정 받는 선수지만, 아직 A매치 출장 경험은 하나도 없다. 이라크전에서도 나머지 센터백 세 명이 모두 뛰는 동안 김민혁만 벤치를 지켰다. 결국 원래 기용하던 선수들로만 수비진이 가동됐다. 슈퍼리그의 출장 문제 등 가장 큰 변화가 필요한 포지션이지만 막상 변화가 가장 적었다. 그 결과 수비 문제를 피할 수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변화를 준 공격진은 손흥민이 없고 컨디션 관리도 힘든 중동 원정에서 2골을 합작했다. 지금 경기력이 좋은 선수를 선발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선발부터 시작된 슈틸리케 감독의 변화는 너무 늦었고, 그 폭도 기대에 비해 너무 좁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전 패배 이후 먼저 자신의 경질설을 거론할 정도로 위기에 몰려 있다. 더 일찍 선수 선발 방침에 변화를 줬다면 피할 수 있었던 위기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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