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대한민국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퍼지고 있다. 한국은 월드컵 최종예선이 단 두 경기 남은 가운데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조 2위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와 후임 감독도 본선행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A조 8차전에서 2-3으로 패배했다. 이로써 한국은 4승 1무 3패로 승점 13점이 됐다. 조 2위다. 조 1위 이란은 6승 2무(승점 20)로 이미 본선행을 확정했다. 한국을 추격 중인 우즈베키스탄이 4승 4무(승점 12)로 한국을 바짝 따라붙은 상태다.

한국이 비교적 쉬운 대진을 모두 치렀기 때문에 현재 순위가 더 뼈아프다. 최종예선은 한 조에 6팀씩 편성된다. 한국은 A조 내 약체인 시리아, 카타르, 중국과 모두 두 경기씩 치렀다. 그중 카타르와 중국 원정에서 패배를 당한 것이 큰 타격이었다. 남은 두 경기는 가장 껄끄러운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이 상대다. 우즈베키스탄은 중국과 한국전이 남았다. 마지막 맞대결은 우즈베키스탄 홈에서 열리기 때문에 한국이 불리하다.

남은 두 경기에서 한국이 본선진출을 자력 확정하기 위한 최소 성적은 1승 1무다. 반면 우즈베키스탄이 최악의 성적에 그치며 한국을 도와줄 경우, 한국에 필요한 최소 성적은 1무 1패다. 무승부는 반드시 우즈베키스탄 상대로 거둬야 한다. 즉 9차전 이란전에서 패배하더라도 우즈베키스탄 역시 9차전에서 패배해 준다면, 마지막 10차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본선에 갈 수 있다.

상황이 나쁘게 흘러가면 우즈베키스탄과 승점 동률로 예선을 마칠 수도 있다. 이때 순위 산정 기준은 골득실, 다득점, 상대전적, 상대골득실, 상대다득점 순이다. 한국이 막판 두 경기에서 1무 1패에 그치고, 우즈베키스탄이 2무를 거뒀을 경우엔 여기까지 따져봐야 한다. 현재 한국이 골득실에서 우즈베키스탄보다 단 1 앞서 있다.

한국의 최종예선 3패는 역대 최초다. 이번 예선이 총 10경기로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은 두 경기 좋은 성적을 통해 ‘역대 최악의 예선’을 벗어날 여지는 아직 있다. 이번 대회 못지않게 아슬아슬한 예선들이 있었다.

골득실로 본선행이 갈린 경우도 있었다. 최강희 임시 감독 등 혼란스런 운영 속에 진행된 ‘2014 브라질월드컵’ 예선이다. 당시 한국은 4승 2무 2패로 본선행을 확정했다. 이란이 조 1위, 우즈베키스탄이 조 3위였다는 점이 지금과 비슷하다. 당시 한국은 4승 2무 2패를 기록했고, 우즈베키스탄이 엄청난 선전으로 한국과 같은 승점을 얻었다. 한국은 골득실에서 +13으로 우즈베키스탄의 +11을 앞질러 간신히 조 2위를 차지했다.

‘2006 독일월드컵’ 예선도 성적만 놓고 보면 지금 못지않게 나빴다. 최종예선 1조에서 치른 6경기에서 3승 1무 2패에 그쳤다. 지금과 별다를 것 없는 성적이다. 당시에는 최종예선 한 조의 4팀 중 2위 안에만 들면 본선에 오를 수 있어 지금보다 훨씬 수월했다. 그러나 한국은 본선에 직행한 네 팀 중 가장 적은 승점, 가장 많은 패배를 기록하며 그리 유쾌하지 못한 본선진출을 해야 했다.

반면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당시에는 A조 4승 4무로 비교적 수월하게 본선에 진출했다. 당시 이란이 조 4위로 밀릴 정도로 부진했고, 한국과 같은 조에 다른 강호가 없었다는 점은 행운이었다.

나쁜 성적과 불안한 감독 선임 사이에는 분명 상관관계가 있다. 2006년은 움베르투 쿠엘류 감독과 조 본프레레 감독, 2014년은 조광래 감독과 최강희 감독이 각각 월드컵 전에 지휘봉을 잡았다가 놓는 혼란이 벌어졌다. 반면 안정적으로 본선에 간 2010년 대회는 ‘2007 아시안컵’ 이후 비교적 빨리 부임한 허정무 감독이 꾸준히 예선부터 본선까지 지휘했다. 최초 원정 16강을 달성하며 본선에서도 성공했다.

한국은 남은 두 경기를 잘 치르면 2014년보다 그나마 안전하게 본선에 갈 수 있다. ‘역대 최악의 예선’을 ‘가장 훌륭한 반전을 쓴 예선’으로 바꿀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그러려면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이 중요하다. 15일 오후 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슈틸리케 감독 경질 여부를 결정한다. 경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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