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울리 슈틸리케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은 첫 대회였던 ‘2015 호주아시안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으나 이후 2년 반 동안 계속 하락세였다.

2014년 9월 5일 부임한 슈틸리케 감독은 직전에 대표팀을 이끌고 있던 신태용 감독대행을 코치로 합류시켰고, ‘2014 브라질월드컵’ 코칭 스태프 일부를 그대로 유지한 채 첫 행보를 시작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첫 대회였던 호주아시안컵이 한국 지휘봉을 잡고 거둔 가장 큰 성과였다. 브라질월드컵의 실패로 국가대표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빠르게 팀을 수습했다. 조별리그 3전 전승에 이어 토너먼트에서 우즈베키스탄, 이라크를 꺾고 결승에 진출할 때까지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결승에서 홈팀 호주에 1-2로 패배해 우승을 놓쳤지만 대체로 호평 받은 대회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팀 분위기가 좋고, 선수들의 투지를 빠른 속도로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임 초창기부터 K리그 경기장을 자주 찾은 슈틸리케 감독은 당시만 해도 대표팀과 멀었던 이정협을 아시안컵 주전으로 발탁하는 등 신선한 선수 기용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K리그뿐 아니라 유소년 대회 등 한국 축구 곳곳을 돌아다니는 부지런한 행보도 인기 요인이었다.

2015년 6월부터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이 시작됐다. 2차 예선부터 시작한 한국은 8전 전승, 27득점 무실점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최종 예선에 진출했다. 경기력, 전술 방향, 선수 선발 원칙 등 몇몇 부분이 비판받기도 했으나 성적이 뛰어났기 때문에 여론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이 기간 동안 정우영, 이재성 등 대표팀에 신예 선수를 발굴하려는 시도를 했다.

2차 예선 초기와 맞물린 2015년 8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제 6회 동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도 슈틸리케 감독의 초기 행보에 탄력을 붙였다. 한국은 1승 2무로 우승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깊은 신뢰를 받는 장현수가 대회 MVP를 수상했다. 국내파 위주로 치러야 하는 대회기 때문에 K리거를 여럿 발탁했다는 점에서 호평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 득점했떤 김승대, 이종호를 비롯해 이용재 등 슈틸리케 감독이 실험한 공격수들이 대표팀에 자리 잡는 데 실패했고, 인재를 찾는 범위가 너무 좁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성적에 가려져 있던 ‘슈틸리케호’의 문제들은 지난해 9월 최종예선이 시작되며 일제히 불거지기 시작했다. 홈에서 열린 첫 경기에서 중국을 꺾긴 했지만 한때 일방적으로 밀리는 등 아슬아슬한 3-2 진땀승이었다. 이어 중립 지역에서 열린 시리아전 승리를 놓쳤다. 10월에는 카타르와 가진 홈 경기에서 또 3-2로 간신히 이겼고, 이란 원정에서 0-1로 패배했다. 그 뒤로 홈에서 우즈베키스탄, 시리아를 꺾은 반면 원정에서는 중국, 카타르를 상대로 2연패를 당했다. 특히 원정에서 1무 3패에 그치며 극도로 부진했던 것이 위기를 불렀다.

팀이 잘 나갈 때 문제없어 보였던 슈틸리케 감독의 화법은 위기상황이 닥친 뒤로 대중의 신뢰를 더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지난 10월 카타르 대표 공격수 소리아와 같은 선수가 한국에 없었다는 실언으로 집중 비난을 받기도 했다. 나중에 한국 선수들을 비하하는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여론은 물론 선수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온 뒤였다. 경질 여론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올해 들어서는 지나치게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전술을 대표팀에 충분히 입힐 수 있을 만한 시점부터 오히려 지도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중국으로 이적한 선수들이 경기에 제대로 뛰지 못해 발생하는 기량 저하 문제, 고질적인 공격수 부재, 손흥민의 활용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시작은 좋았다. 아시아 대륙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아시안컵에서 결승까지 오르며 부임 4개월 만에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살렸다. 그러나 이후 완만하게 평가가 하락하다가 최종예선 10경기를 채 마치지 못하고 떠나는 신세가 됐다. 부임 후 1,015일 만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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