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공항] 류청 기자=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이 울리 슈틸리케 감독 경질을 시사했다. 흐름으로 봤을 때 경질이 자연스럽지만, 경질 자체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변화는 어떻게?’라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았다.

 

이 부회장은 14일 인천국제공항 귀국장에서 한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기술위원회(15일)에서 감독 거취를 포함한 사안을 두고 어떤 방향이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는 지 토론한 후 결정하겠다”라고 했다.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했지만 변화를 언급한 것은 사실상 경질을 시사한 셈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위기 때마다 큰 틀에서 재신임을 표했던 이 부회장이 변화를 언급한 이유는 분명하다. 남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야 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최종예선 8차전까지 2위지만 3위와 승점 1점 차인 불안한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은 3위 우즈베키스탄과 승점 1점 차이다. 득실에서도 1점 앞선다.

“다른 방법은 없다. 남은 2경기를 무조건 다 이기면 좋겠지만, 일단 홈에서 치르는 이란 경기를 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

 

월드컵으로 가는 방법은 단순하다. 남은 2경기에서 승점을 얻으면 된다. 8월 31일 국내에서 할 이란 경기에서 져도 9월 5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치를 우즈베키스탄 경기를 잡으면 된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이 이란을 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한 이유는 분위기 때문이다. 한국은 계속해서 스스로도 무너지고 있다. 이란에 지면 우즈베키스탄 원정 승리를 바라기 어려워진다.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한다고 해도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대표팀 분위기는 떨어져 있다. 대표팀에 대한 신뢰도도 예전만 못하다. 감독을 바꿔서 흔히 이야기하는 ‘경질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그게 절대적이지는 않다. 결국 15일 할 기술위원회에서는 어떤 인물을 감독 혹은 감독대행으로 선임하느냐를 넘어 어떤 방식으로 팀 분위기를 바꿀 것인지도 의논해야 한다.

 

의논하는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계획을 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 이후 시스템이 아닌 인물을 믿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무실점 전승으로 마치자 감독 뜻을 받들었다. 대표적인 게 대표팀 인적 구성 문제다. 대표팀 코치가 이직해도 바로 대체자를 구하지 않았다. 비난이 이어지자 기능보다는 이미지를 고려한 코치 인선을 하기도 했다. 감독 뜻을 따랐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감독과 대표팀을 더 여렵게 만들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은 자존심 문제가 아니다. 월드컵은 대한축구협회와 한국 축구에 매우 중요한 무대다. 월드컵을 가지 못한다면 축구계 전체에 한파가 몰아칠 수도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정몽규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이렇다 할 활로를 개척하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에 가지 못하면 현 상황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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