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도하(카타르)] 한준 기자= 정신이 아니라 전술이 문제였다. 슈틸리케호의 원정 경기 무승 행진은 카타르 도하에서도 이어졌다. 두 골을 뽑아내며 원정 무득점은 깼지만, 세 골을 허용하며 최종예선 세 번째 패배를 당했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대표팀 감독은 경기 전 전술 보다 선수들의 정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 대표 선수들은 먼저 두 골을 내주고도 두 골을 뽑아내며 동점을 만들었으나 전술적 허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2-3으로 석패했다.

조기 소집과 평가전 실험 모두 실패였다. 대표팀은 무더운 날씨에 대비해 UAE 두바이에서 일주일 간 훈련했다. 실제 카타르와 경기가 열린 현장의 날씨는 선선했다. 경기가 열린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은 에어컨이 설치된 최초의 경기장이다. 카타르는 한국전에 에어컨을 틀어 시원한 날씨 속에 경기할 수 있게 했다.

문제는 더위가 아니라 준비였다. 더운 날씨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데다, UAE-카타르 단교 사태로 이동 일정이 길어져 3일이나 훈련 공백이 있었다. 조기 소집으로 확보한 시간을 휴식으로 보내며 허송세월했다.

이라크와 친선 경기에서 스리백을 실험한 것도 공염불이었다. 실전에는 한국영과 기성용을 두 볼란치로 배치한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했다. 기대를 모은 손흥민은 전반 30분 만에 부상으로 교체됐다. 

슈틸리케호의 경기력은 오히려 계획에 없던 이근호 조기 투입으로 살아났다. 이근호가 들어가면서 황희찬이 수비 견제에서 자유로워졌다. 이근호 황희찬이 번갈아 카타르 배후 수비를 흔들었다. 

문제는 수비였다. 이라크와 경기에서 화력 둔화를 감수하면서 문전 위험 지역에 수적 우위를 가져가 무실점한 대표팀은 두 센터백과 한국영 만으로 카타르의 풍부한 2선 공격을 제어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좌우 윙백이 활기차게 전진하는 스리백 전술을 꺼낸 카타르와 전술 싸움에서 밀렸다. 

한국의 좌우 풀백은 카타르의 좌우 윙백을 막아야 했다. 베테랑 수비수 곽태휘의 깜짝 선발 출전도 전반 24분 위험 지역에서 아크람의 돌파를 파울로 저지하는 과정에서 패착이 됐다. 이 상황에서 내준 프리킥 기회가 첫 실점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적극 공세로 나서다 후반 6분에 추가골을 내줬다. 황일수 투입 이후 공격 속도가 빨라졌고, 카타르가 체력적으로 지치기 시작하면서 두 골을 따라잡았으나 경기 내내 불안감을 보이던 수비 불안이 터졌다. 후반 30분 타바타의 패스에 이은 알하이도스의 슈팅으로 결승골을 내줬다. 

카타르는 한국이 쫓아오자 아크람을 교체했다. 투톱으로 전환하고 수비력 좋은 선수를 추가 투입해 안정적으로 수비를 굳혔다. 카타르는 2-0에서 2-2가 되는 상황에도 침착성을 잃지 않고 다시 결승골을 만들었다. 내용과 결과 모두 완승이었다. 모든 면에서 카타르가 앞선 경기였다.

한국(13점)은 최종예선 원정 무승 기록이 이어졌고, 이란에 패한 3위 우즈베키스탄(12점)과 승점 차이를 벌리지 못했다. 카타르는 최종예선 두 번째 승리를 거둬 승점 7점을 얻었다. 중국을 제치고 5위로 올라섰고, 우즈베키스탄을 5점 차로 추격해 플레이오프에 진입할 수 있는 희망을 살렸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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