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위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린 대한축구협회가 더 큰 어려움을 만들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15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했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도 사퇴했다. 이유는 성적부진이다. 한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8차전 현재 3위 우즈베키스탄에 승점 1점 앞선 2위다. 남은 두 경기를 잘 치르지 못하면 월드컵 본선에 가지 못한다.

 

경질 이유는 납득할만하다. 슈틸리케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지난해부터 있었다. 이유는 이해할 수 있지만 시점과 이후 행보는 물음표다. 이 전 기술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 교체만 발표했고 후임 인선은 차기 기술위원장이 한다고 밝혔다. 다음 경기까지 2달 밖에 남지 않았기에 많은 이들이 감독 교체와 선임이 한 번에 이뤄지리라 예상한 것과는 달랐다.

 

감독 해임보다 교체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 감독 해임은 분위기를 바꾸고 선수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효과가 있다. 그게 전부다. 한국은 분위기 전환을 하는 동시에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여론이 뜨거워지자 반쪽 해결책을 내놓았다. 이런 조치에서 대한축구협회 빈틈을 볼 수 있다.

 

울리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10월부터 위기였다. 카타르, 이란과 한 최종예선 4.5차전에서 1승 1패를 거뒀지만 고질적인 문제가 이어졌다. 같은 해 11월 우즈베키스탄과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협회는 이런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 문제를 인지한다면서도 재신임을 하는 데 그쳤다. 지난 3월 중국에 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도 슈틸리케 감독 지도력 문제가 불거졌었다.

 

문제를 인지했다면 후임 인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원론적으로 후임자 명단을 만들어 그 후보자들 상황이라도 챙겼어야 했다. 감독 인선은 하루 아침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준비하지 않았다. 과거 대한축구협회가 했던 방식과 같다. 위기가 끝나길 기다리면서도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준비하지 않고 감독을 경질하니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일단 기술위원장이 사퇴하면서 공백이 생겼다. 하루가 급한데 신임 기술위원장부터 선임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정몽규 회장은 외국에 체류 중이다. 이 전 기술위원장은 사퇴하면서 후임 지도자 조건을 언급했다. 이런 식이라면 이 전 기술위원장이 후임 인선을 한 뒤에 그만두는 게 더 낫다. 중요한 건 명분이 아니라 실리다.

 

이 전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사견이지만 후임자 조건을 밝히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후보로 거론되는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과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등이 실력이 없다는 게 아니다. 이들은 위기를 극복할 능력을 지녔다. 이번 선임은 최종예선뿐 아니라 월드컵 본선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중요성에 비해 명단이 너무 단출하다.

 

후보자가 좁혀지면 생각도 좁아질 수 있다. 대표팀 감독 교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 축구가 어떤 문화를 선택하느냐다. 앞서 언급한 지도자들은 위기관리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우리가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하며 바랐던 신선한 바람과는 거리가 멀다. 이 전 위원장은 대표팀 감독을 단순히 대표팀을 월드컵 본선에 데려갈 이로 한정해버렸다.

 

한국축구 현재와 미래를 모두 생각하면, 이번 감독에게는 최종예선만 맡기는 게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전 부위원장 말처럼 “어떻게 최종예선만 하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조건은 새로 모실 감독에게 실례가 될 수 있다. 한국 축구는 다시 딜레마에 빠졌다. 틀을 과감하게 바꾸면 이 고민을 뛰어넘을 수도 있지만, 대한축구협회에 그런 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위기는 어디서 온 게 아니다. 대한축구협회가 키웠다. 순항할 때도 어려움을 대비해야 큰 위기를 맞지 않는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를 알면서도 항상 비슷하게 행동했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거의 비슷한 주기로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면서도 나아진 게 없다. 틀을 바꿔서 나아가지 못하고, 감독 선임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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