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FIFA 월드컵 러시아 2018’을 개최하는 러시아가 개막 1년을 앞두고 가진 리허설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한국시간으로 18일 새벽 치른 뉴질랜드와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러시아 2017’ A조 첫 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오세아니아 대륙을 대표해 참가한 뉴질랜드는 객관적 전력이 강하지 않은 팀이다. 뉴질랜드전에서 찾은 희망은 결과 보다 내용이다. 러시아는 구조적으로 안정감을 보였고, 공격 전개 과정에서 유연하게 움직였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FIFA 월드컵 브라질 2014’와 ‘UEFA 유로2016’과 비교하면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 변신에서 주목할 전술적 포인트는 스리백 도입이다. 러시아는 올해들어 치른 A매치에서 스리백 전술을 시도했다. 처음 시도한 지난 3월 24일 코트디부아르와 경기에서는 0-2로 패했으나, 이후 벨기에(3-3 무), 헝가리(3-0 승), 칠레(1-1 무)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완성도를 높였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 카펠로, 유로2016에서 CSKA모스크바의 성공시대를 이끌어온 레오니드 슬러츠키 감독 체제로 운영해온 러시아는 유로2016 실패 이후 레기아바르샤바를 이끌고 2015/2016시즌 폴란드리그와 폴란드컵을 제패한 스타니슬라브 체르체소프 감독을 선임했다. 

체르체소프 감독은 러시아 대표팀의 전술 구조를 바꾼 것 뿐 아니라 세대교체도 진행했다. 지난 두 번의 메이저 대회에서 러시아 대표팀 수비를 이끈 이그냐셰비치와 베레주츠키를 제외하고 표도르 쿠드리야쇼프(30, 로스토프), 빅토르 바신(29, CSKA모스크바), 게오르기 지키야(24, 스파르타크포스크바)로 스리백을 구성해 수비 라인을 새롭게 구성한 것이다.

단지 젊은 피를 수혈한 것이 아니라 그 동안 대표팀에 중용 받지 못하던 선수들을 통해 신선한 활기를 불어 넣었다. 좌우 윙백으로는 대표팀 경력이 풍부한 알렌산드르 사메도프와 유리 지르코프를 투입해 공수 전환 과정의 안정감을 높였다. 

중원 역시 데니스 글루샤코프(30, 스파르타크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대표 출전 경력이 많지 않은 알렉산드르 예로힌(28, 로스토프)과 알렉산드르 골로빈(21, CSKA모스크바)을 배치해 신구 조화를 잘 이뤘다. 공격진은 표도르 스몰로프(27, 크라스노다르)와 드미트리 폴로즈(26, 로스토프)를 투톱으로 배치했는데, 스몰로프가 공격 지역에서 프리롤에 가깝게 움직이며 윙백의 전진 상황과 맞물려 유연한 공격을 펼쳤다. 

그동안 뒤로 물러난 포백, 높이를 활동한 경직된 공격, 개인 능력에 의존한 중앙 공격 등 단점을 보였던 러시아는 컨페드컵을 통해 새로운 전술적 시도와 선수 실험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 뉴질랜드전 승리로 사기를 높인 러시아는 한국시간으로 25일 자정 ‘유럽 챔피언’ 포르투갈과 A조 2차전 경기를 치른다. 실험의 실효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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