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전술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2017시즌 슈퍼매치에선 변화를 택한 FC서울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기존 방식을 고수한 수원삼성의 상승세가 꺾였다.

수비 불안을 감수하고 중원 숫자를 늘린 황선홍 FC서울 감독의 노림수가 승리로 이어졌다. 주세종과 오스마르의 곁에 하대성을 선발 출전시킨 전술적 변화는 하대성의 서울 복귀골이라는 결실과 함께 2-1 승리로 이어졌다. 서울은 올시즌 K리그클래식에서 지난 3월 11일 이후 첫 원정 경기 승리를 거뒀고, 공식전 4연속 무승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개최 문재로 한 달 넘게 홈경기를 하지 못한 수원은 원정 5연전에서 3승 1무 1패의 호성적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상황이었다. 서정원 수원삼성 감독은 서울의 하향 흐름, 수원의 상승흐름 속에 맞이한 슈퍼매치에 대해 “슈퍼매치는 외부 상황의 영향을 받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오히려 잘하고 있을 때 선수들을 더 눌러줘야 한다”고 했다. 애석하게도 수원은 오랜만에 치른 홈경기에서 패배를 당했다.

#지루했던 초반, 예열 오래 걸린 이유

전반 30분까지는 기세가 팽팽했다. 양 팀 모두 1차 라운드를 마쳐 조직력이 올라왔고, A매치 휴식기를 통해 전술 훈련도 가졌다. 체력적으로도 비축됐다. 터프하고 강하게 상대 공격을 막아서면서 쉽게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격하게 부딪치면서 이른 시간부터 경고를 받는 선수들이 많이 나왔다. 원정팀 서울은 김치우 하대성 곽태휘가 경고를 받고, 수원은 전반전에 곽광선과 조나탄이 경고를 받았다.

황 감독은 “상대의 스리백과 전방압박에 대한 준비를 많이 했는데, 사실 전반 초반에는 상당히 안 좋았다. 경기 감각이나 여러 가지가 시간이 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실전 경기 공백 기간이 적지 않았던 탓에 예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경기는 오후 6시에 킥오프했으나 하늘이 밝았다. 전반 30분이 지나는 시점에 조금 어둑해지면서 라이트를 켰는데, 이때부터 경기가 본격적으로 달아올랐다. 전반 32분 서울이 우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조찬호의 적극적인 드리블 시도로 균열을 일으켰다. 

조찬호의 돌파 시도가 무산 된 이후 흐른 볼을 주세종이 이어 받아 우측면으로 연결했고, 전진한 라이트백 이규로가 곧바로 크로스 패스로 연결했다. 하대성이 강력한 헤더로 마무리해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초반 잔잔하게 패스를 배급하며 예열한 하대성은 이 득점 이후 더 자신감 있게 공을 소유하고 전진하며 서울의 공격을 이끌었다.

#중원 숫자 싸움 앞선 서울, 전후방에 집중한 수원

황 감독은 경기 전 “미드필드 싸움이 관건”이라고 했다.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변화하면서 위험요소를 안고 갔다. 우리 약점을 드러내더라도 공격을 강화했다. 적극적인 축구를 주문했다.” 황 감독은 이날 윤일록 데얀 조찬호를 스리톱으로 두고 주세종 오스마르 하대성을 중원에 세웠다. 김치우 황현수 곽태휘 이규로가 포백으로 자리했는데, 오스마르가 두 센터백 사이로 내려가기 보다 빌드업 미드필더 역할을 하며 앞에서 움직였다.

주세종이 하대성과 오스마르 사이 공간을 채워주면서 하대성은 공격 2선 지역까지 올라가 플레이할 수 있었다. 전반 초반 20여 분간 루즈한 경기가 이어지면서 시서 밖에 있던 하대성은 득점 상황에서 과감한 침투로 차이를 만들었다. 황 감독은 경기 후에도 “미들 싸움의 우위를 가져가려 했던 부분에서 만족한다”고 평했다.

수원은 선제골 실점 이후 2분 만에 동점골을 기록하며 따라붙었다. 서 감독은 서울이 중원을 강화하자 “우리도 스리백 중에 매튜나 구자룡이 수적으로 남는 상황이 되면 전진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며 중원 싸움에서 수적 열세를 맞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동점골을 우측 센터백 구자룡이 미드필드 지역으로 전진해서 찔러준 스루패스를 조나탄이 이어 받아 단독 돌파로 골키퍼와 마주한 뒤 깔끔한 마무리 슈팅으로 만들었다.

이 상황에서 황 감독이 택한 위험요소가 드러났다. 오스마르는 조나탄의 돌파 과정에서 뒷공간을 쉽게 허용했고, 곽태휘도 조나탄의 돌파를 막기 위한 커버 속도가 늦었다. 유현 대신 투입된 골키퍼 양한빈도 조나탄와 마주한 상황에서 무력했다. 그러나 하대성 투입은 전반 45분 강력한 오른발 감아차기 중거리슛으로 다시금 효과를 봤다. 수원 골키퍼 신화용의 선방에 아슬아슬하게 막혔다.

하대성의 슈팅 상황에서 수원은 중원에 큰 공간을 남겨뒀다. 구자룡은 공중볼 경합 시에는 포백 앞 지역으로 전진했으나, 상대가 밀고 올라오는 상황에선 굳이 무리해서 중원으로 나오기보다 위험 지역에 머무르며 몸으로 막았다. 서울이 공세 흐름을 주도할 때는 5백을 문전 부근에 배치해 육탄 수비로 서울 공격을 차단했다. 

수원은 예견된 중원 수적 열세로 공간을 비워두는 장면이 나왔다. 서 감독은 “전반전에 우리가 미드필드에서 끌려 나가면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경우가 간혹 생겼다. 그 부분에 대해선 전반전이 끝나고 선수들에게 인지를 시켰는데, 아쉬운 것은 측면에서 크로스가 올라올 때 두 골을 내준 것이다. 수비수가 적극적으로 마크해야 했는데, 느슨한 면이 있었다”며 중원 보단 배후와 측면에서의 집중력이 패인이었다고 했다. 

수원은 조나탄의 속도와 산토스의 돌파력을 활용한 롱패스 공격을 적극 활용했다. 서울이 중원에 집중했다면 수원은 측면과 전방으로 빠르게 공을 투입하는 선 굵은 축구로 대응했다.

#서울의 교체카드 적중, 총공세에도 세밀함 부족했던 수원

서울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조찬호를 빼고 박주영을 투입해 공격에 변화를 줬다. 문전 지역의 공격 밀도를 높이고자 했다. 양 팀 모두 후반전은 체력이 떨어지면서 공간이 열렸고, 빠르게 공방전이 오갔다. 몸과 몸이 부딪히는 상황이 이어지자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전개하기 어려운 양상이었다. 수원은 후반 18분 산토스를 빼고 다미르를 투입해 중원 지역의 볼 배급력을 강화했다. 다미르가 들어가면서 염기훈이 전진해 조나탄과 투톱을 이뤘다. 

서울은 수원이 스리톱에서 투톱으로 바꾸자 수비 숫자를 줄였다. 후반 19분 수비수 곽태휘를 빼고 미드필더 이석현을 투입해 공격을 강화했다. 오스마르를 센터백 자리로 내리고 공격 숫자를 늘린 것이다. 

서울의 교체 전략은 후반 22분 윤일록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박주영이 문전 중앙, 데얀이 측면과 2선으로 교차하는 움직임을 통해 수원 수비 라인을 흔들었다. 이석현이 수원 수비를 끌어주면서 이규로가 오버래핑 상황에서 자유롭게 공간을 점유했다. 이규로의 크로스 패스가 문전 왼편으로 빠지면서 자유롭게 있던 윤일록에게 이어졌다. 윤일록이 수비의 저항 없이 오른발로 강하게 차 넣었다. 서울이 2-1로 앞서갔다. 

수원은 후반 24분 김종우를 빼고 김민우를 투입해 두 번째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김민우가 왼쪽 측면 공격수로 올라가고 염기훈이 원톱 자리로 올라섰다. 조나탄이 우측면 지역에서 슈팅 기회를 위해 도사리고 있었다. 

팽팽한 흐름이 이어진 가운데 후반 35분 수원은 고승범을 빼고 박기동을 투입해 공격 숫자를 더 늘렸다. 김민우가 고승범 자리로 이동했다. 서울은 달려들어야 하는 수원의 윙백 뒷공간을 적절히 공략하며 역습 공격을 폈다. 후반 38분 윤일록의 문전 슈팅은 수원 수비 육탄 방어에 아슬아슬하게 걸렸다. 후반 40분 부상을 입은 이규로를 빼고 심상민을 투입해 마지막 교체 카드를 썼다.

수원은 공격 지역으로 빠르게 공을 보내고자 했으나 서울의 수비 균형이 단단했다. 후반 추가 시간에 시도한 염기훈의 왼발 프리킥 슈팅도 골키퍼 양한빈의 선방을 넘지 못했다. 추가 시간이 5분이나 주어졌으나 수원 공격은 쉽게 패턴을 만들지 못했다. 서울의 2-1 승리로 종료휘슬이 울렸다. 

서 감독은 “우리가 전체적으로 주도권을 잡고 경기했지만 세밀한 부분에서 부족했다. 세밀성이 떨어지는 것을 보충해야 한다”고 했다. 공격 마침표를 찍는 과정의 치밀함에 아쉬움을 말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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