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K리그가 판정 시비를 극복하기 위해 VARs(비디오 어시스턴트 레프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영상 판독 기술로 사람의 오류를 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이 만능은 아니다.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겠다는 철학 속에 VAR을 승인했다. 운영의 몫은 사람에게 있다. 

#휘슬은 늦게, 플레이는 끝까지

VAR 시대에는 새로운 행동양식이 필요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VAR을 리그에 적용하면서 심판진과 선수단 교육을 실시했다. 심판진에게 강조한 것은 “선수가 득점을 할 것 같은 상황이라면 휘슬을 최대한 지연하라”는 것이다. 특히 부심이 오프사이드를 알리는 깃발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선수가 플레이를 매듭지을 때까지 기다려주라는 지침을 내렸다.

오프사이드 판정이 오심으로 판명나라도 기회를 살려 득점해서 인정 받을 수있도록 하기 위한 지침이다. 혹은 VAR을 통해 오프사이드가 확인되면 득점을 취소할 수 있다. 다양한 가능성을 살릴 수 있는 길이다. 선수단 교육에서도 강조한 것은 “부심이 깃발을 들어도 플레이를 끝까지 하라”는 부분이었다. 

VAR은 이제 막 도입되고 있는 제도다. IFAB와 FIFA의 통제와 간섭이 까다롭다. 시행착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논란과 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로컬룰 적용을 막고 있다. VAR은 IFAB와 FIFA의 승인을 받아 진행된다. 만약 승인을 받아 운영하던 나라에서 지침을 어겨 적용했다면 승인이 취소되어 VAR을 운영할 수 없게 된다.

#VAR 오프라인 테스트, 시간 지연 없었다

VAR은 경기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명백한 오심을 잡기 위해 도입됐다. K리그 오프라인 테스트는 R리그 경기를 대상으로 총 32경기에서 진행했다. VAR로 판정 변경이 필요했던 경우는 16차례 밖에 나오지 않았다. VAR을 통해 확인해야 했던 장면도 경기당 한 차례가 나올까 말까했다. 

VAR 평균 판정 시간은 20초가량 걸렸다. 판독부터 판정까지로 따지면 40초가량이 소요됐다. 가장 오래 걸린 판정은 1분 30초가량이나 흔치 않은 경우였다. VAR 도입으로 인해 경기가 지연되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판정 시비가 거셀 때도 경기 시간이 지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대목이다.

VAR은 시범 도입 단계이기 때문에 완벽하지는 않다. 카메라 앵글, 느린 화면으로 볼 때 화소 차이로 인해 명확하게 분간하기 어려운 장면도 있다. 이런 장면들은 IFAB가 운영국가에 영상을 공유해 논의했다. 19일 오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미디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VAR 설명회에서도 프랑스리그와 이탈리아리그에서 발생한 ‘그레이존(Gray Zone)’ 사례 영상을 보여줬다

그레이존은 VAR이 영상으로 판독하기 어려운 부분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심판진에게도 지침이 내려졌다. 효과적인 판독을 위해선 슬로우 속도로는 접촉 위치만 파악한다. 피지컬 파울이나 핸드볼, 오프사이드 등의 상황에서만 느린 그림을 본다. 파울의 강도나 핸드볼 상황의 의도성 등을 파악할 때는 일반 속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느린 그림으로 볼 때는 의도성을 곡해할 수 있다. 느린 그림으로 볼 때 오심 가능성이 14% 가량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VAR 판독 이후 상황, 퇴장성 반칙 외엔 모두 취소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연속된 상황 속의 판정이다.  축구 경기는 빠르게 공격과 수비를 오간다. 기본적으로 VAR 판독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주심은 빠르게 경기를 멈춰야 한다. 계속 경기가 재개되면 어느 시점부터 취소해야 하는지 애매해진다. 기본적으로 VAR 판독이 진행된 가운데 발생한 상황은 취소된다.

애매한 것이 이 경우다. 만약 한 팀이 공격을 진행하다가 페널티킥을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파울이 선언되지 않은 채 역습 공격을 당해 실점할 경우, 혹은 이렇게 역습 기회를 내줬을 때 명백한 득점 기회를 저지하거나 유망한 공격 기회 저지, 퇴장성 반칙 등이 발생할 때다. 워낙 빠르게 공격이 전개되어 주심이 멈출 수 없다. 이런 경우가 유로2016 대회 도중에도 있었다.

만약 먼저 페널티킥을 얻어야 했다면 이후 전개된 역습에 이은 득점은 취소된다. 만약 역습에 이은 공격 상황을 파울로 저지했다면 이로 인해 받은 카드도 취소된다. 다만 이 공격을 퇴장성 반칙으로 차단할 경우에는 취소되지 않는다. 난폭한, 심판 파울에 대해선 VAR 적용으로 인해 취소된 플레이라도 징계를 내린다.

#전광판으로 볼 수 없는 VAR, 심판 권위 손상 없다

VAR 판정으로 번복된 플레이는 경기 중 전광판에 상영되지 않는다. TV 중계로는 확인할 수 있지만, 관중과 선수들에겐 바로 보여지지 않는다. 주심은 홀로 영상판독구역에 들어가서 확인하고 판정을 내린다.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서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경기에서 VAR이 적용되었던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파울 장면은 전광판에 공개됐다. 

연맹은 “당시 상황은 오퍼레이터의 실수로 나간 것이다. 기본적으로 FIFA는 VAR로 판정이 번복된 장면을 경기장에 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K리그 경기에서도 VAR 판독이 진행 중인 사실은 전광판에 공지되지만, 어떤 장면이 어떻게 번복되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판정번복 과정의 경기장 내 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이 점에 대해선 오히려 번복된 판정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 VAR 도입국은 운영을 하며 겪은 부분을 FIFA에 리포트로 제출할 예정이다. 향후 상황에 따라 지침이 바뀔 수 있는 부분이다. 

VAR에 대해 선수과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가 주의해야 하는 점이 있다. 선수가 몸짓이나 말로 주심에게 VAR 체크를 요구하며 항의하면 경고를 받는다. 주심영상판독구역에 선수가 접근하면 경고를 받는다. 팀 관계자(코칭스태프, 구단임직원)이 상기 행동을 하면 퇴장 판정을 받는다. VAR 체크는 주심이 결정하거나 부심과 영상판독심판이 건의해서 이뤄질 수 있다. 심판진 외의 개입은 원천불허한다. 기술 도입이 심판의 권위를 손상하지 않는다. 운영권과 결정권은 전적으로 심판의 몫이다. 

사진=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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