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컨페더레이션스컵은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회다. 독일은 대회 모토에 가장 잘 맞는 젊고 참신한 선수단을 꾸렸고, 첫 경기부터 인재풀을 넓히는데 열심이다.

20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에 위치한 올림피스키 스타디온에서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러시아 2017’ B조 첫 경기를 치른 독일이 호주에 3-2로 승리했다. 전반 5분 독일의 라스 슈틴들이 선제골을 넣었고, 전반 41분 톰 로기치의 동점골이 나왔다. 전반 44분 율리안 드락슬러의 페널티킥 골로 독일이 앞서갔다. 후반에는 독일의 레온 고레츠카와 호주의 토미 유리치가 한 골씩 교환했다.

독일은 낯선 라인업이었다. A매치 경력이 10경기 이하인 선수가 율리안 브란트, 니클라스 쥘레, 라스 슈틴들, 베른트 레노, 티모 베르너, 산드로 바그너, 레온 고레츠카 7명이나 됐다. 23세 이하인 선수가 6명일 정도로 나이도 어렸다. 대회 스쿼드 자체가 젊고 신선했다. 고작 24세 나이에 A매치 경력이 가장 많은 율리안 드락슬러에게 주장을 맡길 정도였다.

독일 대표팀치고는 해외파도 많은 편이었다. 선발 라인업에 아스널(잉글랜드) 소속 슈코드란 무스타피, 파리생제르맹(프랑스) 소속 율리안 드락슬러, AS로마(이탈리아) 소속 안토니오 뤼디거가 있었다. 분데스리가가 아닌 다른 리그 선수가 다양하게 분포돼 있었다.

경기 내내 가장 빛난 유망주는 레온 고레츠카였다. 고레츠카는 후반 3분 골 장면에서 전방으로 맹렬하게 뛰어올라가며 조슈아 킴미히의 스루 패스를 이끌어냈고, 깔끔한 마무리까지 해냈다. 전반 막판 문전 침투로 페널티킥을 얻어내기도 했다. 189cm의 큰 덩치를 끌고 성큼성큼 전방으로 올라가는 고레츠카의 전진 능력이 독일의 세 골 중 두 골을 만들었다.

고레츠카는 공을 다루는 재주, 미드필드와 공격을 오가며 플레이를 연결하는 능력까지 보여줬다. 지난 2014년 A매치에 데뷔한 고레츠카는 큰 부상을 여러 번 당하며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를 샀고, 대표팀 경력도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3년 만에 겨우 6번째 A매치를 뛴 고레츠카는 독일의 미래뿐 아니라 현재까지 책임질 수 있는 실력을 잘 보여줬다.

늦깎이 국가대표 라스 슈틴들은 A매치 데뷔골의 맛을 봤다. 골은 넣지 못했지만 선발로 뛴 산드로 바그너, 교체 투입된 티모 베르너 모두 각자 장점을 보여줬다. 독일 선수단 중 두 번째로 어린 21세 율리안 브란트는 재빠른 오른쪽 돌파로 슈틴들의 첫 골을 어시스트했고, 수비 부담이 과중되지 않을 때는 특유의 고속 돌파로 여러 차례 호주 수비를 위협했다.

이미 바이에른과 독일 양쪽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은 킴미히는 스리백의 오른쪽 스토퍼와 포백의 라이트백을 상황에 따라 오가는 난해한 임무를 맡았고, 나중엔 스리백의 오른쪽 윙백으로 자리를 바꿨다. 동료 수비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는 듯 빈틈을 노출할 때가 있었지만 공격적으로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독일은 팀 전반적으로 무기력한 플레이를 했다. 특정 시스템으로 말하기 힘들 정도로 경기 내내 자주 변하는 전술이 혼란을 초래했고, 체력적으로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기미가 보였다. 막판으로 갈수록 공격이 무뎌지고 호주에 주도권을 내줬다.

경기력이 아쉽긴 했지만 호흡을 거의 맞춰보지 않은 선수들이 조합돼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아질 여지는 있었다. 독일은 선수 테스트라는 측면에서 성과를 냈다. 고레츠카를 제외하면 완벽한 활약은 아니었다. 바그너는 묵직한 대신 골을 결정짓지 못했고, 브란트는 전술에 따라 경기력 편차가 심했다. 그러나 각 선수들의 서로 다른 개성을 확인한 만큼 전술적인 옵션이 다양해졌다. 독일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대표 1진급 선수들, 고레츠카를 비롯해 능력을 확인 중인 선수들, ‘2017 UEFA U-21 유로’에 참가 중인 선수들까지 폭넓은 선수층을 갖춰나가고 있다. 대표팀 전력을 끌어올린다는 측면을 보면, 경기력이 나쁠 때도 이득을 본 팀은 독일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