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메이저 대회에서 스리백, 그것도 변형 스리백을 쓰는 팀끼리 본선에서 격돌하는 건 흔치 않다. 호주와 독일은 모두 실험적인 스리백 기반 포메이션을 시도했다. 결과는 양쪽 다 만족스럽지 못했다.

20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에 위치한 올림피스키 스타디온에서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러시아 2017’ B조 첫 경기를 치른 독일이 호주에 3-2로 승리했다. 전반 5분 독일의 라스 슈틴들이 선제골을 넣었고, 전반 41분 톰 로기치의 동점골이 나왔다. 전반 44분 율리안 드락슬러의 페널티킥 골로 독일이 앞서갔다. 후반에는 독일의 레온 고레츠카와 호주의 토미 유리치가 한 골씩 교환했다.

호주의 독특한 선수 배치가 눈에 띄었다. 윙백 없이 윙어가 측면을 책임지는 주젭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 스타일의 스리백이다. 호주는 최근 진행 중인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도 비슷한 포진으로 예선을 치르고 있다. 4승 4무로 성적은 괜찮지만 본선 직행권이 주어지지 않는 조 3위로 밀려 있는 상태다.

안게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구상한 호주의 포진은 생각처럼 잘 작동하지 않았다. 독일의 공세에 밀려 윙어들이 뒤로 밀려났다. 호주 공격의 에이스 중 한 명인 윙어 매튜 레키가 사실상 오른쪽 수비수 역할을 경기 내내 맡아야 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이어졌다. 전력상 열세인 경기에선 함부로 쓰기 힘든 전술이라는 것만 확인한 꼴이었다.

독일은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복잡한 전술로 경기에 임했다. 한 경기 안에서도 유연하게 선수 배치가 변하는 것 역시 과르디올라 감독의 스타일을 닮았다. 요아힘 뢰브 독일 감독은 과르디올라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독일의 전술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선수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이에른뮌헨 시절 주전으로 발탁했던 조슈아 킴미히였다.

독일은 킴미히가 라이트백을 맡는 포백일 때도, 율리안 브란트가 킴미히 옆에서 오른쪽 수비수 역할을 추가로 맡는 파이브백일 때도 있었다. 수비시엔 파이브백, 공격시엔 포백으로 변화하며 브란트와 킴미히가 모두 공수에서 두 명 몫을 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했다. 경기 초반엔 포백, 나중엔 스리백에 더 가까웠다.

실험이 성공적인 건 아니었다. 독일은 킴미히가 풀백, 브란트가 오른쪽 미드필더처럼 뛸 때 더 강했다. 브란트는 날카로운 측면 공격으로 어시스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완전한 파이브백으로 물러난 뒤엔 경기 지배력이 오히려 약해지는 역효과가 생겼다. 수비 숫자를 늘렸다고 실점이 줄어든 것도 아니었다. 스리백의 스토퍼, 포백의 풀백, 때론 전진해서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메워야 하는 난해한 역할을 킴미히가 버거워하며 수비 조직력이 자주 흔들렸다. 후반에 브란트를 빼고 센터백 니클라스 쥘레를 투입한 뒤 킴미히를 아예 오른쪽 윙백으로 이동시켜 봤지만 쥘레도 똑같은 문제를 겪었다. 호주가 두 골을 넣으며 독일을 위협한 것도 독일 수비가 스스로 흔들린 덕분이 컸다.

컨페더컵은 흔치 않은 포진과 전술 변화를 만날 수 있는 실험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 호주는 월드컵에서 만날 세계 수준의 팀들을 상대로 공격적인 스리백을 유지해도 되는지, 유지하려면 어떤 보완점이 필요한지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은 다양한 전술적 카드를 어떤 식으로 조합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대회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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