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1부 리그를 '4대 빅리그'라고 부른다. 2018년부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4팀이 직행하는 4개 리그 중 이탈리아 세리에A만 국내 중계가 없다. 매력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주목도는 떨어진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잔루이지 돈나룸마는 16세에 AC밀란에서 1군 데뷔, 17세에 이탈리아 대표팀 데뷔를 이뤘다. 18세인 지금은 잠재력뿐 아니라 현재 기량이 가장 뛰어난 골키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런 실력과 장래성에 가장 시끄러운 에이전트 미노 라이올라가 합세했다. 이적 시장이 시끄러워질 건 예견된 일이었다.

돈나룸마의 거취를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밀란과 계약기간이 한 시즌 남은 돈나룸마는 차일피일 재계약을 미뤘고, 이에 따라 레알마드리드 이적설이 퍼지기 시작했다. 최근 돈나룸마의 대리인인 라이올라 측이 재계약 협상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무산될 경우 바이아웃 조항 삽입’ 조건을 제시했고, 밀란은 돈나룸마의 이적을 허락하지 않고 한 시즌 동안 2군으로 강등시켜둘 수 있다는 엄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진실게임이 시작됐다.

폴란드에서 ‘2017 UEFA U-21 유로’에 참가 중인 돈나룸마는 19일(한국시간) 굴욕을 당했다. 덴마크를 상대로 무실점하며 2-0 승리를 이끌었지만 경기 내용보다 돈나룸마를 향한 밀란 서포터들의 공격이 더 눈길을 끌었다. 돈나룸마의 이름과 ‘달러’를 합성한 ‘달러룸마’라는 걸개가 걸렸다. 일부 관중은 지폐 다발을 돈나룸마 방향으로 흩뿌렸다. 돈나룸마는 골대 앞에 널린 지폐가 치워지는 동안 알듯 모를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라이올라는 돈나룸마의 거취에 대한 인터뷰를 하며 밀란이 먼저 선수를 섭섭하게 대했다고 했다. 심경 토로, 혹은 진실공방의 시작이었다. “상황이 너무 폭력적, 적대적으로 흘러갔다. 어쩔 방법이 없었다”고 말한 라이올라는 “원치 않은 결정을 내렸다. 돈 문제가 아니다. 돈나룸마의 가족까지 위협 당했다. 이런 상황에 선수를 둘 순 없다”고 주장했다.

구단 측 대표인 마르코 파소네 CEO는 돈나룸마의 팀내 입지를 위협하며 협상에서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라이올라의 주장을 반박했다. “결정을 내린 것이 선수든 에이전트든 실망했다”며 “위협하지 않았다. 우리 입장은 간단하다. 돈나룸마를 팔 생각은 없다. (출장 여부는) 빈첸조 몬텔라 감독이 그때그때 결정할 문제다. 내 생각대로라면 매주 뛸 거다. 그러나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골키퍼를 찾아야 한다.”

파소네 CEO는 여전히 돈나룸마를 붙잡고 싶다는 태도였다. “만약 돈나룸마가 생각을 돌린다면 구단뿐 아니라 결국 팬들까지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다. 분위기는 금방 바뀔 수 있다.”

현재로선 이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돈나룸마는 어느 팀이든 추후 20년 동안 주전으로 쓸 수 있는 선수다. 유벤투스는 2001년 당시 23세 나이로 유벤투스에 합류해 16시즌 동안 주전으로 활약했다. 데뷔하자마자 신인답지 않은 순발력, 대담함으로 주목 받은 돈나룸마는 수비진 조율 등 여러 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레알과 함께 유벤투스도 행선지 후보로 꼽히지만, 세리에A 안에서 이적이 이뤄질 경우 소동이 더 커질 수 있다. 파리생제르맹도 후보지로 거론된다.

라이올라는 지난해 폴 포그바에 이어 돈나룸마를 통해 이탈리아 이적 시장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원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 시끌벅적한 이적을 이끌어 온 인물이지만, 지난해 포그바를 세계 최고 이적료로 움직이게 만들며 수수료로 한화 300억 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는 것이 알려지며 더 화제를 모았다. 뒤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여러 에이전트들과 달리 라이올라는 인터뷰를 자처하며 논란을 감수하는 공격적인 스타일을 가졌다.

라이올라는 오랫동안 밀란과 거래해 왔다. 현재 돈나룸마 외에 자코모 보나벤투라, 이그나치오 아바테 역시 라이올라가 관리하는 밀란 선수들이다. ‘칼초메르카토’에 따르면 돈나룸마와 별개로 보나벤투라와 아바테는 밀란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 둘 다 이탈리아 대표 출신이고, 전면 개편 중인 밀란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선수들이다.

AC밀란은 돈나룸마가 이적할 경우 새 주전 골키퍼로 제노아 소속 마티아 페린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스포츠 이탈리아’는 이탈리아 대표 골키퍼 페린의 몸값이 700만 유로(약 89억 원)에서 시작해 부가 조항이 붙는 형식이 될 거라고 보도했다. 바이엘04레버쿠젠에서 뛰는 독일 대표 골키퍼 베른트 레노 역시 물망에 올라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