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슈퍼매치 답게 치열한 경합이 펼쳐졌다. 슈퍼매치의 느낌은 똑같았다.”

2013시즌 이후 4년 만에 슈퍼매치에 출전해 골맛을 본 FC서울 미드필더 하대성은 슈퍼매치 분위기가 여전했다고 했다. 하지만 통계 수치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수원삼성과 FC서울이 올 시즌 두 번째로 만난 18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모인 관중은 20,140명. 두 팀의 대결이 슈퍼매치라는 이름을 달고 열린 이후 리그전 최소 관중 기록이다.

당장 지난 3월 2017시즌 K리그클래식 개막전으로 서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슈퍼매치에 34,376명의 관중이 모였다. 지난 2016시즌 FA컵 결승전 1,2차전 대결에도 양 팀의 경기장에 모두 3만 이상의 관중이 모였다. 앞서 언급한대로 K리그에서 열린 슈퍼매치에선 2005년 대결 이후 최소 관중이 모였다. 2005년 6월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리그 전반기 대결에 19,385명이 모인 이후 최소 관중이다.

2005년에는 수원과 서울의 대결에 ‘슈퍼매치’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다. 두 팀 간의 라이벌 의식은 수원삼성과 안양LG의 ‘지지대 더비’에서 기원하는데, 안양이 2004년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지지자 층은 갈라졌다. 두 팀의 대결이 라이벌전으로 다시 불리기 시작한 것은 셰놀 귀네슈 감독이 2007시즌 서울 지휘봉을 잡고 차범근 감독이 이끈 ‘레알 수원’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면서 부터다. 

2007년 4월 귀네슈호와 차범근호의 첫 대결에 양 팀 간 대결 사상 처음으로 5만 5천 관중을 넘겼다. 그때 이후로 슈퍼매치는 ‘탈 K리그’ 수준의 관중을 모았다.

슈퍼매치에 대한 관심은 전북현대의 독주체제가 이어지며 조금씩 줄어들었다. 특히 수원이 선수단 운영 자금을 줄이기 시작한 2014년 무렵부터 2만대로 관중수가 내려왔다. 지난 2015시즌 마지막 슈퍼매치에도 23,308명의 관중이 들어와 슈퍼매치가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2016시즌 첫 슈퍼매치도 3만 관중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말 FA컵 결승전 대결이 낳은 명승부로 불타오른 슈퍼매치는 올 시즌 두 번째 대결에 이르러 다시금 식었다. 두 팀의 대결이 6위와 7위간 대결로 열리게 됐다는 점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대결이라 부르기 어색했다. 더구나 경기에 앞서 있었던 A매치 기간 한국 대표팀의 부진은 축구 자체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을 떨어트렸다.

실제로 이날 경기를 앞두고 서정원 수원 감독과 황선홍 서울 감독 모두 한국 축구의 위기를 말했다. 슈퍼매치가 흥미로운 경기로 팬들의 축구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반 초반 30분동안 두 팀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양 팀 합쳐 5장의 경고가 나오는 동안 단 하나의 유효슈팅도 나오지 않았다. 지리항 공방이 오갔다. 경기가 불붙은 것은 전반 32분 서울 하대성의 헤딩 선제골이 나오고, 곧바로 2분 뒤 수원 조나탄의 동점골이 터지면서다. 득점이 나오자 열린 공방전이 벌어지며 2만 관중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후반전에도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오간 가운데 후반 21분 윤일록이 결승골을 넣어 원정팀 서울이 승리했다. 2016시즌 FA컵 결승전에서 패한 아픔을 설욕했다.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공방전 끝에 서울이 웃었다. 선발 전략부터 교체 카드까지 양 팀 감독의 지략 싸움이 뜨거웠다. 선수들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모두 드러누울 정도로 온 힘을 쏟았다. 

현장에서 느낀 슈퍼매치의 열기는 여전했다. 평소보다 경기장에 진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입장객들이 몰려 진입로가 막혔다. 경기 전 감독 인터뷰에도 평소 이상으로 많은 취재진이 몰려 자리가 비좁았다. 슈퍼매치에 비상한 관심이 모이는 것은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서포터즈의 응원 열기도 여전했다. 

하지만 이날 기록된 관중수는 분명 슈퍼매치의 위기와 K리그의 위기, 한국 축구의 위기를 말하고 있다. 슈퍼매치는 준수했지만 ‘슈퍼’하지는 않았다. 모든 슈퍼매치가 특별할 수는 없지만, 슈퍼매치가 특별함을 잃어가고 있다는 위기론이 되풀이 되고 있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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