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도하(카타르)] 한준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이상주의자 성향의 지도자다. 레알마드리드에서 현역 선수 생활을 했으나, 지도철학은 FC바르셀로나 레전드 요한 크라위프의 방향을 따른다. 공을 소유하고, 상대 지역을 지배하며, 규율 보다 창의적 축구를 추구한다.

호르헤 포사티 카타르 감독은 실용주의자다. 결과를 내는 것에 집중해 경기 마다 실리적인 맞춤형 전략을 준비한다. 카타르가 아시아 무대에서 강자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며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속공을 펼친다. 포사티 감독의 조국 우루과이가 추구하는 축구이기도 하다.

한국과 카타르의 맞대결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결과가 절실하다. 카타르 역시 3위로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는 희망이 남아있지만, 이 경기에선 당장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권 보다 2022년 카타르 대회를 위한 가능성을 봐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실리, 포사티 감독이 이상을 추구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시각으로 14일 새벽 4시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경기장에서 펼쳐질 두 팀의 대결은 지난해 맞대결 당시와 다른 양상의 경기가 예상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7일 이라크와 친선경기에서 스리백을 시험하며 실리적인 축구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비공개로 진행했지만 북한과 친선경기에서 카타르는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며 신선한 팀으로 변화 의지를 보였다.

#카타르전에도 기성용은 후방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원 지역의 볼 소유를 강조하지만, 이라크와 경기에선 기성용을 후진 배치하고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만 배치했다. 주장 기성용은 경기 하루 전 가진 인터뷰에서 “이라크전에 뭐가 잘 안되었는지, 우리가 무엇이 부족했는데, 공격적인 부분과 수비적인 부분을 감독님과 연습했다”고 했다.

이라크전의 실험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기성용이 이라크전처럼 아예 수비 라인까지 내려가지 않을 수 있지만 중앙 공격형 자리보다는 후방 플레이메이커에 가깝게 뛸 가능성이 크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조금 더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것을 강조했다. 공이 더 많이 앞으로 나가야 하는 부분을 준비했다”고 했다.

전진 패스를 짧은 연계 플레이보다 굵은 롱패스로 펼치겠다는 의중을 읽을 수 있다. 기성용도 “선수들이 조금 더 적극적인 움직임, 공간으로 많이 뛸 수 있는 움직임을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공간으로 많이 뛰는 선수들을 향해 기성영이 전달할 한방의 패스로 골로 가는 길을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그런 측면에서 카타르전에는 손흥민 지동원 이근호 황희찬 등 전방 지역에서 활동력이 좋은 선수들의 투입이 예상된다. 역습 공격시 풀백의 오버래핑이 활발한 카타르의 배후 뒷공간을 한번에 습격해 골을 만들겠다는 전술 계획을 전망할 수 있다. 김신욱 등 장신 공격수 유형보다 돌격대장 성향의 공격수를 다수 뽑은 이유를 읽을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번 만큼은 카타르 분석에 큰 공을 들였다. 카타르는 북한과 친선경기의 TV 중계를 차단하면서 전략 노출을 막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가 치른 모든 예선 경기를 봤다며 “선수의 개성은 변하지 않기에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현대 축구에 완전한 비밀은 없다. 포백, 파이브백 모두 대비했다”고 말했다.

#카타르는 속공으로 측면공간을 노린다

경기 하루 전 훈련에서 카타르는 측면을 통한 역습 공격 패턴에 집중했다. 네 명의 수비수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수비 라인을 구축하고, 네 명의 공격수가 수비지 자기 진영에서 블록을 만들고 있다가 공격시 과감하게 슈팅을 시도한다. 카타르 풀배 압델카림 하산은 “한국의 빠른 윙어를 상대로 공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겠다”고 했다. 조직 수비로 막고 빠른 오버래핑으로 측면 주두권을 가져오겠다는 심산이다.

카타르는 세바스티안 소리아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지만, 젊고 기술적인 2선과 측면 선수들을 다수 보유해 역습 상황에서 개인 능력으로 득점할 수 있는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소리아의 솔로 플레이 대신 다양한 루트로 골을 넣겠다는 생각이다. 장시 공격수 메샬 압둘라의 포스트 플레이, 베테랑 미드필더 호드리구 타바타의 정밀한 킥 능력도 카타르가 믿을 수 있는 무기다.

카타르가 라인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기에 기성용이 후진 배치되어도 중앙 지역을 지배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관건은 타이밍이다. 양 팀 모두 서로가 전진했을 때 비워둘 공간을 빠르게 공략해야 한다. 경기는 매우 팽팽한 집중력 싸움이 될 것이다. 선제골의 가치는 원래 높지만, 일반적인 상황보다 그 영향이 더욱 큰 경기가 될 것이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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