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6월 A매치 소집 명단은 일찍마치 변화가 예고돼 있었다. 울리 슈틸리케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은 오랫동안 신뢰해 온 선수들을 선발하는 고집과 동시에 신예 선수들을 소집하는 변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축구 남자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번 대표팀은 6월 13일 카타르 도하에서 카타르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조 2위를 유지하기만 하면 본선에 직행할 수 있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과 승점차가 1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승점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조기 소집 카드를 꺼냈다. 5월 29일에 일찌감치 참여 가능한 인원 위주로 훈련을 시작, 6월 3일 중동 전지훈련을 떠나 6월 7일 이라크와 친선경기로 조직력 상승을 꾀한다.

이번 명단이 주목받은 건 최근 대표팀에 쏟아진 비판과 이에 얽힌 우여곡절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3월 A매치를 겪으며 경질 여론에 시달렸다. 차두리 전력분석관이 사실상 코치로 합류했다가 이번 소집을 앞두고 떠나는 등 혼란이 심했다. 정해성 수석코치가 새로 합류하며 팀의 체제를 바꿨다. 아울러 기술위원회가 슈틸리케 감독에게 선수를 천거하는 등 소집 명단 변화가 예고된 상태였다.

이창민, 황일수의 신선한 활약을 기대한다

먼저 눈에 띈 건 그동안 많이 뽑히지 않은 선수들이다. 골키퍼 조현우, 미드필더 이명주와 이창민, 윙어 황일수, 공격수 이근호가 여기 속한다. 특히 이창민과 황일수는 대표팀 최초 발탁이다. 조현우도 발탁 경험은 있지만 A매치를 치른 적이 없다.

각 선수 선발엔 사정이 있다. 조현우는 K리그 소속 골키퍼의 필요성 때문에 선발됐다. 이번 대표팀 24인 중 골키퍼는 4명이다. 나머지 3명 모두 J리거라 조기 소집에 응할 수 없다. 조현우는 국내 훈련 파트너 역할을 맡을 임시 골키퍼들과 함께 초반 훈련을 이끌어야 한다.

새로 발탁된 이창민과 황일수는 K리그 최강팀으로 올라선 제주유나이티드를 이끄는 선수들이다. “이번 명단을 짤 때 기존에 함께 했던 경험,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을 뽑은 면도 있다. 한편으론 K리그에서 선수들을 점검해 활약을 토대로 구성했다. 최근 K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제주유나이티드를 집중적으로 봤다. 제주는 한국을 대표해 유일하게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살아남은 팀이다. 이창민, 황일수를 특히 눈여겨봤고 대표팀 선발까지 하게 됐다.”

이창민은 미드필드 모든 지역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고, 최근 제주에선 중앙 미드필더를 맡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의 파트너로 이창민을 붙일 가능성을 거론했다. 기성용의 파트너를 이야기할 때 수비력이 좋은 한국영과 더불어 “제주에서 보여준 능력을 대표팀에서도 보여줄 수 있다”며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창민은 부상으로 이탈한 구자철의 공격력도 메울 수 있는 선수다.

공격진은 변화 폭이 크다. 부상 중인 이정협, 대표팀 전술을 단순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돼 온 김신욱이 모두 빠졌다. 대신 황희찬, 지동원과 함께 선발된 선수가 이근호다. 대표팀 베테랑이지만 최근 선발에서 밀려 있던 이근호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에서 뛰어 본 선수라 뽑은 건 아니다. 최근 활약이 좋다. 주말에 직접 서울 경기를 가서 봤는데 예전의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굉장히 활동량이 많고 열심히 뛰면서도 상대 진영에서 상대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선수라 다시 소집했다“고 밝혔다.

팀의 구심점으로 뽑은 이청용, 박주호

반면 소속팀에서 거의 뛰지 못하는 박주호, 이청용을 다시 소집한 건 고집으로 보이기도 한다. 경기 감각이 떨어진 선수는 가급적 뽑지 않는 것이 슈틸리케 감독의 선발 기준 중 하나였다. 박주호는 4월 초 보루시아도르트문트의 벤치에 앉은 것을 끝으로 1군 경기 명단조차 들지 못했다. 이청용 역시 크리스털팰리스에서 입지가 좁다. 올해 2월부터 교체출장 단 1회가 전부다.

슈틸리케 감독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경험 많은 선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두 베테랑을 선발했다고 말했다. 이청용은 대표팀의 에이스로 존재감이 컸던 선수고, 박주호는 비교적 경험이 적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가장 성공적인 대회였던 ‘2015 호주아시안컵’에서 맹활약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중국전, 시리아전을 볼 때 일부 선수들은 중압감과 부담감을 떨쳐내기 어려워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한다. 박주호와 이청용은 일종의 와일드카드다. 팀이 단결되고 성숙되고, 정신적으로 강해지기 위해 경험 있는 선수들이 필요했다. 90분 뛸 수 있는 체력이 아니더라도 팀의 중심을 잡아줄 경험과 힘이 있다고 생각해 선발했다.”

선발로 쓰기보다 팀을 결집시킬 멤버라고 생각해 선발했다는 것이다. 체력은 부족하더라도 훈련과 평가전을 통해 좋은 감각이 확인된다면 교체 카드로 활용할 생각 역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자 축구대표팀 6월 A매치 소집 명단

골키퍼 : 권순태(가시마앤틀러스), 김승규(빗셀고베), 김진현(세레소오사카), 조현우(대구FC)

수비수 : 장현수(광저우푸리), 홍정호(장쑤쑤닝), 곽태휘(FC서울), 김민혁(사간도스), 김창수(울산현대), 최철순, 김진수(이상 전북현대), 박주호(도르트문트)

미드필더 : 기성용(스완지시티), 이명주(알아인), 한국영(알가라파), 이창민, 황일수(이상 제주유나이티드), 이재성(전북현대), 남태희(레퀴야), 이청용(크리스털팰리스), 손흥민(토트넘홋스퍼)

공격수 :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황희찬(잘츠부르크), 이근호(강원FC)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