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일본이 2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꺾고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D조 일정을 첫 고비를 넘겼다. ‘남미 챔피언’ 우루과이와 유럽 대회 준우승팀 이탈리아 등 강적과 한 조에 속한 일본은 승점 3점을 확보해 잔여 일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일본은 만 16세에 불과한 구보 다케후사를 이번 대회에 선발해 화제를 모았다. FC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서 성장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바르사에 내린 국제 유소년 선수 이적 금지 규정 위반의 영향으로 FC도쿄에 입단한 구보가 남아공과 경기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했다.

일본은 남아공을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7분 그랜트 마지먼에 선제골을 내준 이후 밀렸다. 남아공은 일본 포백 라인의 뒷공간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전반전에 여러 차례 득점에 근접한 상황을 만들었다.

일본은 아시아 대회를 비롯해 대회 준비 기간 동안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삼고 플레이해왔다. 남아공전에도 후나키-나카야마-도미야스-하츠세가 포백으로 서고, 미요시-이타쿠라-사카이-도안이 미드필더, 오가와와 이와사키가 투톱으로 배치됐다.

우치야마 감독이 추구하는 4-4-2 포메이션은 투톱이 전방에서 활발한 활동량으로 전방 아박을 펼치고, 포백 라인을 높여 하프라인 전후 수비 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포백을 전진시켜 빌드업 기점이 높고, 두 줄 수비로 콤팩트함을 유지한다.

단점은 역시 배후 공간이다. 오프사이드 트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단번에 위기를 허용할 수 있다. 남아공은 마크갈와를 원톱으로 두었으나 2선의 싱-셀레-음바타 등과 유기적인 위치 변화를 가져가며 힘있는 슈팅을 뿌려 일본의 약점을 적절히 공략했다. 결정력이 아쉬웠다.

일본의 4-4-2 포메이션은 배후 공간이 불안한 것 외에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좌우 풀백이 수비 지역에 머무르면 배후 공간을 내줘도 빠르게 커버할 수 있었다. 이타쿠라는 터프하게 포백을 보호했다.

두 명의 미드필더 중 사카이가 공격적으로 움직였고, 좌우 측면의 미요시와 도안은 날개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했다. 풀백이 전진하면 두 선수와 안으로 좁혀 들어와 공격이 더 원활해졌다. 

투톱 중에선 오가와사 마무리하고, 이와사키가 측면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해 공간을 만드는 역할이었다. 후반 2분 동점골은 이와사키가 좌측면을 돌파하고 연결한 패스를 문전에서 오가와가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일본은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기본기가 탄탄했고, 개별적으로 기술적 장점을 갖추고 있었다. 이와 더해 4-4-2 포메이션 구조 하에서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인지하고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팀의 구조 안에 개인 능력을 적절히 적용했다. 특정 개인에 의존하기 보다 구조 안에서 꾸준한 경기를 하는 팀이었다.

#팀플레이에 집중한 일본의 4-4-2, 구보 투입되고 활기 

유일한 아쉬움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변속기어였는데, 후반 14분 첫 번째 교체 투입 선수로 선택된 구보가 이 역할을 해줬다. 왼쪽 미드필더 미요시 대신 투입된 구보는 또래보다 4살이나 어린 선수임에도 여유있게 공을 소유하고 전개하며 안정적인 플레이를 했다.

일본은 후반 23분 이와사키를 빼고 엔도 게이타를 투입했고, 엔도가 측면으로 이동하고 구보가 오가와의 파트너로 전진 배치되었다. 후반 27분에 왼쪽 측면에서 이어진 침투패스가 도안을 거쳐 문전 왼편의 구보에게 이어졌고, 구보는 다시 배후 공간으로 침투한 도안에게 패스해 역전골을 어시스트했다.

우측면에서 중앙으로 좁혀 들어와 골로 가는 길은 여는 도안의 활약도 출중했다. 구보는 어시스트 상황에서 탁월한 판단력을 보였고, 나이에 비해 노련한 플레이를 했다. 구보는 일본의 안정된 4-4-2 포메이션에 창조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다. 

아직 피지컬적으로 미완인 구보는 90분 간 상대를 압박하고, 팀 규율에 따라 체력을 소모하기 보다 조커로 투입되어 결과를 만드는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후반 추가 시간에 경미한 부상을 입은 이타쿠라를 하라로 교체하면서 수비를 보완하고 시간도 지연했다. 

일본은 여전히 아시아에서 공을 가장 잘 다루는 팀이지만, 점유에 집착하기 않고 효율을 찾아가고 있다. 피지컬이 아닌 블록으로 수비 안정성을 높이고, 공격 상황에서도 마지막 패스의 치명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내실 있는 축구로 결과를 추구하고 있다.

현 일본 U-20 대표팀은 2020년 개최할 도쿄하계올림픽에 대비해 장기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팀이다. 더 강한 두 팀과 대결이 남아있지만 아시아 대회 우승으로 시작된 여정의 흐름이 나쁘지 않다. 

남아공-일본전 이후 열린 우루과이-이탈리아전은 대회 개막 후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전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그리고 피지컬적으로 우루과이는 우승후보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였다. 이탈리아 역시 힘있는 플레이로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였다. 일본은 24일 우루과이, 28일 이탈리아를 상대한다. 일본의 구조가 남미와 유럽의 열강을 상대로도 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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