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한국 U-20 남자 대표팀이 기니를 잡고 한껏 격앙된 기분으로 출발했다. 다만 경기 지배에 실패한 미드필드는 완성되지 않았다. 확실한 구조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도 다양한 선수 기용으로 첫 경기를 돌파했다.

20일 전북 전주시의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A조 1차전을 치른 한국은 기니를 3-0으로 꺾었다. 전반 36분 이승우, 후반 31분 임민혁, 후반 36분 백승호가 골을 넣었다.

점수에 비해 위기 상황이 많았던 경기였다. 특히 전반전 30여분 동안 한국은 기니보다 밀리는 경기를 했다. 이 시간 동안 무실점으로 버틴 것이 승리 요인 중 하나였지만 완벽한 수비로 기니를 철저히 봉쇄했다기보다 어떻게든 겨우 버틴 수비에 가까웠다. 기니 공격을 주도한 줄스 케이타는 화려한 드리블로 두세 명을 제치고 한국 페널티 지역까지 자주 돌입했다. 케이타가 측면 돌파가 아닌 중앙 돌파를 기습적으로 시도했을 때는 이상헌이 저지하려다 경고를 받기도 했다.

기니가 주도권을 잡은 시간 동안, 한국의 문제는 상대 압박을 뚫고 공을 전진시키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기니가 체력 배분도 아랑곳 않고 전반 초반에 힘을 낭비했다는 측면도 있지만, 그 동안 한국 미드필드는 기니의 압박을 뚫어내지 못했다.

한국은 미드필더 세 명을 역삼각형으로 세웠다. 가장 뒤에 배치된 이승모는 두 센터백과 앞의 두 공격형 미드필더 사이를 연결하고, 측면으로도 공을 보내며 빌드업을 시작하는 선수다. 왼발잡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진현, 드리블 등 직접 공격력이 좋은 이상헌이 각기 다른 스타일로 공격과 미드필드를 오간다.

이 구조가 생각만큼 잘 작동하지 않았다. 기니도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 앞에 공수를 오가는 미드필더 두 명을 배치했는데, 경기 초반에는 기니가 여러 차례 중앙에서 공을 전진시키며 빌드업에 성공한 반면 한국은 패스 미스를 범하거나 몸싸움에서 밀리며 소유권을 자주 잃어버렸다. 이승모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원래 임무인 안정적인 경기 운영보다 기습적인 공격 가담으로 제공권을 활용할 때 더 가치를 보였다.

신태용 감독은 교체 카드 세 장 중 먼저 쓴 두 장을 모두 미드필드에 활용했다. 이상헌보다 미드필드 조율에 강점이 있는 임민혁을 교체 투입했고, 이승모와 같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으면서 더 수비수에 가까운 김승우도 넣었다. 임민혁이 적극적인 압박으로 공을 탈취하고 과감한 문전 침투로 골까지 터뜨리며 신 감독의 선수 기용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한때 밀리던 경기를 버티고 승리할 수 있었던 건 미드필드에 비해 완성도가 높은 수비진, 공격진의 힘 덕분이었다. 이상민과 정태욱의 센터백 조합은 기니에 여러 차례 뚫릴 때도 최종 저지선 역할을 해냈고 가장 고생한 라이트백 이유현도 고군분투했다. 레프트백 우찬양은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부족할 때도 있었지만 쐐기골의 기점이 되는 좋은 패스를 제공했다.

공격진은 조영욱이 확실한 자신감을 갖고 압박, 침투, 연계 플레이, 마무리를 위한 문전 쇄도에 모두 단호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전 조합을 찾았다. 저돌적인 이승우, 팀 플레이를 더 신경쓰는 백승호 사이에서 조영욱의 플레이 스타일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다른 포지션에 비교적 확고한 주전이 있다면, 미드필드는 여전히 각각 장점이 다른 선수들로 붙박이 없는 경쟁이 진행되는 중이다. 기니전에 나선 멤버가 주전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김승우, 임민혁도 가능성을 보였다. 신 감독은 본선을 치르면서 계속 미드필드 조합을 궁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경기마다 다른 조합을 들고 나갈 가능성도 높은 지역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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