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한준 기자= 철저한 준비와 도전적인 자세가 시원한 승리로 이어졌다. 공격적인 축구로 성적을 내겠다고 천명한 신태용 감독의 U-20 대표팀은 기니와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A조 1차전 경기에서 3-0 대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의 청신호를 밝혔다.

시작부터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상대가 약해서 거져 얻은 완승이 아니었다. 대회 개막 첫 날부터 세계에 만만한 팀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베네수엘라는 독일을 꺾었고, 바누아투도 멕시코에 2-3으로 석패했다. A조에서 첫 승 상대로 여긴 기니는 ‘축구를 잘 하는’ 팀이었다.

#베일 벗은 기니, 축구 잘하고 조직도 탄탄

기니축구의 인프라는 열악하다. 기니축구협회는 기술분석부서가 없다. A조 참가국 중 아시아 지역 전지훈련 없이 한국에 온 유일한 팀이다. 16일에 기니에서 넘어와 시차적응 등 측면에서도 불리했다. 기니는 공개된 한국 U-20 대표팀에 대해 면밀히 파악하지 못한 채 경기를 준비했다.

한국 역시 기니의 최근 정보를 구하기 어려웠다. 개개인의 운동 능력 혹은 신체 능력을 활용하는 팀일 것으로 예상한 기니는 훨씬 더 기술적이고, 전술적이었다. 기니의 기본 전형은 4-2-3-1 포메이션으로 보였으나, 실제 경기 중 선수간 위치이동이 변화무쌍했다. 구조적으로 탄탄했다.

기니는 무사 카마라가 골문을 지키고 마마두바 디아비-모하메드 알리-모하메드 카마라-살리프 실라를 포백으로 뒀다. 마마두 카네와 디드 포파나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됐는데, 포파나가 포백을 보호하고, 카네는 우측면 및 전방 지역으로 이동하며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원톱 모모 얀사네의 뒤로 줄스 케이타-이브라히마 소리-장 페르난데스가 2선 공격수로 배치됐는데, 케이타는 라이트백 자리까지 수비적으로 커버하다가 공격시에는 무지막지한 드리블 기술을 선보였다.

케이타가 공격 지역으로 전진하면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 있던 소리가 그 뒷 공간을 커버했다. 수비 부담을 함께 졌다. 우측면의 페르난데스는 라이트백 실라가 오버래핑하면 수비 커버 플레이를 통해 안정성을 유지했다. 전방에서 공을 잃으면 빠르게 압박하는 데도 능했다.

기니는 전방에서 3~4명의 선수들이 블록을 이뤄 압박을 가했고, 수비 지역에서도 선제적인 커트를 통해 역습 공격을 펼쳤다. 경합 상황에서 몸을 이용해 공간을 확보하고, 빈 공간에 있는 동료를 빠르게 포착해 공격 템포를 높였다. 공간을 이해하고, 동료를 활용하며, 공을 잘 다뤘다.

#결정력 부족했던 기니, 침착하게 버틴 한국

기니의 약점은 결정력이었다. 전반전에 여러 차례 위협적인 기회를 맞았으나 마무리 슈팅이 골문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무려 8번의 슈팅이 있었으나 유효 슈팅은 한번도 없었다. 한국은 생각보다 촘촘한 기니의 그물을 뚫고, 공격을 막기 위해 경기 중 여러 위치 변화를 시도했다. 레프트백 우찬양을 우측 센터백 지역으로 보내고 이진현을 왼쪽 측면으로 이동시켜 측면 화력 회복을 추구하기도 했다.

기니가 빠른 템포의 경기를 펼치며, 우월한 피지컬로 압박하자 한국은 쉽게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돌파력이 뛰어난 이승우를 통한 몇 번의 공격 장면 외에 이전 평가전에서 보였던 유연한 공격을 만들지 못했다.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은 "전반 10분 정도는 우리 수비 지역으로 내려와서 상대가 어떤 분위기를 만드는 지 보자고 해다. 우리 홈이고, 상대가 원하는 축구 보다는 뒷공간을 때리고 밀고 오는 축구를 할 수 있는 점을 염두에 뒀다"고 했다.

기니의 초반 기세는 신 감독이 의도한 점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신 감독은 물러선 자세가 기니의 기를 살려주고, 경기 주도권을 쥘 수 없는 문제로 드러났다고 했다. "5분 정도 지나니 아프리카 특유의 기를 살려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방 압박으로 올리고, 뒤에서 경기를 만들어가자는 본래 방식으로 바꿨다. 그게 주효했다."

기니전 경기 흐름이 전반 중반 바뀐 것은 신 감독의 경기 중 방향 조정 결과였다. 본래 준비한 플레이가 더 잘 먹혔다. 더불어 야심차게 준비한 세트피스 공격도 위협적이었다. 장신 수비수 정태욱을 활용해 시도한 여러 패턴 공격은 아슬아슬한 상황을 만들었다. 이승모나 이상헌이 깜짝 전진해 헤더를 시도한 것도 기니 수비의 허를 찔렀다. 

몇 번 좋은 장면을 만들었고, 기니 측면 공격수 케이타가 과도한 돌파 시도 과정에서 컨디션이 떨어지자 한국의 기세가 올랐다. 결정적으로 전반 36분 이승우가 단독 돌파에 이어 시도한 슈팅이 기니 수비수 알리를 맞고 굴절되며 선제골로 이어져 사기를 올릴 수 있었다. 실점 이후 기니의 플레이 밀도가 떨어졌다. 신 감독도 "선수들이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처음 경기하다보니 12번째 선수가 될 수 있지마 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첫 골이 들어가면서부터 12번째 선수를 충분히 활용했다"고 했다. 

한국은 여세를 몰아 전반 종료 직전 조영욱과 이승우의 2대1 패스를 통한 측면 공격으로 추가골을 만들었다. 하지만 VAR 판독을 통해 이승우의 돌파 과정에 골라인 아웃이 파악되어 인정되지 않았다. 이 골이 들어갔다면 훨씬 여유롭게 승리를 굳힐 수 있었다. 기니는 무너질뻔한 위기에서 살아났다. 신 감독은 하프타임에 "그래도 우리가 1-0으로 이기고 있다고 얘기해줬다. 그리고 0-0이라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스코어에 신경 쓰지 말고 우리 플레이를 계속 하자고 고 했다"며 "선수들이 그 주문을 잘 따라줬다"고 했다.

#체력 떨어진 기니, 실리적으로 운영한 후반전

후반전 시작과 함께 한국은 이승우 이진현 백승호 사이의 연계 플레이를 활용해 공세를 펼쳤다. 백승호와 이진현이 좌우로 넓게 벌려 움직이며 기니 수비 간격을 넓히려 했다. 리드 상황인 만큼 풀백의 전진 없이 제한된 숫자로 전진한 기니 라인의 뒤를 노렸다. 백승호 이승우가 적절한 위치 이동과 패스 타이밍을 통해 공을 주고 받으며 상황을 만들었다. 

전반 초반 급격하게 피치를 올렸던 기니는 전반전보다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 동점골을 노렸다. 전반전에 비해 후반전은 덜 격렬했다. 기니는 후반 13분 페르난데스를 빼고 다우다 카마라를 투입하며 공격에 변화를 줬다. 한국은 후반 20분 돌파력이 좋은 이상헌을 빼고 조율 능력을 갖춘 임민혁을 투입해 미드필드에 창조성을 강화했다.

기니는 후반 22분 경고를 안고 있던 수비형 미드필더 포파나를 빼고 공격수 몰라예 실라를 투입하며 공격 숫자를 늘렸다. 몰라예 실라가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로 올라가고 소리가 카네의 중원 파트너로 내려왔다. 한국은 후반 30분 이승모를 빼고 김승우를 투입해 포백 앞 수비를 강화했다. 

후반 31분 또 한번 백승호 이승우의 조합 플레이가 빛났다. 백승호의 전진 패스를 이승우가 페널티 에어리어 앞에서 이어받은 뒤 임민혁을 향해 스루 패스를 보냈다. 수비수 알리의 다리 사이로 빠진 볼을 이어 받은 임민혁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마무리해 쐐기골을 넣었다. 지친 기니의 사기를 꺾을 수 있는 골이었다. 

기니는 두 번째 실점 후 케이타를 빼고 나비 방구라를 투입해 마지막 교체 카드를 썼다. 하지만 골은 또 한번 한국의 몫이었다. 후반 36분 수비수 우찬양이 먼 거리에서 우측 전방으로 길게 보낸 패스를 공격 지역으로 올라갔던 정태욱이 헤더 패스로 연결했고, 백승호가 문전으로 침투해 이어 받았다. 백승호는 공을 잡지 않고 그대로 논스톱 로빙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했다. 

간결하면서 아름다운 골이었다. 신태용호 U-20 대표팀의 정체성을 한 장면에 담은 골이었다. 전략적이며, 높이를 활용하면서, 기술적으로 뛰어났다. 한국은 후반 41분 백승호를 빼고 강지훈을 투입하며 공격진의 체력을 안배했다. 아르헨티나와 2차전을 앞두고 잔여 시간에 여유있게 숨고르기를 했다. 기니가 마지막까지 만회골을 노렸으나 침착하게 제어했다. 골키퍼 송범근은 경기 내내 이어진 슈팅에 한번도 중심을 잃지 않았다. 완벽한 승리로 마침표를 찍었다.

만주 디알로 기니 감독은 전반 30분 이후 급격히 경기력이 떨어진 것에 대해 "한국에 온지 3일 밖에 되지 않아 날씨에 적응하기도 어려웠고, 기후도 달라 선수들이 어려웠던 게 불리했던 요인"이라고 했다. 기니가 90분간 갖고 있는 최상의 기량을 보이지 못한 것은 시차 문제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기니전 완승에도 전반 30여분 간 겪은 어려운 상황은 간과해선 안된다. 2차전은 잉글랜드에 0-3 완패를 당한 아르헨티나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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