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꽉 들어찬 관중 앞에서 극적인 대승을 거뒀다. 국내에서 열린 세계대회의 첫 경기로 이보다 좋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환상적인 분위기는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공유된 에너지를 동력 삼아 끓어올랐다.

20일 전북 전주시의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A조 1차전을 치른 한국은 기니를 3-0으로 꺾었다. 전반 36분 이승우, 후반 31분 임민혁, 후반 36분 백승호가 골을 넣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국제대회를 한국이 개최한 건 2007년 U-17 월드컵 이후 10년 만이다. 마침 U-20 대표팀엔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 이승우, 백승호를 비롯해 주목 받는 선수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신태용 감독의 공격적인 스타일도 인기를 끌기 충분한 요인이었다. 흥행의 조건은 갖춰져 있었고, 한국의 첫 경기에 37,500명이 들어차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한국이 승리하는 과정은 관중들의 열정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기니는 전반 초반 한국을 압도하는 스피드와 에너지를 선보였으나 한국이 서서히 공세로 전환하며 주도권을 되찾았고, 골이 하나씩 터지며 주도권까지 한국으로 넘어갔다. 전반전 막판엔 비디오 판독을 통해 한국의 골이 취소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대승은 맥 빠진 경기가 될 수도 있지만 기니전은 크게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막판까지 안심할 수 없고, 경기 템포도 빠른 편이었다.

전주성이 축구 열기로 꽉 찰 수 있었던 원천은 한국 선수들이 공유하는 긍정적인 에너지였다. 또래로 구성되는 연령별 대표팀은 다른 팀들보다 강한 동질감으로 결합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 나이 때문에 일단 팀에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심어지면 선수들끼리 재생산하며 서로 힘을 북돋는 경우도 흔하다. 이번 한국 역시 비슷한 효과를 내며 기니전을 준비했다.

포지션마다 자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줬다는 점에서도 승리의 의미가 컸다. 공격진에서 이승우와 백승호는 골을 넣었고, 센터포워드 조영욱은 높은 집중력과 악착같은 경합을 통해 신 감독에게 “많이 올라왔다”는 호평을 얻어냈다. 수비수들은 목표인 무실점을 달성했다. 센터백 정태욱은 동료 수비수 이상민, 골키퍼 송범근을 거론하며 “이기고 나서 저희 셋이 더욱 좋아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두 번째 골은 교체 카드인 임민혁이 터뜨렸다. 투입된 지 11분 만에 득점한 임민혁을 통해 벤치 멤버의 기여도까지 확 높아졌다. 열한 명을 넘어 멤버 전체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준 대목이엇다.

조화가 잘 드러난 골이 백승호의 쐐기골이다. 앞선 두 골이 악착같은 집중력에서 비롯된 반면, 백승호의 골은 선수들 사이의 이심전심에서 나온 팀 플레이였다. 우찬양이 찍어 올린 공을 정태욱이 머리로 내줬고, 백승호가 골키퍼를 넘기는 절묘한 슛으로 마무리했다.

정태욱과 백승호의 말을 종합하면, 우찬양과 정태욱이 시선을 교환했기 때문에 정확한 패스가 이어질 수 있었다. 정태욱이 헤딩하는 순간 백승호는 슛을 날리기 어려운 위치라고 생각하고 문전으로 침투했다. 정태욱은 정확히 식별하지 못했으나 빨간 유니폼 하나가 문전으로 뛰어드는 걸 보고 패스를 내줬다. 백승호는 정태욱과 시선이 마주친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조별리그 1, 2차전이 같은 경기장에서 열린다. 한국은 23일에도 전주성에서 아르헨티나와 경기를 갖게 된다. 대표팀 경기의 열기를 한 번 경험한 전주 시민들이 더 큰 열광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보통 대표팀은 국가를 대표한다는 이유만으로 맹목적인 응원을 받지만, U-20 대표팀은 자신들의 열정을 바탕으로 A매치보다 더 뜨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한국의 경기력은 완벽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은 빈틈없는 경기력보다 관중을 흥분시키는 경기가 더 필요했고, 한국은 그걸 해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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