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2016/2017시즌 스페인 라리가 우승을 이룬 레알마드리드의 힘은 꾸준함이었다. 

레알은 한국 시간으로 22일 새벽 말라가 원정으로 치른 ‘2016/2017 스페인 라리가’ 38라운드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둬 승점 93점에 도달했다. 같은 시간 에이바르와 홈경기를 치른 FC바르셀로나도 4-2로 승리했으나 승점 90점에 이르는 데 그쳤다. 33번째 우승으로 자신들이 보유한 통산 최다 우승 기록을 경신했다.

레알은 38경기에서 29승 6무 3패를 기록했다. 패배가 가장 적었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 2위 바르사는 28승 6무 4패로 한 번 더 졌다. 올 시즌 레알의 유일한 아쉬움은 준우승팀 바르사와 상대 전적에서 1무 1패의 열세를 기록한 것이다.

2016/2017시즌은 지네딘 지단 감독의 첫 ‘풀 시즌’이었다. 지단 감독은 2015/2016시즌 레알마드리드 카스티야(2군)를 지휘하고 있었는데, 라파 베니테스 감독이 전반기 만에 성적 부진으로 하차해 1군 감독으로 승격했다.

2013/2014시즌 당시 카를로 안첼로티 전임 감독을 코치로 보좌하며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에 기여했던 지단 감독은 부임 첫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려 좋은 출발을 보였다. 우승 가능성이 희박하던 라리가에서도 바르사를 1점 차로 따라붙으며 마지막까지 선전했다.

2016/2017시즌에도 그 기세를 유지했다. 알바로 모라타를 재영입하고, 마르코 아센시오가 임대를 마치고 돌아온 것 외에 1군 선수단을 특별히 강화하지 않고 전력의 밀도를 유지했다. 보유한 자원을 활발한 로테이션으로 활용하며 꾸준한 경기를 했다.

시즌 초반 유로2016 결승전에서 다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프리시즌 기간 부상으로 고생한 카림 벤제마가 이탈하면서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줄 수 있었던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시즌 내내 꾸준했다

레알은 시즌 개막과 함께 레알소시에다드(3-0), 셀타비고(2-1), 오사수나(5-2), 에스파뇰(2-0)을 상대로 4연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UEFA슈퍼컵 극적 우승으로 초반부터 사기가 올랐다. 이때 라리가 선두로 올라선 이후 최종 라운드까지 줄곧 지켰다. 

레알은 후반기 엘클라시코 패배 이후 FIFA클럽월드컵 참가 및 셀타의 경기장 사정으로 덜 치른 경기로 인해 바르사에 승점 동률 상황의 상대 전적 열세로 선두 자리에서 밀려났을 뿐, 시즌 내내 자력 우승 가능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최대 고비는 초반에 있었다. 5라운드 비야레알(1-1), 6라운드 라스팔마스(2-2-), 7라운드 에이바르(1-1)와 경기에서 내리 비겼다. 이 시기 지단 감독의 위기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때 레알의 숙제는 레프트백 마르셀루와 미드필더 카제미루의 부상 공백이었다.

레알은 선수층이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팀이 되겠다는 목표가 뚜렷했는데, 마르셀루의 대안을 찾지 못했고, 카제미루는 중원에서 유일하게 수비적으로 특화된 옵션이었다. 이들이 부상으로 뛸 수 없게 되면 전술적 유연성이 떨어졌다. 

레알은 주력 선수들이 속속 부상에서 회복하며 레알베티스와 8라운드 경기에 6-1 대승을 거둔 것을 시작을 6연승을 달려 위기론을 일축했다. 연승행진은 14라운드에 멈췄는데, 바르사와 원정 경기로 치른 엘클라시코였다. 1-1 무승부는 값진 결과였다.

레알은 지단 감독 체제에서 기록적인 공식전 무패 기록을 남겼다. 2016년 12월 일본에서 열린 FIFA클럽월드컵 우승을 이룬 레알은 예견된 고비를 맞았다. 2017년 1월 세비야와 라리가 1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1-2로 패해 개막 후 리그 16연속 무패 기록이 끝났다.

레알은 UEFA챔피언스리그 일정을 병행하는 과정에 발렌시아전 패배를 겪기도 했으나 바르사와 엘클라시코 홈 경기에서 패하기 전까지 다득점 승리를 이어가며 라리가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바르사와 홈경기에서 당한 패배는 지단 감독에 대한 비판론을 다시 불러일으켰으나, 이후 6연승을 달리며 기어코 5년 만에 라리가 우승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BBC트리오에 뒤지지 않은 '스페인 커넥션'

레알을 대표한 얼굴은 그동안 가레스 베일, 카림 벤제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 이어지는 BBC 트리오였다. 베일은 유로2016에서 웨일즈를 4강에 올려놓는 등 전성시대를 여는 듯 했으나 2016/2017시즌 내내 부상으로 고생했다. 벤제마와 호날두는 후반기에 힘을 내며 이름값을 했다.

호날두와 벤제마가 말라가와 최종전에서 득점하며 공을 세웠지만, 2016/2017시즌에 기억해야 하는 이름은 모라타, 이스코, 아센시오 등 스페인 국적의 젊은 선수들이다. 이 세 명의 선수들이 BBC 트리오의 공백을 적절히 채우고, 로테이션 과정에서 강력한 결정력과 콤비네이션 플레이를 펼쳐 꾸준함을 만들었다.

모라타는 15골 4도옴으로 라리가에만 19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호날두 다음으로 팀내에서 많은 골을 넣었다. 이스코는 10득점 9도움으로 역시 19개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베일이 주력 자원이 되지 못한 가운데 레알 2선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입단 후 꾸준히 BBC 트리오의 그늘에 가려 이적설이 제기됐으나 재계약에 합의했다. 바스케스도 2득점 7도움으로 조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지만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의 활약도 잊어선 안된다. 크로스는 3득점 12도움을 기록했다. 라리가 도움왕 자리는 바르사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13골)에 내줬으나, 라리가 최고의 미드필더라는 평가가 과하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카제미루가 포백 앞을 보호하면서 수비 부담을 덜고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다. 크로스의 오른발 킥은 레알이 더 효율적인 경기를 할수 있는 이유였다.

앞서 언급한대로 마르셀루는 레알에서 대체불가한 선수였다. 레프트백이지만 왼쪽 측면 공격과 이 지역의 빌드업 과정에 중심이었다. 직접 올린 도움과 10개에 달했다.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를 돕는 부주장으로 팀의 정신적 지주역할도 했다.

페페와 라모스 등 베테랑 수비수들이 부상 등으로 빠졌을 때 나초 역시 존재감을 보였다. 라파엘 바란도 자신감을 회복했다. 레알은 더 젊은 팀이 되었고, 미래가 더 기대되는 팀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단 감독은 장기 레이스인 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입증했다.

지단호의 2016/2017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챔피언스리그 체제 개편 후 첫 2연속 우승 달성이라는 미션이 남아있다. 6월 3일 카디프에서 유벤투스와 결승전을 치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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