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한준 기자= 몸도 덜 풀렸고, 전술적 담금질도 더 필요하다. 첫 판은 탐색전에 가까웠다. 20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A조 1차전 경기의 리듬은 대체로 루즈했다. 

결과는 더 효율적인 팀이 가져갔다. 아르헨티나가 22번의 슈팅 중 5개의 유효슈팅에도 무득점에 그친 반면, 잉글랜드는 7번의 슈팅 중 세 번의 유효 슈팅을 모두 득점으로 연결했다. U-20 대표팀 레벨에서 역대 최고로 평가 받은 잉글랜드가, 역대 최약의 꼬리표가 달린 아르헨티나에 3-0 완승을 거뒀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결과였다.

클라우디오 우베다 아르헨티나 감독은 결과에 동의하지 않았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패배다. 결국 축구는 골이 중요하다. 우리가 공을 더 많이 소유하며 경기를 지배했지만,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잉글랜드는 공격을 올라올 때마다 기회를 잘 잡아서 승리했다.”

#잉글랜드에 0-3 패배, 공은 아르헨티나가 더 잘 찼다

우베다 감독의 말대로 아르헨티나는 라인을 높이고, 후방 빌드업을 통해 공을 쥐고 경기했다. 두 센터백 세네시와 포이트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콜롬바토, 아카시바르와 근거리에서 공을 주고 받으며 점유율을 높였다.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베트남과 평가전에서 안면부상을 입어 벤치를 지킨 가운데, 에세키엘 폰세가 원톱으로 나섰고, 루카스 로드리게스-알레한드로 팔라시오스-마르셀로 토레스가 2선 공격에 자리를 잡았다. 아르헨티나 ‘디렉TV’의 파비엔 고도이 기자는 “2선 세 명의 선수가 공격을 만드는 역할”이라고 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로드리게스와 팔라시오스, 토레스 등 세 명의 선수가 경기 내내 수시로 자리를 바꿔가며 공격 마침표 과정을 만들었다. 아카시바르가 후방 빌드업을 하고, 콜롬바토가 전진해 3명의 미드필더를 직접 지원했다. 라이트백 곤살로 아리엘 몬티엘은적극적으로 오버래핑해 크로스 패스를 시도했다. 

문제는 역시 주전 원톱의 부재였다. 폰세는 수비 지역을 지킨 잉글랜드 포백에 갇혀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후반전에 결국 부상에서 회복 중인 라우타로를 투입했는데, 영향력을 발휘하기 전에 잉글랜드 수비수를 팔꿈치로 가격해 퇴장 당했다. 수적 열세 상황 이후에는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모두 잉글랜드 수비를 극복하기 어려웠다. 

볼 점유를 추구하는 축구는 상대가 수비 하는 시간을 늘려 체력을 떨어트리고, 공을 소유함으로서 상대에 공격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며, 더 많은 공격 기회를 갖겠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우베다 감독은 “잉글랜드와 몸과 몸으로 싸우면 우리가 열세다. 우리는 볼을 소유해야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우리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상대는 살렸다. 그게 차이였다. 공격 3분의 1지역에서 더 빠르고 정밀해야 했다”며 전략이 실패한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스코어에 현혹되어선 안 된다. 고도이 기자는 “아르헨티나가 0-3으로 패할 만한 경기는 아니었다”고 리포트했다. 현장에서 만난 알베르토 칸토레 라나시온 기자도 “과장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잉글랜드는 이길만한 경기를 하지 못했다. 우리가 볼을 지배했는데 깊이가 부족했다”고 했다. “지금 아르헨티나에는 피지컬적으로 강력하지 않다. 다른 방식의 축구를 시도할 수 없다.”

아르헨티나가 명성에 비해 위협적인 팀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은 기니전을 앞두고 경기장을 찾아 분석한 아르헨티나의 전력이 결코 만만치 않다고 했다.

“다들 보셨겠지만 경기 내용은 아르헨티나가 훨씬 낫지 않았나 본다. 전반전 같은 경우 잉글랜드는 역습 한 번에 헤딩으로 한 골 넣었다. 그게 전부였다. 후반전에도 아르헨티나의 개인 기량이 훨씬 뛰어났다. 잉글랜드는 자기 지역을 지키면서 신체 능력을 활용했다. 아르헨티나는 모든 선수들의 개개인 기량이 좋다. 뚜껑을 열어보니 남미 예선 당시보다 훨씬 강하다. 남미예서 4위 턱걸이로 나와서 이름값만 아르헨티나 아닌가라는 방심을 할 수 있었는데, 경기 내용 등 모든 면에서 남미 예선 영상으로 본 것 보다 강하다.”

#신태용호는 아르헨티나를 얕보지 않는다

신 감독의 발언은 1차전 기니전 완승으로 자신감이 높아진 선수단에게 경각심을 일개우려한 것은 아니었을까? 기자회견장 발언 이후 믹스트존에서 다시 신 감독을 만나 물었다. 

“진짜 강하다. 본심이다. 경기를 보면 잉글랜드가 게임도 안됐다. 잉글랜드의 선제골이 나오지 않았으면, 오히려 이후에 잉글랜드가 세 골을 내주고 졌을 수 있다. 내가 보기엔 잉글랜드가 운이 좋아서 뒤집어 진 것이다. 아르헨티나가 훨씬 좋은 경기를 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20세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런 분위기를 타면 훨씬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경기 전 슬쩍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경기를 본 선수들의 반응도 결코 방심해선 안된다는 쪽이었다. 백승호는 “지긴 했지만 경기는 좋더라. 빌드업을 잘 한다”고 했다. 이승우도 “내가 생각한대로 잘 한다. 개인기도 좋다. 우리가 누구를 얕볼 수 있는 팀은 아니다”라며 아르헨티나전 역시 만반의 준비와 각오로 임하겠다고 했다. 

신 감독과 U-20 대표 선수들의 공통된 의견처럼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마무리 과정이 무뎠으나 공을 다루는 데 자신감이 충분했다. 토레스는 저돌적이었고, 팔라시오스는 날카로운 킥을 가졌으며, 로드리게스는 침투가 좋다. 콜롬바토는 창조성을 지녔고, 몬티엘은 빌드업하는 아르헨티나에 직선적인 축구를 가미할 수 있는 선수다. 세네시와 포이트 등 두 센터백은 빌드업 능력에 있어서 분명 한국 축구와 비교하면 한 수 위다. 신 감독도 “두 센터백이 좋더라. 내가 눈으로 확인한 장단점을 이제부터 분석할 것”이라고 했다. 

아르헨티나는 명확한 선수비 후속공 팀에 당했다. 한국은 개인 능력으로 승부한 기니를 팀으로 요리했다. 아르헨티나와 한국 모두 볼을 소유하고, 팀 플레이로 승부한다. 경기 철학이 비슷하다. 칸토레 기자는 “한국도 공을 컨트롤하는 팀이다. 아르헨티나가 마무리만 더 정밀하게 한다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1차전 완패에도 아직 기회는 있다고 자신했다.

2차전의 아르헨티나는 더 강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환경과 시차에 대한 적응도가 높아진다. 1차전 완패로 승부욕과 동기부여도 높아질 것이다. 라우타로의 징계 이탈은 손실이지만, 선수단을 정신적으로 더 뭉치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우베다 감독은 “공격 마무리 과정의 판단력만 높이면 된다. 남은 시간 그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0-3으로 진 아르헨티나를 얕봐서도, 기니를 3-0으로 이겼다고 해서 과신해서도 안된다. 신 감독은 “즐기는 것은 오늘까지 만이다. 자고 일어나면 아르헨티나전 준비를 위해 선수들을 차분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사진=풋볼리스트
그래픽=한준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