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문선민의 축구인생은 익히 알려진 대로 파란만장하다. 스웨덴 3부리그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무명 선수가 모든 축구선수가 꿈꾸는 무대인 월드컵까지 다녀왔다. 꿈을 이운 문선민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성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참가했던 한국 남자축구국가대표팀은 목표했던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최종전에서 독일을 2-0으로 꺾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세계 최강이라 불리던 독일을 이기며 대표팀을 향하던 비난의 화살도 방향을 틀었다.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친 선수들은 귀국 후 여러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문선민도 마찬가지다. 방송국에 나가 뉴스에 출연하고,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과 인터뷰도 했다. 3일에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개최한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소속팀 일정에 외부 일정까지 소화해야 하는 문선민을 3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40일만에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라고 말할 만큼 문선민의 인기는 급상승했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A매치 경험이 전부했던 선수가 A매치 데뷔전에서 득점을 하고, 월드컵 본선에서 2경기나 뛰고 돌아왔다. 어린 시절부터 간직했던 꿈을 이뤘지만, 문선민은 현실에 안주할 생각이 전혀 없다. 차두리 코치의 말 한마디, 주장 기성용의 말 한마디는 문선민이 더 큰 꿈을 꾸게 만들었다. 문선민의 축구 인생은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된다.

다음은 문선민과의 인터뷰 전문.

 

- 불과 몇 달새 많은 것이 달라졌다.

40일만에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좋으면서도 부담스럽다. 아내랑 외출해서 카페를 가거나 밥을 먹으러 가면 사람들이 알아보니까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 평범하게 데이트를 하고 싶은데, 그런 부분이 많이 달라졌다. 사람들이 알아보니까 아내와 장난으로 “이제 밖에 못나오겠네”라며 이야기하고 그런다.

 

- 모두가 꿈꾸는 무대인 월드컵에 다녀왔다. 기분이 어떤가.

한국에 온지 4일 정도 됐다. TV에서 스포츠채널 틀면 독일과 한 경기가 나온다. 가만히 보다 보면 ‘내가 저기서 뛰고 있었지’하는 생각이 든다. 축구선수에게 월드컵은 꿈의 무대다. 모두 그 꿈을 가지고 운동하는데, 꿈의 무대를 내가 밟았다는 게 아직도 얼떨떨하고 신기하다.

 

- 최종 발탁 소식을 접했을 때 어땠을지 궁금하다.

나는 일찍 일어나서 기사를 통해 확인했다. 아내는 자고 있었다. 전화가 계속 오고 있었는데 다 받지 않았다. 아내에게 제일 먼저 알려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가 깨고 나서 처음으로 “여보, 나 가”라고 이야기 했다. 아내가 “어딜?”이라고 묻길래, “러시아 가게 됐어”라고 답했다. 아내가 일어나자마자 울먹이면서 안아줬다.

 

- 아내가 임신 중이라 걱정도 있었을 것 같다.

그때는 임신한 지 얼마 안됐을 때라 아내가 혼자 지내야 한다는 것이 조금 걱정스러웠다. 밥도 혼자 먹어야 하고, 집에서도 혼자 있어야 하고 모든 걸 혼자 하게 두고 가야했으니까. 그런 부분이 아내한테 미안했고, 동시에 고맙기도 했다.

 

- 파주에서 훈련할 때부터 손흥민과 많이 붙어 다녔다고 들었다. 재밌는 에피소드라도 있었나.

딱히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다. 흥민이나 나나 92년생이고, (이)재성이도 그렇고, 그때는 (김)진수도 있었다. 동갑인 친구들이 내가 팀에 녹아들 수 있게 하려고 계속 말 붙여주고 같이 장난도 치고 그랬다. 그 부분에서 흥민이가 많이 챙겨줘서 나도 흥민이를 많이 따랐던 거 같다. 흥민이, 진수랑은 U-17 대표팀 때 같이 하기도 했었다.

 

- 그럼 대표팀에 있는 동안 다른 에피소드는 없었나.

멕시코전 끝나고 나서 차두리 코치님이 만족하냐고 물으셨다. 멕시코전에서 한 건 네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역할이었다고, 수비적인 면은 다 그 정도 뛰어줘야 한다고 이야기 하시면서 넌 공격수니까 골이나 어시스트로 보답해야 한다고 자극을 주셨다. 멘탈 관리나 자신감, 자만에 빠지지 않게 많은 도움을 주셨다. 지금도 많이 보고 싶다. 만나서 같이 한솥밥 먹고 싶다.

 

- 월드컵 중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 언제였나.

팀 적으로는 1승 2패를 했고 16강에 가는 경우의 수가 있었는데, 독일을 이겨서 올라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멕시코가 졌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독일전 결정적인 찬스에서 공격수 다운 모습 못 보여드린 것이 아쉽다. 은퇴할 때까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슛을 때리거나, 접자마자 바로 때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 모두가 궁금해하는 점이다. 그때 왜 안 때린 건가.

그건 나도 의문이다. 잘 접고 왜 안 때렸을까. 만약 그때 해결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많이 든다. K리그에서는 그런 찬스에서 골도 넣었었는데…

경기 끝나고 흥민이가 내가 기가 막히게 줬는데 왜 안 때렸냐고, 자기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웬만하면 패스를 안 하는데 너라서 준거라고 장난 치며 이야기 했다. 이겼으니까 잘 넘어간 것 같다.

 

- 월드컵에 다녀왔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차두리 코치가 “여기가 너의 집이라고 생각해”라고 말씀하시면서 자만하지 말고, 우쭐대지 말라고,.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하셨다. 월드컵에 갔다 온 선수 중에도 사라진 선수가 많다고 하시면서 용기랑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멕시코전이나 독일전에서 보여준 투지나 열심히 뛰는 것은 기본적으로 가져가야 하고, 공격수니까 공격수다운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 흥민이 만큼은 못하더라도, 흥민이에 버금가는 슈팅력이나 골결정력, 아니면 연계 플레이하는 섬세함을 키우려고 노력할 것이다.

 

- 대표 선수들은 헤어지면서 무슨 말을 했나.

(기)성용이형이 해준 말이 기억에 남는다. 성용이형이 먼저 영국으로 출국했는데, 가기 전에 해준 말이 있다. 멕시코전이랑 독일전을 앞두고 나한테 자신 있게 하라고 계속 말해주셨다. 독일전도 다 끝나고 떠나기 전에 “이제 자신 있지?” 이렇게 한마디 던지고 가셨다. 그 한마디에 울컥했고 무척 임팩트 있게 다가왔다.

 

- 스웨덴에서 뛰다 와서 그런지 여름에 유독 약한 모습이었다. 월드컵에서 힘을 다 빼고 와서 여름에 또 못 뛰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는 팬들도 있다.

소속팀에 감독님이 새로 오셨다. 북한 국가대표팀을 맡다가 오셨다는데 동료들한테 물어보니 운동도 많이 하고, 많이 뛴다고 하더라. 그 부분에 있어서는 걱정이다. 잘 맞춰서 조절해야 하고, 계속 꾸준한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 해야한다. 이번 시즌 시작하기 전부터 꾸준한 선수가 되겠다고 말해서 그 공약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해야 한다.

새 감독님과는 한번 미팅했다. 개인전술이나 팀적인 공격, 수비전술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씀해주셨다. 빨리 팀에 녹아 들어야 한다고도 이야기 하셨다. 새 감독님한테 아직 검증을 못 받았다. 빨리 검증 받아야 경기에 뛸 수 있을 것 같다.

 

- 올해 리그에서 성적이 좋았다, 휴식기에 좋은 일도 있었고. 이번 시즌 공격포인트 목표를 무엇으로 잡았나.

작년에 공격포인트 15개를 약속했는데 못 지켰다. 올해는 꼭 15포인트 이상을 해서 팀에 기여하고 싶다.

 

- 오늘 관제탑 댄스 추는 것을 보니 처음보다 실력이 는 것 같더라.

감스트 댄스를 조금씩 봤디. 이제는 아마 내가 감스트보다 관제탑 댄스를 더 잘 추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감스트가 다른 춤을 새롭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내가 더 오리지널에 가깝지 않을까..

 

- 월드컵 가서도 관제탑 세리머니를 할 생각이었나.

당연히 생각했는데 못 보여드려서 축구이나 K리그 팬들께 너무 아쉽게 생각한다.

 

- 월드컵 가지 전에는 감스트 덕에 인기와 새 별명을 얻었다. ‘문직’이라던가. 감스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감스트님 안녕하세요. 감스트님이 3월에 오셔서 덕분에 좋은 승리했는데, 인천 경기장 많이 찾아주시면 관제탑 댄스로 보답할 테니까 많이 찾아주세요.

 

- 월드컵을 보고 문선민의 팬이 된 사람들은 이제 인천유나이티드와 K리그 팬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옆에 있는 홍보팀 직원을 도와서 내가 열심히 해야 될 것 같다. 당연히 내가 구단을 도와야 하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구단에 많은 도움 줄 테니까 구단도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 K리그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 일단은 한번만이라도 경기장에 와주셨으면 좋겠다.

 

- 이번 월드컵은 문선민 축구인생에서 어떤 의미인가.

차두리 코치님 말처럼 집이라고 생각하고 올 수 있도록 더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 월드컵을 계기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기고, 성장해서 경기장에서 보여줘야 국가대표에 다시 발탁이 될 수 있으니까 지금 월드컵 대표라고 자만하지 않고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게 목표다..

 

- 곧 전북현대와의 경기가 있다. 지난 대결에서 승리한 만큼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전북은 1위 팀이고, 좋은 경기력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우리 팀은 지금 많이 바뀐 상황이다. 전북 입장에서 당황할 수 있다. 전술과 감독 다 바뀌었으니까. 그런 부분을 공략하고 운도 조금 따라주면 우리가 또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김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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