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독일을 꺾고 돌아온 K리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독일전 승리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는 이들은 월드컵을 돌아본 뒤, 이제 K리그에서 응원을 이어가 달라고 입을 모았다.

3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 2018’ 재개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했던 K리그 소속 선수 이용(전북현대), 문선민(인천유나이티드), 주세종(아산무궁화), 윤영선(성남FC)을 불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당초 참석 예정이던 조현우(대구FC)와 박주호(울산현대), 홍철(상주상무)은 구단 일정과 부상 치료 등의 이유로 불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선수 4명은 모두 독일과의 경기에 출전해 2-0 승리에 기여한 이들이다. 선수들은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에 감사 드린다”라고 월드컵을 다녀온 소감을 밝힌 뒤, 월드컵 준비과정부터 마지막까지 있었던 여러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마지막에는 대표팀에 보내주던 응원을 K리그 경기장에서도 이어가 달라고 부탁했다.

 

#이용 “그 동안 맞은 것 중 제일 아팠다”

이용은 한국이 독일을 꺾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선수다. 온 몸으로 수비한 이용 덕에 한국의 선제골이 나왔다. 이용은 상대 진영에서 토니 크로스의 킥을 급소로 막아내며 공격권을 한국에 가져왔다.

당시 이용의 살신성신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화제였다. 이용의 건강을 염려하는 시선도 많았다. “건강에는 전혀 문제 없다”라며 입을 연 이용은 “축구를 하면서 여러 번 그 부분을 맞아봤는데, 토니 크로스 킥이 좋아서 그런지 여태 맞은 것 중 제일 아팠다”라고 털어놨다. “세계적으로 다 보는 무대이고, 창피해서 빨리 일어나고 싶었는데 통증이 너무 심해 그러지 못했다”라며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이용은 이번 월드컵에 맏형으로 참가했다. 그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당시 경험에 비추어 어떻게 후배들의 모범이 될까 생각하다가 한발 더 뛰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팀을 위해 좋겠다는 생각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맏형으로서 후배들을 챙기기도 했다. 그는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다. 실력이 없어서 못 뛴 것이 아니니까 소속팀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라고 위로와 응원의 말을 남겼다. 유독 많은 비난을 받은 장현수와 김민우가 포털과 SNS 어플을 모두 지웠다는 사실을 말하며 특정 선수에 대한 비난과 질타를 조금은 자제해주셨으면 한다는 바람도 밝혔다.

 

#주세종 “안 믿겠지만 난 (손)흥민이를 보고 찬거다”

주세종은 독일전에서 손흥민의 골을 도우며 월드컵에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최초의 의무경찰이 됐다. 그러나 주세종의 어시스트를 두고도 말이 많았다. 손흥민이 전력으로 질주해 슈팅한 것을 보고 패스가 아니라 슈팅을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어시스트의 당사자가 이 오해를 직접 해명했다. 주세종은 “다들 한번씩 물어본다. 흥민이도 길게 찬 거 보니 슈팅을 한 거 아니냐며, 자기 아니었으면 못 잡았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패스를 한거다. 안 믿겠지만 흥민이를 보고 찼다. 흘민이가 잘 넣어줘서 다행이다”라며 목적성 분명한 패스였음을 주장했다.

어시스트 직전 장면도 화제가 됐었다. 주세종은 수비진영에서 상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의 공을 가로챘다. 상대 골키퍼의 공을 자기진영에서 뺏는다는 게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 노이어의 공을 뺏은 주세종 역시 “앞으로 은퇴할 때까지 그런 일은 다시 없을 것이다. 계속 생각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선민 “그 때 왜 안 때렸을까 아쉬워서 잠도 못 잔다”

문선민은 이날 취재진의 질문을 가장 많이 받은 선수였다. 월드컵 예비 엔트리 발표 전까지 A매치 경험은 물론 A대표팀 발탁 경험도 전무했던 선수가 월드컵에 나가 2경기를 뛰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문선민을 알아보는 사람도 늘어났다. 그는 월드컵에 다녀온 뒤 달라진 점을 설명하며 “이마를 조금 더 알아본다”라고 말해 모두를 웃게 했다.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성공시켰던 문선민은 월드컵에서도 골을 넣을 뻔했다. 독일 수비를 완벽히 제치며 슈팅 기회를 잡았지만 문전에서 머뭇거리며 슈팅 타이밍을 놓친 게 옥의 티였다. 문선민은 독일전에서 기회를 못 살린 것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그때 왜 안 때렸을까 아쉬워서 잠도 못 잤다”라고 고백했다. “K리그에서는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라는 각오도 밝혔다.

문선민은 월드컵을 앞두고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볼리비아전에 출전해 특유의 활발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긴장한 게 아니냐’는 평이 이어졌다. 그는 스스로 나서 “정정하고 싶다. 긴장한 게 아니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고, 여유가 없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최고 스타는 조현우 골키퍼다. 문선민은 앞으로 조현우를 어떻게 상대할 것이냐는 질문에 “1라운드에서 현우형이랑 대결했는데 일대일 상황을 놓쳤다. ‘이 형이 골대에 없어서 골을 넣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부터 현우 형도 노이어처럼 골 넣으러 나가면 좋겠다”라고 답하며 다시 모두를 웃게 했다.

 

#윤영선 “신태용 감독과 함게 했던 경험? 크게 도움 안됐다”

윤영선은 과거 신태용 감독이 성남일화(형 성남FC)를 지휘하던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이 대표팀에 적응하는 데는 큰 도움이 안됐던 모양이다. 그는 “크게 도움이 안됐다. 신인 때부터 3년을 같이했는데 저를 많이 혼내셨고, 욕도 되게 많이 먹었다. 그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있어서 긴장하며 지냈다”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독일전에 장현수, 김영권 조합이 아닌 윤영선, 김영권 조합을 중앙 수비로 내보냈다. 윤영선이 독일전 선발출전 사실을 안 건 경기 이틀 전이었다. 신 감독과 함께 운동장에 걸어가다 통보를 받았다는 그는 “긴장되냐”라는 물음에 “긴장된다”라는 답을 했다고 했다.

수비수 입장에서 연일 선방쇼를 벌인 조현우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현우한테 정말 너무 고맙다. 현우 없었으면 대량 실점이 있었을 것이다. 앞에서 뛴 선수들도 많이 뛰었기 때문에 현우도 그런 힘을 받아서 잘 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구동성 “K리그에서도 열기 이어졌으면”

이번 월드컵에서는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남은 과제는 월드컵 기간 대표팀을 향했던 관심을 K리그로 끌어오는 것이다. 선수들은 그러기 위해 좋은 경기력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투자와 홍보, 마케팅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선수들은 K리그를 보러 오라며 팬들에게 소속팀 경기 관전포인트를 귀띔하기도 했다. 이용은 “우리는 선수진이 너무 좋고, 주전과 후보 구분이 없다. 워낙 공격적인 축구를 하기 때문에 골도 많이 넣는 팀이다. 팬들은 골이 들어가는 걸 좋아하시니 그 부분은 만족시켜 드릴 수 있다”라고 전북 칭찬을 늘어놨다.

K리그2의 스타군단에서 뛰는 주세종도 이에 질세라 “좋은 선수가 굉장히 많다”라고 받아 쳤다. 이어서 “공격적인 축구를 많이 한다”라며 “1-0으로 이기고 있어서 지키지 않고 더 많은 골을 넣으려고 노력한다”라는 점을 어필했다.

윤영선은 소속팀 성남과 대표팀을 비교하며 “독일전처럼 굉장히 많이 뛰고 최선을 다한다. 우리는 90분 내내 강한 압박으로 공을 뺏어서 골을 넣는 축구를 한다”라고 홍보했다.

오직 문선민만 입을 다물었다. 문선민의 소속팀 인천은 월드컵 휴식기 동안 새 감독을 영입했다. 그는 “인천의 새로운 축구를 보시게 될 것”이라며 “여기서 다 알려주면 안 된다”라고 말을 아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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