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KDB’는 케빈 더브라위너의 약자다. 브라질을 꺾은 더브라위너는 ‘킹’이 되기 위한 도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전술의 족쇄에 묶여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던 더브라위너는 벨기에의 변화에 힘입어 브라질을 꺾었다.

7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에 위치한 카잔 아레나에서 8강전을 치른 벨기에가 브라질을 2-1로 꺾었다. 전반 13분 페르난지뉴의 자책골, 전반 31분 더브라위너의 연속골로 벨기에가 일찍 승기를 잡았다. 후반 31분 헤나투 아우구스투가 추격골을 넣었으나 브라질은 동점을 만들지 못했다.

벨기에는 앞선 조별리그와 16강까지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의 극단적 공격 전술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로멜로 루카쿠, 에덴 아자르와 함께 드리스 메르텐스를 스리톱으로 활용하기 위해 더브라위너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돼야 했다. 수비 부담에 시달리는 더브라위너의 기량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었다.

브라질을 상대로 벨기에의 라인업과 전술이 바뀌었다. 앞선 16강 일본전 3-2 역전승 당시 교체 투입돼 골을 터뜨린 마루앙 펠라이니와 나세르 샤들리가 모두 선발 라인업에 합류했다. 펠라이니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투입되면서 더브라위너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됐다. 대신 메르텐스가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샤들리는 기존 멤버 야닉 카라스코 대신 왼쪽 윙백 역할을 맡았다.

새로운 스리톱 구성에서 더브라위너는 자유를 얻었다. 스리톱은 공격할 때나 수비할 때나 프리롤이었다. 서로 포지션을 정해놓지 않고 더브라위너는 패스하기 좋은 곳, 아자르는 돌파하기 좋은 곳, 루카쿠는 전방으로 쇄도하기 좋은 곳으로 유연하게 움직였다. 더브라위너의 위치는 상황에 따라 왼쪽, 중앙, 오른쪽을 자유롭게 오갔다.

더브라위너의 날카로운 킥은 선제골의 계기를 만들었다. 브라질은 전반 13분까지 열심히 몰아쳤지만, 코너킥 상황에서 자책골로 실점하고 말았다. 케빈 더브라위너의 코너킥이 뱅상 콩파니의 머리를 거쳤고, 페르난지뉴가 헤딩한다는 것이 팔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선제골을 넣은 뒤 경기 양상은 더브라위너에게 더 유리해졌다. 브라질이 공을 오래 소유하며 지공을 하고, 벨기에는 수비로 버틴 뒤 속공으로 반격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더브라위너만의 능력인 거리를 가리지 않는 스루 패스가 루카쿠, 아자르와 조화를 이루며 여러 차례 위협적인 속공이 이어졌다.

전반 31분, 브라질이 공격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더브라위너의 역습이 또 적중했다. 루카쿠가 멋지게 브라질 선수들을 피해다니는 드리블로 공을 운반한 뒤 더브라위너에게 전진패스를 내줬다. 더브라위너는 공간과 시간이 주어진 상태에서 자신의 특기인 낮고 빠른 강슛을 날렸고, 골문 구석에 꽂아 넣었다.

더브라위너는 전반 41분 정교한 프리킥을 날렸으나 알리손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에도 공격의 중심은 더브라위너였다. 후반 17분 더브라위너의 스루 패스를 받아 아자르가 아까운 슛을 날렸다. 벨기에는 이후 브라질의 공격을 끈질기게 받아내며 수비에 치중했고, 더브라위너가 활약할 장면도 줄어들었다.

러시아월드컵은 스타들이 기대를 배반하는 대회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모두 16강에서 탈락했다. 뒤를 이어 슈퍼스타로 주목받은 선수가 네이마르였지만 역시 8강에서 탈락했다. 더브라위너는 이번 대회에서 생존한 최고 스타 중 한 명이다. 더브라위너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축구의 새로운 왕이 되기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벨기에의 전술 변화는 완벽하지 않았다. 펠라이니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투입한 건 포메이션 변화를 위해 좋은 선택이었지만 전반적인 경기력을 끌어올린 건 아니었다. 펠라이니는 공수 양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았고, 벨기에는 어수선한 수비로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겪었다. 더브라위너를 중심으로 하되 전술을 더욱 다듬어야 준결승에서 프랑스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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