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개최국 러시아를 좌절시킨 건 다니엘 수바시치 골키퍼의 현란한 춤이었다.
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피슈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8강전을 치른 크로아티아가 러시아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PK3 승리를 거뒀다. 크로아티아는 준결승에서 잉글랜드와 격돌한다.
수바시치 골키퍼는 경기 전 징계를 받아 먼저 화제가 됐다. 사망한 옛 동료 선수가 그려진 티셔츠를 유니폼 안에 착용했다가 경기 중 노출시킨 것을 사유로 경고를 받았다. 수바시치는 자국 명문 하이두크스플리트를 거쳐 프랑스 리그의 AS모나코에서 활약 중인 골키퍼다. 30세가 되어서야 크로아티아 대표팀 주전이 된 늦깎이 국가대표다.
수바시치는 이번 대회에서 쏟아지고 있는 승부차기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하는 골키퍼다. 이미 16강전에서 덴마크를 상대로 선방을 쏟아내며 최고 활약을 했다. 당시 크로아티아는 덴마크와 전반 4분 만에 한 골씩 주고받은 뒤 116분 동안 헛심 공방을 하고 승부차기로 돌입했다. 크로아티아 키커의 킥이 두 번이나 실패했지만 수바시치의 초인적인 활약이 승리를 이끌었다. 세계적인 키커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첫 시도부터 막아낸 수바시치는 총 3차례나 선방을 해냈다.
러시아전도 주인공은 수바시치였다. 크로아티아는 경기 중 유효 슈팅 횟수에서 3회 대 6회로 밀지만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승부차기에 돌입한 뒤 수바시치는 상대 키커를 현혹하기 위한 동작을 시작했다. 춤을 추듯 하며 골문이 더 작아보이게 만드는 기술이다. ‘2005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 골키퍼 예르지 두덱이 승부차기 승리를 이끌어낼 때 구사해 유명해졌다.
수바시치의 몸동작은 효과가 있었다. 러시아가 1번 키커로 내보낸 스몰로프는 수바시치의 선바에 막혔다. 러시아의 3번 키커 마리오 페르난데스는 연장전 후반에 동점을 만드는 극적인 골을 넣었던 선수였으나, 수바시치를 너무 의식한 듯 실축을 저질렀다. 크로아티아 역시 2번 키커 마리오 코바치치의 킥이 이고르 아킨페예프의 선방에 막혔으나 3번 키커 루카 모드리치의 킥이 아킨페예프의 손에 맞은 뒤 굴러들어가는 행운이 따랐다. 결국 두 개를 저지한 수바시치의 선방에 힘입어 5번 키커 이반 라키티치의 성공으로 승부를 끝낼 수 있었다.
크로아티아는 한 대회에서 두 번 연속 승부차기 승리를 거둔 역대 두 번째 팀이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거둔 두 번의 승리가 과거 사례다. 그중 한 번은 크로아티아의 전신인 유고슬라비아가 희생양이었다. 이번엔 크로아티아가 승부차기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수바시치는 두 차례 승부차기에서 총 4회 선방을 기록했다. 한 대회 4회 선방은 1990년 아르헨티나의 세르히오 고이코체아와 같은 기록이다.
이번 대회는 16강에서 세 차례, 8강에서 한 차례 승부차기 승부가 나왔다. 크로아티아는 비교적 부족한 공격력에도 불구하고 미드필드 장악 능력을 살려 두 번 연속 무승부를 거뒀고, 수바시치의 선방에 힘입어 승부차기에서 승리했다.
크로아티아의 잉글랜드전은 12일에 열린다.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16일 프랑스 또는 벨기에와 결승전을 치른다. 또 승부차기가 벌어진다면 수바시치는 월드컵 사상 가장 뛰어난 승부차기의 신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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