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손흥민은 윙백으로 경기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토트넘홋스퍼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였다. 손흥민이 빠진 시점부터 팀 공격은 더 경색됐다.

1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2017/2018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에서 토트넘이 스완지시티와 0-0 무승부에 그쳤다. 토트넘은 EPL 5경기 동안 2승 2무 1패를 거두며 불안한 행보를 이어갔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왼쪽 윙백으로 기용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시즌에도 손흥민을 왼쪽 윙백에 배치하는 실험을 했다. 지난 시즌 FA컵 4강 첼시전이 대표적이었다. 이때 손흥민이 서툰 슬라이딩 태클로 페널티킥을 내줬다. 판정에 석연찮은 면이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손흥민에게 측면 수비를 맡기는 것이 잘못이었다는 지적이 대두됐다.

이번 실험은 지난번보다 더 성공적이었다. 경기 양상이 토트넘의 일방적인 공세였기 때문에 손흥민은 상대 윙어를 막을 일이 거의 없었다. 스완지 역시 스리백으로 나왔기 때문에 상대 윙어를 막을 필요가 없다는 것도 손흥민에겐 수월한 부분이었다. 두 팀 모두 윙어가 없는 상황에서 스완지 오른쪽 윙어 카일 노튼과 오버래핑 대결을 벌이면 되는 상황이었고, 경기 내내 토트넘이 밀어붙인 만큼 손흥민이 주로 공격에 나섰다.

토트넘의 두 중앙 미드필더 중 무사 시소코가 측면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 역시 손흥민에겐 수월한 환경을 조성해 줬다. 스리백 중 왼쪽에 있는 얀 베르통언이 레프트백까지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인데다 미드필더 시소코까지 왼쪽을 넘나들었기 때문에 공수 양면에서 손흥민을 도와줄 선수의 숫자가 충분했다. 전반 10분 공격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손흥민이 왼쪽 측면을 따라 빠르게 오버래핑하자, 측면으로 빠져 있던 시소코가 전진 패스를 내줬다. 시소코가 뒤에 있고 손흥민이 앞에 있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손흥민의 왼발슛이 선방에 막혔다.

토트넘이 경기를 완벽하게 장악하자 손흥민의 동선은 점점 과감해졌다. 전반 27분엔 중앙으로 침투해 크로스를 받으려 했고, 전반 37분엔 아예 오른쪽으로 가 크로스를 올렸다. 왼쪽 윙백인 손흥민이 중앙과 오른쪽을 넘나들며 공격한다는 건 파격적이었다. 이때 토트넘은 사실상 포백처럼 유연하게 변화했다. 손흥민은 공격을 마친 뒤 다시 왼쪽 윙백 자리로 돌아와 수비에 가담했다. 스완지의 집요한 밀집 수비에 균열을 낼 수 있는 토트넘의 변칙 공격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들어 손흥민에게 더 큰 자유를 주려 했다. 전반에 오른쪽 윙백이었던 키에런 트리피어를 왼쪽으로 이동시켰고, 미드필더였던 시소코를 오른쪽 윙백으로 이동시켰다. 손흥민은 공격수로 올라갔다. 3-4-2-1이었던 포메이션이 3-3-2-2로 바뀐 셈이었다. 손흥민은 전반 11분 시소코의 패스를 받아 중거리 슛을 날렸고, 바로 이어 스루 패스를 받아 문전 슈팅도 날리는 등 득점 기회를 잡아 나갔다. 경기에서 가장 많은 7회나 슛을 날린 선수가 손흥민이었다. 그중 4개나 유효슛이었다. 모두 선방에 막힌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손흥민은 후반 29분 장신 공격수 페르난도 요렌테로 교체됐다. 이 교체가 실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스완지의 집요한 수비를 깨기 위해 제공권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이었지만 포체티노 감독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요렌테 투입 전까지 8개 나왔던 유효슈팅은, 투입 이후 추가시간까지 약 20분 동안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공격 생산성이 가장 좋은 선수가 손흥민이었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교체를 선택했다. 그 뒤로 토트넘의 공격력은 오히려 저하됐다. 실책에 가까운 교체 카드였다.

스완지전에서 승점 3점을 따지 못했지만, 손흥민을 독특한 윙백으로 기용하는 방안과 후반전 초반에 시도한 공격적인 전술 등 다양한 실험이 진행됐다. 손흥민이 그라운드에 있는 동안 단행된 여러 실험 모두 위협적인 공격으로 이어졌다. 우카쉬 파비안스키 골키퍼의 선방, 페널티킥이 불리지 않는 불운 등이 겹쳐 토트넘이 승리를 놓쳤다.

주전과 후보까지 토트넘의 모든 공격 카드가 나온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편한 포지션에 머무르지 않고 윙백과 프리롤 공격수 등 경기 양상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오갔다. 여러 역할을 다 잘 소화하며 어느 위치에서도 슈팅 기회를 만들어냈다. 손흥민이 토트넘 전술 변화의 핵심이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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