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세리에A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 축구의 리그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피오렌티나와 AS로마는 시즌 초반의 부진을 털어냈다. 현 세리에A 최약체 엘라스베로나를 상대한 뒤 사기가 올랐다.

베로나는 1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치른 ‘2017/2018 이탈리아세리에A’ 4라운드에서 로마에 0-3으로 대패했다. 4라운드까지 베로나의 성적은 1무 3패, 골득실은 1득점 11실점이다.

베로나는 부상으로 인한 선수 이탈을 해결할 겸 다양한 공격 조합으로 매 경기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3라운드 피오렌티나전과 4라운드 선발 스리톱이 전원 교체됐다. 로마전 스리톱은 최전방의 모이스 킨을 왼쪽의 마티아 발로티, 오른쪽의 호물루가 받치는 조합이 나왔다. 지난 피오렌티나전의 모하메드 파레스, 잠파올로 파치니, 다니엘레 베르데는 전원 빠졌다.

그러나 베로나의 멤버 변화는 경기 양상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공수 양면에서 무기력했다는 건 3라운드나 4라운드나 마찬가지였다. 베로나가 후반에 베르데, 파치니를 교체 투입한 두에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무기력한 베로나를 상대로 로마는 시즌 최고 경기력을 발휘했다. 로마 포진은 베로나와 같은 4-3-3이었다. 스리톱 중 왼쪽의 스테판 엘샤라위, 최전방의 에딘 제코가 특히 훌륭한 경기력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로마는 엘샤라위의 원터치 플레이를 받은 라자 나잉골란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앞서 나갔다. 알레산드로 플로렌치의 멋진 페인팅에 이은 크로스가 제코의 헤딩골로 연결됐고, 이어 알렉산다르 콜라로프의 낮고 빠른 대각선 크로스를 제코가 밀어 넣었다.

로마는 경기력의 이상 신호가 감지되던 상태였다. 3라운드에서 인테르밀란에 1-3으로 패배했고, 지난 13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첫 경기에서 홈인데도 아틀레티코마드리드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다 간신히 0-0으로 비겼다.

베로나전에서 로마 경기력은 되살아났다. 특히 심한 부상으로 11개월 동안 결장한 뒤 선발 복귀전을 가진 플로렌치는 여전히 활기차고 영리한 플레이를 하며 로마의 ‘왕세손’다운 경기력을 발휘했다. 공격의 중심이 되어줘야 하는 제코와 엘샤라위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주전 미드필더 중 케빈 스트로트만에겐 휴식을 주는 한편 파트리크 쉬크, 엑토르 모레노 등 새로 영입한 선수들에게 실전 기회를 줬다.

경기 후 에우세비오 디프란체스코 감독이 “이게 바로 내가 원한 우리 팀의 모습”이라고 말할 정도로 로마는 많은 걸 얻었다. 경기 후 제르손과 브루누 페레스가 감정 싸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진 사소한 문제로 보인다. 경기력 개선, 주전 선수의 활약, 이탈 중이었던 선수의 무사 복귀 등 얻은 것이 많은 경기였다.

지난 3라운드에서 피오렌티나도 베로나를 상대로 상승세의 계기를 마련했다. 2연패 중이었던 피오렌티나는 10일 베로나전에서 5-0 대승을 거두며 사기가 올랐다. 새로 영입한 조반니 시메오네, 시릴 테로, 조르당 베레투, 지우 디아스가 피오렌티나 소속으로 리그 데뷔골을 넣었다. 이 경기로 힌트를 얻은 피오렌티나는 17일 볼로냐전에서도 2-1로 승리하며 연승을 거뒀다. 베로나전에서 펄펄 날기 시작한 디아스의 어시스트, 페데리코 키에사의 골이 있었다.

베로나가 다른 팀들의 사기나 올려주고 있는 건 그만큼 떨어지는 전력 때문이다. 4-3-3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어떤 축구를 할지, 상대의 어떤 점을 공략할지 구상한 바 없이 경기를 하고 있다. 최후방 수비는 실수가 잦고, 미드필드에서 템포를 조절하며 버텨 줄 선수도 부족하다. 역습의 첨병 역할을 할 공격 자원 역시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파비오 페키아 감독의 문제의식 역시 베로나가 색깔 없는 축구를 한다는 것이다. 페키아 감독은 경기 후 “(2부 리그 시절) 공격적이었던 우리 팀은 요즘 더 강한 상대를 만나며 실망스런 경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별다른 콘셉트 없이 정면 승부를 벌여 상대보다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던 세리에B 시절과 이번 시즌은 다르다는 것이다.

베로나는 감독 교체설이 나기 시작했다. 안드레아 만돌리니 전 감독을 비롯해 프란체스코 귀돌린, 마시모 오도 등 현재 무직 상태인 감독들이 물망에 올랐다. 페키아 감독이 팀내 최고 스타인 파치니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승우는 좌우 윙어로 알레시오 체르치, 베르데, 파레스, 발로티, 호물루, 킨 등이 고루 시험 받는 동안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이제까지 뛴 선수 중 확고한 주전감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은 이승우에게 그나마 희망적인 대목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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