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임은주 단장이 중심이 된 FC안양과 일부 서포터 사이의 반목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임 단장은 서포터 대표 유 씨를 고소하겠다고 예고했으며, 유 씨도 지지 않고 법정 투쟁을 벌일 생각이다.

 

#구단의 페이스북 게시물로 드러난 갈등

안양은 최근 활발한 관중 유치 활동을 벌인 결과 지난 2일 홈 경기에 1만 명 넘는 관중을 동원했다. 그러나 일반 시민 팬을 열심히 불러 모으는 동안, 그 아래에선 열성적인 걸로 유명한 서포터와 구단 사이의 갈등이 번지고 있었다.

조용히 쌓이던 갈등은 13일 안양 구단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공지 글을 통해 공론화됐다. ‘FC안양 사무국입니다’로 시작하는 글은 그동안 유 씨 등 서포터 중 일부가 퍼뜨린 악성 루머를 묵인할 수 없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구단이 밝힌 ‘악성 루머’의 내용은 ‘단장이 선수에게 프락치(밀고자)를 시켰다’, ‘구단 내에 스파이가 있다’, ‘경기분석관이 술 먹고 분석도 하지 않는다’, ‘단장이 구단을 주식회사로 만들어 통째로 먹으려 한다’ 등이었다. 공지 글은 각 루머의 내용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법적인 판단이 아니면 규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허위사실 유포, (임 단장)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간주하고 로펌의 자문을 이미 구한 상황이다. 고소하기로 결정했다’며 법정에서 구체적인 진위와 잘못을 가릴 거라고 예고했다.

대신 이 글은 다른 내용을 폭로했다. ‘서포터들이 안양 선수단 원정 경기 시 선수들이 휴식하고 있는 호텔에서 술 파티를 했다’는 것이다. 8월 6일 원정 경기에서 유 씨 등 서포터 4명이 경기 당일 선수단이 묵는 호텔에 찾아갔고, 선수단 버스를 운전하는 김모 주임의 방에서 술을 마시며 큰 소리로 욕설을 했다는 내용이다. 구단은 이 일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세 번째 단락은 선수단 숙소와 식사에 대한 의혹을 다룬 긴 해명이다. 서포터들은 숙소와 선수단 식당을 없앤 점, 그 과정이 졸속적으로 이뤄진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공지 글은 방침에 따라 전체 숙소를 없애고 선수 4명과 팀 닥터 등 5명만 소형 숙소로 이동한 것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선수단 식당을 없앤 건 인건비 절감과 경영 합리화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였다고 했다. 대신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식권을 제공하고 있으며 주 1회 이상 특식도 제공한다는 것이 구단의 설명이다.

 

#서포터가 원정 숙소에서 음주한 건 사실

일반 대중이 보기엔 뜬금없는 시점에 게재된 글이었다. 임 단장과 유 대표의 갈등은 지난 4월 이미 시작됐다. 갈등은 김종필 감독과 임 단장의 불편한 관계에서 먼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안양 서포터 ‘RED(이하 레드)’는 지난해 11월 감독 선임 과정에서 구단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시 선임이 유력했던 인물은 이영진 전 대구FC 감독이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서포터가 꺼려하는 FC서울 출신인데다, 서울 코치 시절 안양 서포터들과 충돌한 적도 있었다. 서포터들의 강력한 반대 속에 이 감독의 선임은 무산됐다. 대신 안양 출신이며 지역 축구인 및 유지들과 유대관계가 있는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임 단장이 선임된 건 김 감독보다 늦은 올해 2월이었다. 이후 임 단장과 김 감독은 긴장 관계 속에서 팀을 경영했다.

김 감독은 서포터들과 각별한 관계인 김 주임을 통해 일부 서포터와 친분을 유지했다. 임 단장은 여기서 문제가 불거졌다고 본다. 김 감독, 김 주임 등 구단 내부 관계자가 서포터들과 친밀하게 지내며 내부 정보가 유출됐고, 그중 임 단장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 선택, 과장돼 전달됐다는 것이다.

임 단장과 유 씨 등 서포터들은 지난 6월 4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서포터들은 10여 가지 의혹에 대해 임 단장의 해명을 요구했다. 임 단장이 의혹 당사자와 스피커폰으로 공개 통화를 해 가며 서포터들의 의혹에 대응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황에 대해선 양측의 기억이 다르다. 임 단장은 ‘프락치’로 지목된 선수가 임 단장과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밝혔으며, 유 씨가 착각을 인정하는 혼잣말까지 했다고 회고했다. 반면 유 씨는 “해당 선수와 논점에서 벗어난 이야기만 나누다 끊었을 뿐 아무것도 해명되지 않았다”고 기억하고 있다. 서로 다른 속내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가 끝날 때의 분위기는 괜찮았다. 표면적으로는 의혹이 해소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임 단장에 따르면, 유 씨가 나머지 서포터들에게 구단의 해명 내용을 알리지 않아 갈등이 더 커졌다.

이날 이후 양측의 감정은 더 악화됐다. 유 씨는 안양 서포터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씨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임 단장이 서포터 대표자들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임 단장은 서포터의 요구는 월권행위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한 축구 관계자는 “임 단장이 서포터들과 만나는 걸 꺼렸고, 계속 피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임 단장은 “날 비방하고 다닌다는 걸 이미 알았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에 ‘고소 예고’가 이뤄진지 이틀 뒤인 15일, 유 씨는 구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유 씨는 “안양 구단 페이스북의 게시글에 나와있는 해당 상황을 말씀드리고 사과와 반성의 글을 전합니다”라며 원정 숙소에 출입한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른 것이 아니라 1인당 캔맥주 2캔 정도를 마셨으며 선수들 눈에 띄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해명도 포함시켰다.

 

#감정의 골이 낳은 오해도

구단 페이스북에 올라간 글은 서포터들을 자극했다. 유 씨만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서포터 전체가 “너무나 악의적으로 구단을 파괴하기 위한 허위사실 유포”의 주체인 것처럼 글이 작성돼 있었다. 구단 홈페이지에는 10개가량 항의 글이 작성됐다.

임 단장은 ‘풋볼리스트’에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임 단장은 “대다수의 선량한 서포터는 문제가 없다. 상식적이고 순수하게 구단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다. 최근 서포터들의 문제제기를 듣고 대답해 주는 과정 속에서도 그들의 사랑을 느꼈다. 유 씨와 그 주변의 몇 명을 문제 삼을 뿐이다. 일반 서포터들이 오해했다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임 단장과 유 씨는 법정에서 시비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임 단장은 유 씨를 고소하는 명목이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모욕죄라고 밝혔다. 임 단장에 따르면, 유 씨는 ‘구단에 대한 의혹’이라는 명목으로 구단에 대한 부정적 내용을 정리해 카카오톡으로 다른 서포터들에게 퍼뜨렸다. 페이스북 댓글 등에선 임 단장에 대한 심한 욕설이 포함된 문구를 쓰는 등 모욕적인 행위를 했다. 임 단장은 관련 자료를 정리해 변호사와 상의 중이며, 이르면 18일 법적 절차를 시작할 거라고 밝혔다.

유 씨는 떳떳하다는 입장이다. 유 씨는 ‘풋볼리스트’와 가진 통화에서 “구단의 페이스북 글은 사실과 다르다. 임 단장에게 유리한 내용만, 그것도 왜곡해서 올린 것에 불과하다. 법정으로 간다면 내 편에서 증인을 서겠다는 사람이 많다. 나도 변호사를 준비했다. 법적 조치를 하겠다면 나도 그만큼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서포터들이 제기한 숙소 와 식당 문제 등은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의혹은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도 있었다. 유 씨는 프락치라는 의혹을 받은 선수에 대해 “임 단장이 해당 선수에게 내년에 플레잉 코치나 스카우트 자리를 약속했다. 그러면 이 선수는 임은주의 편에 선 예비 코치가 돼 버리는 거다. 그럼 선수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더 빨리 알 수 (있고 임 단장에게 전달할 수) 있지 않냐. 이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베테랑 선수에게 1년 정도 먼저 플레잉 코치를 권하는 건 다른 구단에서도 흔히 있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식대에 대한 시비는 처음엔 의혹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감정 싸움으로 번졌다. 구단이 ‘식당은 없앴지만 선수들의 식사 질은 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유 씨는 “특식 대부분은 지역 유지들에게 협찬 받은 거다. 누구에게 얼마나 협찬을 받았는지, 구단 지출의 비중은 얼마인지, 어느 선수에게 얼마치 특식을 사 줬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임 단장은 “선수 관리는 구단이 알아서 한다. 식사 내용까지 공개하라는 건 유 씨의 월권 행위”라고 재반박했다.

 

#왜곡된 서포터 문화의 단면? 소통하지 않는 구단의 문제?

양측은 사건의 성격도 완전히 다르게 판단하고 있다. 임 단장은 “왜곡된 서포터 문화, 구단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서포터 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 안양은 구단을 사랑해주는 서포터들과 최근 많이 늘어난 안양 시민들을 위한 구단이다. 구단과 팬 사이를 갈라놓는 유 씨의 행태를 두고볼 수 없어 고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반면 유 씨는 “레드는 끊임없이 소통하려 했고 지원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구단은 그때그때 거짓말로 피하려고만 했다. 나는 지금도 구단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길 바란다. 개선의 여지가 있으면 페이스북 글에 대한 가벼운 반박만 할 거다. 만약 고소로 가면 그만큼의 대응을 할 거다”라고 말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인:팩트'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실, 표면이 아닌 이면에 대한 취재기록이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요한 사건 혹은 사실에 대한 성실한 발걸음을 약속한다. <편집자주>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