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인턴기자= 축구를 좋아하던 서울대 여학생은 꾸준히 공이 차고 싶어 대회를 만들었다. 대회로는 부족해 여자축구 동아리들이 모아 연맹을 만들었다.

지난 16일과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대운동장에는 여학생들의 환호와 탄식이 공존했다. 전국 12개 대학교에서 모인 300여 명의 선수들은 서울대학교 여자축구부가 주최하는 ‘제 5회 전국대학 여자축구대회 샤컵(이하 샤컵)’ 현장에서 축구로 울고 웃었다. 샤컵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샤컵을 처음 기획한 이지현씨는 현재 한국대학여자축구연맹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지현씨는 현재 서울대학교 스포츠산업연구센터의 연구원으로 석사과정 공부를 하고 있다. 축구를 시작한 건 2010년 서울대학교 여자축구부에 가입하고부터다. 당시엔 대학들에 여자축구팀이 많지 않았다. 교류도 활발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지현씨는 2012년 여자축구동아리 대회를 만들었다. 그녀는 “늘 공을 차던 사람과만 차니 재미도 반감되고 의미도 없어 대회를 만들었다. 여럿이 축구를 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대회 우승 후 기뻐하는 한체대 FC천마

 

2012년 ‘서울대학교 여자축구 친선대회’라는 이름으로 시범대회를 개최했다. 다른 학교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2013년엔 ‘전국대학 여자축구대회 샤컵’으로 명칭을 바꿔 대회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샤컵의 특징은 학생들이 직접 대회를 주최하고 운영한다는 점이다. 다른 여자축구동아리대회는 지자체와 기업 스폰서를 받아 대회를 운영한다. 샤컵은 서울대학교 체육부의 시설지원을 받을 뿐, 나머지는 모두 학생들이 해결한다. 이지현씨는 “(학교에서) 운동장 대관을 지원해주지 않으셨다면 대회를 못만들었을 거에요, 대관비가 비싸서. 매년 도와주셔서 대회를 잘 치를 수 있어요”라며 서울대학교 체육부에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지현씨는 대회가 거듭될수록 참가 팀 수도 늘고, 대학 팀들 간의 교류도 많아지면서 소통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지현씨는 “전에도 각 팀 주장들이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서 정보를 공유했지만 모두가 체계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2016년 6월 대학여자축구동아리연맹으로 시작한 모임은 조직을 더 구체화해 한국대학여자축구연맹으로 발전했다. 20개 학교 24개팀으로 시작된 연맹은 현재 26개 학교 30개팀으로 덩치가 커졌다.

5회째를 맞은 샤컵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대회를 치렀다. 지난 해 8개팀이었던 참가팀이 올해는 12팀으로 들었다. 이제는 꾸준히 후원을 해주는 기업도 생겼다. 이지현씨는 “처음 대회를 만들 때는 제안서를 50군데 넘게 돌리고, 지인들에게 부탁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후원도 많아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회 내내 이벤트가 많이 열리고 상품도 많았다.

다른 팀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시작한 대회지만 주최측인 서울대학교 축구부에는 고충도 있다. 5회째 적자 운영을 하고 있다. 이지현씨는 “참가비를 걷긴 하지만 심판비와 상금을 지불하면 남는 게 하나도 없어요. 후배들이 힘들게 대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데 회식 한번을 못하는 게 아쉬워요”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도 많은 팀이 참가 신청을 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축가 경기장 확보가 어려워 12팀 밖에 받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와 한국여자축구연맹에도 지원을 요청해봤지만 기대했던 답은 오지 않았다.

축구가 좋아서, 여자축구 동아리를 위한 대회를 만들고 연맹까지 만든 이지현씨는 앞으로도 꾸준히 축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연맹을 통해 학생들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적극 도울 예정이다. 이지현씨는 “단순히 축구대회를 열어주기 보다는, 학생들끼리 서로 교류하고 학생들이 주도하는 대회로 계속 돕고 싶어요. 대회를 통해 얻어가는 경험이나 추억들이 대단한 가치라고 생각하거든요”라고 말했다.

사진=김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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