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세리에A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 축구의 리그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풋볼리스트] 엘라스베로나 공격진을 대표하는 유망주는 이승우가 아니라 모이스 킨이 됐다. 대표 유망주라는 타이틀과 함께 투입 순위에서 킨을 밀어내는 것이 이승우의 처 과제다.

이승우는 17일(한국시간) 프로 선수로서 첫 원정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의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AS로마를 상대로 갖는 ‘2017/2018 이탈리아세리에A’ 4라운드다. 이승우는 프로 첫 출장을 노린다. 지난 10일 피오렌티나와 가진 홈 경기에서 처음 명단에 포함됐으나 벤치에 머무른 바 있다.

로마는 이번 시즌 세 차례 공식전에서 2득점 3실점으로 1승 1무 1패에 그쳤다. 흐름이 그리 좋지 않다. 세리에A 개막전에서 아탈란타를 1-0으로 꺾은 뒤 2라우드에서 인테르밀란에 1-3으로 패배했다. 3라운드 삼프도리아전은 기상 악화로 연기됐다. 지난 13일 아틀레티코마드리드를 상대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시종일관 밀린 끝에 간신히 0-0 무승부를 거뒀다.

베로나의 초반 일정은 가혹하다. 개막전 상대 나폴리, 3라운드 상대 피오렌티나에 모두 패배한 데 이어 전통의 강호 로마와 4라운드에서 만난다. 그나마 비슷한 하위권 전력인 크로토네와 2라운드에 득점 없이 비긴 것이 유일한 승점이었다. 로마를 넘은 뒤에도 삼프도리아, 라치오, 토리노 등 초반 기세가 좋은 팀들을 상대해야 한다.

왼발잡이 윙어 두 명이 전력에서 이탈한다. 알레시오 체르치는 여전히 개별 훈련을 소화하고 있어 로마전도 뛰기 힘들 전망이다. 피오렌티나전에서 왼쪽 윙어를 맡았던 모하메드 파레스는 14일(현지시간) 팀 훈련에 참가하지 못하고 치료를 받았다. 출장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현재로선 결장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공격진의 대체자를 찾는다면 이승우보다 먼저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다. 가장 유력한 선수가 킨이다. 킨은 지난 시즌 2000년대생 최초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 출장해 유명해진 유벤투스 소속 유망주다. 지난 8월 말 베로나로 임대됐다. 피오렌티나전에서 이승우와 나란히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이승우보다 먼저 데뷔전을 치렀다. 킨의 경기력이 모든 면에서 좋았던 건 아니지만 교체 투입 이후 팀이 활기를 찾았기 때문에 희망의 상징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킨은 로마전을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 선수 대표로 참가했다. 킨은 “나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 두렵다. 그러나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보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말 환영을 받았다. 야망에 찬 젊은 선수가 가득한 팀이다. 잠파올로 파치니, 다니엘 베사 같은 위대한 선수들과 함께 뛴다는 건 내게 행운이고 자랑스러운 일”이라는 말도 했다.

공격진에 배치될 수 있는 두 번째 대체자는 호물루다. 호물루는 풀백, 측면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등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베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 중 하나지만 지난 피오렌티나전에서 벤치에 머물러 있다가 교체 출장했다. 또다른 풀백 사무엘 수프라옌이 부상에서 복귀해 훈련에 합류했기 때문에 호물루는 미드필더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좌우 측면 중 한 쪽을 맡을 수도 있다.

이승우의 선발 여부는 실력과 팀내 서열뿐 아니라 파비오 페키아 감독의 전술적 선택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이승우는 아직 프로에서 증명되지 않았지만 플레이스타일 상 가장 자연스럽게 왼쪽 윙어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킨은 좀 더 최전방 공격수에 가깝다. 결정력이 탁월하지만 속공 상황에서 직접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파치니 대신 킨이 스트라이커로 깜짝 출장할 가능성이 있다. 호물루 역시 윙어가 자연스레 어울리는 선수는 아니다. 또는 좌우에서 모두 활약할 수 있는 다니엘레 베르데를 왼쪽에 배치하는 방안도 있지만, 베르데는 체르치의 부상 이후 오른쪽에서 뛰고 있어 가능성이 낮다.

베로나는 최근 세리에A 추세에 맞게 윙어를 적극 활용하는 4-3-3이나 4-2-3-1 포메이션을 쓴다. 그러나 투입해 본 윙어 모두 아직까진 경기력이 기대 이하다.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한다. 이승우를 시험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킨과의 팀내 입지 경쟁, 페키아 감독의 전술적 선택에 따라 출장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엘라스베로나 트위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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