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복귀 논란에도 불구하고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은 신태용 현 감독이 이끌 전망이다. 문제는 히딩크 논란을 제대로 풀지 못하며 신태용호만 곤란해졌다는 것이다.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월 7일 러시아 현지에서 개최국 러시아와 친선 경기를 갖는다. 10일엔 프랑스에서 튀니지를 상대한다. 튀니지는 전통의 강호는 아니지만 아프리카 예선에서 A조 1위로 본선에 진출하며 상승세를 탄 팀이다. 이어지는 11월엔 한국에서 친선 경기 2연전을 하고, 12월엔 일본에서 동아시안컵을 갖는다. 유럽 원정은 개최국 러시아 경기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소중한 기회다. 월드컵을 1년도 안 남기고 부임한 신 감독에겐 가장 중요한 일정이 바로 10월 일정이다.

그러나 대표팀은 혼란 속에서 10월 경기들을 준비해야 한다. 히딩크 측 국내 인사인 노제호 히딩크재단 사무총장이 ‘국민들이 원한다면 히딩크 감독이 한국을 맡을 의향이 있다’고 밝힌 뒤 부임을 원하는 여론이 불거졌다. 축구협회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힌 뒤 논란이 잦아드는 듯 했으나, 이번엔 지난 6월 일찌감치 선임을 위한 접촉이 있었다는 주장을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14일 네덜란드 현지에서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사실상 감독직에 대한 뜻이 없다는 입장을 에둘러 나타냈다. “미국 폭스 TV 해설자를 하기로 약속했다”, “지금으로선 대표팀 감독은 어려울 것이고 자문하는 상황은 염두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협회와 공식적으로 접촉한 바는 없다”, “최근에 한국 대표팀 경기를 못 봤다”, “한국 전체 선수에 대해 잘 모르면서 선수 몇 명을 평가할 수는 없다”며 대표팀 감독을 실제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점도 드러냈다. 현재로선 히딩크 측과 축구협회 측 모두 본격적인 계약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며, 손을 잡더라도 감독이 아닌 고문 정도의 역할이 한계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의 입장 표명과 비슷한 시기에 축구협회의 불확실한 대처가 논란을 키웠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애초 히딩크 측과 아무런 접촉이 없었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지난 6월 노 사무총장에게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이 메시지를 진지한 접촉으로 해석하지 않았으며 그럴 수도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이미 상황은 진실공방 양상으로 접어든 뒤였다.

문제는 10월 친선전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보여준 부진한 경기력, 부진한 결과로 대중의 불신을 샀다. 신 감독이 막판 두 경기 모두 0-0 무승부를 거둬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한 골도 넣지 못한 경기 결과는 여론을 돌리기에 부족했다. 여전히 불만이 있는 여론에 히딩크 논란까지 겹쳤다. 10월 친선전에서 신태용호가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비난부터 감독 교체 요구까지 대표팀을 향한 인식은 더 나빠질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은 러시아 축구계와의 인연을 통해 이번 친선경기를 주선했고, 경기장에도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경기 전까지 상황 정리가 안 되면 어색한 만남이 벌어지게 된다.

월드컵을 앞둔 원정 친선전은 보통 패배를 감수하고 실험을 하는 경기다. 단 두 번뿐인 월드컵 성공사례인 2002년, 2010년을 봐도 이때 친선전은 충분히 질 수 있다. 지금과 비슷한 일정이었던 ‘2010 남아공월드컵’의 경우 2009년 11월 유럽 원정 2연전에서 덴마크와 세르비아를 상대로 1무 1패에 그쳤다. 그러나 본선에선 유럽팀 그리스에 승리하며 16강에 진출했다. ‘2002 한일월드컵’ 준비 과정은 지금과 일정이 많이 달랐지만, 2002년 1월부터 2월까지 이어진 원정 친선전에서 2무 3패에 그치며 그때까지 들끓었던 히딩크 감독에 대한 불신이 더 심해졌다. 한국은 3월부터 홈 경기 위주로 친선경기를 치르며 비로소 상승세에 들어가 월드컵 4강을 이뤄냈다.

이번 유럽 원정은 유럽파들이 여독에 대한 부담 없이 팀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일정이다. 한국의 중심인 유럽파들의 포지션, 활용 방안 등을 괴상하게 실험해볼 기회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경기력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경기력이 나쁘더라도 교훈을 얻으면 되는 경기에 해당한다.

친선경기에서는 고전할 수록 많은 교훈을 얻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번 2연전에서 손흥민의 두 가지 활용법을 시도해봤는데 둘 다 실패했다면 본선에서 그 두 가지를 안 쓰면 된다. 팀 운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환경을 잘 파악하지 못해 경기 준비에 차질을 빚었다면, 이를 교훈 삼아 본선에선 다른 준비법을 택해야 한다. 그러나 히딩크 논란으로 부담스러워진 대표팀은 과감한 실험을 하기 힘든 입장이 됐다.

히딩크 전 감독 논란이 잘 풀려 고문이나 비공식 자문역 등으로 한국을 지원하게 되더라도, 본선에서 한국을 이끌 인물은 여전히 신 감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실험과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며, 러시아 원정 결과가 나쁘더라도 얻는 것이 있다면 이해해야 하는 시점이다.

김 위원장은 15일 공식 입장을 통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신태용 감독에 대한 신뢰는 변함없다”고 밝히는 동시에 “히딩크 감독을 비롯한 경험, 능력 있는 분들의 도움은 언제든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10월 친선전을 앞두고 신 감독을 곤란한 상황에 빠뜨린 꼴이 됐다. 신 감독에게 더 힘을 실어주고 10월 친선전을 보람 있게 치르려면 지지 선언을 넘어 사태를 빨리 수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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