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신태용 신임 남자 대표팀 감독은 4년 만에 돌아온 ‘소방수’다. 한국은 ‘2014 브라질월드컵’의 홍명보 감독에 이어 ‘2018 러시아월드컵’ 역시 본선을 겨우 1년여 앞두고 선임됐다.

홍 감독이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 2패로 탈락한 건 개인보다 상황의 문제라는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충분한 경험을 쌓지 못한 홍 감독을 너무 일찍 대표팀에 선임했고, 대표팀과 홍 감독 양쪽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비판이 대한축구협회를 향했다. 그러나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불신은 홍 감독 때와 비슷한 일정을 남기고 신 감독을 선임하게 만들었다. 신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홍 감독과 비슷하다. 세부적으로는 어떻게 다를까.

신 감독이 홍 감독보다 부담스런 상황에 부임했다. 신 감독은 최종예선 두 경기에서 2위를 지켜야 한다. 3위 우즈베키스탄이 승점 1점 차로 한국을 추격한다. 이란과의 홈 경기, 우즈베키스탄 원정이라는 부담스런 일정을 감안하면 탈락할 위험이 존재한다.

홍 감독은 최종예선이 모두 끝난 뒤 부임해 동아시안컵 3경기, 친선경기 13경기를 치르고 본선에 돌입했다. 2014년 1월부터 2월까지 국내파 위주로 미국 전지훈련을 하며 3경기를 집중적으로 치렀다. 경기 숫자만 보면 짧은 기간에 비해 많은 연습경기를 하며 팀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 원정에서 새로 발굴한 선수가 없었고, 모든 경기가 친선경기 혹은 친선대회였기 때문에 질에 한계가 있었다.

최종 예선 일정이 남았다는 건 신 감독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본격적인 실전을 치르며 단기간에 팀 상태를 확인하고 극한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 최종예선 3위로 떨어져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건 최대한 피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만약 벌어진다면 신 감독은 6경기나 실전을 치르게 된다.

대표 감독 부임 당시 홍 감독의 장점은 연령별 대표를 거치며 주축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2009 U-20 월드컵,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거친 기성용, 구자철, 김영권 등이 브라질월드컵까지 홍 감독의 핵심 선수였다. 이들의 존재는 홍 감독이 단기간에 팀을 파악하고 만들 수 있게 했다. 반면 선수 운용이 경직됐고, 대표팀 내 파벌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부작용도 있었다.

신 감독 역시 U-20, U-23 대표팀을 모두 거쳤지만 홍 감독과는 상황이 다르다. 올림픽을 먼저 지휘하고 U-20 월드컵을 나중에 치렀다. 최근 끝난 U-20 멤버 중 당장 A대표팀으로 끌어올릴 만한 천재는 없거나 기껏해야 한두 명 수준이다. 대신 신 감독은 2014년부터 A대표팀 코치를 해 왔기 때문에 대표 선수 전반에 대한 파악이 잘 되어 있다. 5년 전에 물러났지만 성남일화(현 성남FC)에서 프로 경험도 쌓았다.

신 감독은 홍 감독 때와 비슷한 위기에 처했다. 월드컵 본선에 직접 진출해야 한다는 점은 위기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경력을 보면 홍 감독보다 더 유연한 운영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홍 감독 시절 실패를 겪었다는 점이 달라졌다. 3년 전 교훈을 바탕으로 1년 뒤를 준비하는 것이 본선진출 후 신 감독과 축구협회에 남는 과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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