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1부 리그를 '4대 빅리그'라고 부른다. 2018년부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4팀이 직행하는 4개 리그 중 이탈리아 세리에A만 국내 중계가 없다. 매력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주목도는 떨어진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AS로마에 이적시장의 달인이 찾아왔다. 아직까진 영입보다 방출이 눈에 띈다.

로마는 이번 영입시장을 앞두고 세비야의 영입 정책을 총괄했던 몬치를 단장으로 선임했다. 몬치 단장은 세비야 유소년팀에서 발굴한 헤수스 나바스, 세르히오 라모스,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 외부에서 영입한 아드리아누, 다니 아우베스, 줄리우 밥티스타, 페데리코 파지오, 세이두 케이타, 이반 라키티치 등 수많은 성공작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물이다. 세비야는 선수를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남기고, 준수한 대체자를 계속 찾아내며 성공적인 리빌딩을 반복했다.

그러나 ‘거상’은 선수를 잘 파는 팀에 붙는 칭호다. 로마가 몬치 단장을 영입할 때부터 스타의 유출은 예고돼 있었다. 반면 영입은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 위주로 진행해야 진정한 거상이다. 로마의 여름은 초라해 보일 것이고, 새로 영입한 선수가 나중에 얼마나 성장할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공격의 핵심 모하메드 살라의 이적은 상징적이다. 살라는 4,200만 유로(약 548억 원)를 남기고 리버풀로 떠났다. 당장 주전은 아니지만 잠재성이 큰 레안드로 파레데스(제니트상트페테르부르크)를 2,300만 유로(약 300억 원)에 내보냈다. 센터백 안토니오 뤼디거는 첼시행 가능성이 높다. 뤼디거는 독일 대표로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우승한 뒤 인터뷰에서 “지금은 우승의 기쁨을 즐길 때다. 다른 이야기는 몇 주 안에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즉답을 피했지만 각국 언론은 이적이 확정적인 것으로 본다.

공격, 미드필드, 수비의 중심 선수를 모두 내보내는 로마는 비교적 덜 유명한 선수들로 빈 자리를 채웠다. 수비수 릭 칼스도르프(페예노르트)와 엑토르 모레노(PSV에인트호번), 미드필더 로렌초 펠레그리니(사수올로)와 막심 고날롱(올랭피크리옹)이 합류했다. 칼스도르프는 아직 유망주다. 펠레그리니는 로마 유소년팀 출신으로, 사수올로에서 2년간 활약하며 이탈리아 대표로 성장했다. 모레노와 고날롱은 각각 멕시코와 프랑스 대표로 활약했지만 20대 후반이 되도록 빅리그엔 진출하지 못한 선수들이다. 네 선수의 이적료를 모두 더해도 3,450만 유로(약 450억 원)에 불과하다.

로마가 이적료를 많이 쓰지 못하는 이유 중엔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재정 상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시즌부터 임대해 활용한 브루누 페레스, 주앙 제주스, 마리우 후이, 페데리코 파지오도 완전 이적을 위해 납부해야 할 이적료가 남아 있다. 네 선수에게 들어가는 돈이 2,970만 유로(약 388억 원)다.

미드필드와 수비에선 당장 전력 공백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살라의 전술적 역할은 대체해야 한다. 여전히 에딘 제코를 보좌할 2선 자원으로 스테판 엘샤라위와 디에고페로티가 있기 때문에 두 선수에게 만족한다면 대형 영입은 불필요하다.

세비야 출신인 파지오, 몬치 단장이 세비야 시절부터 눈여겨봤다는 나초 페르난데스(레알마드리드) 이적설은 몬치 단장과 밀접하다. 에우세비오 디프란체스코 신임 감독 역시 영입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디프란체스코 감독이 사수올로 출신인 만큼 펠레그리니에 이어 공격수 그레고이레 데프렐, 도메니코 베라르디의 합류 가능성도 있다.

로마가 세비야의 전례를 따른다면 스타를 발굴해 성적을 낸 뒤 비싼 값에 내보내는 경영을 매년 반복하게 된다. 프란체스코 토티가 이끌었던 ‘매력적인 2인자’의 시대는 갔다. 새 시대의 주인공은 선수가 아닌 단장이 될지도 모른다.

사진= AS로마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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